저PBR 공표 예상 대기업 24곳 중 개선계획 제출 5곳뿐구조적 저평가 원인 진단에 그쳐···구체적 해법은 미흡계획 이행 강제력 없어···실질적 사후관리 필요성 부각
다음달 한국거래소의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상장사 명단 첫 공표를 앞두고 기업들의 대응이 미온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 가운데 업종별 PBR 하위권에 머문 24개사 중 개선계획을 공시한 곳은 5개사에 그쳤다. 기업가치 제고를 유도하기 위한 제도가 시행되지만 공시가 자율에 맡겨진 데다 계획 이행을 강제할 수단도 부족해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PBR 공표 예상 대기업 24곳
한국거래소는 낮은 주가를 방치하는 관행을 개선한다는 취지로 저PBR 기업 명단을 오는 11월 2일 첫 공표할 예정이다. MSCI와 S&P가 사용하는 글로벌산업분류체계(GICS) 기준으로 에너지, 금융, 정보기술, 헬스케어, 필수소비재 등 11개 업종으로 나눠 PBR 순위를 산정한다. 업종별로 형성되는 PBR이 다르다는 특성을 고려한 것이다.
6개 반기 연속 업종별 PBR이 하위권에 머문 상장사가 대상이며 코스피는 하위 25%, 코스닥은 하위 10%가 기준이다. 저PBR 개선계획을 포함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는 경우 1년간 공표가 면제된다. 다만 12개 반기 연속 기준 비율을 하회한 상장사에는 특례를 적용하지 않는다.
금융당국은 공개 대상인 저PBR 상장사 수를 220개로 예상했다. 이 중 계획 제출과 무관하게 공개되는 장기 저PBR 기업은 120개 정도로 추산했다.
한국거래소 기업공시채널 KIND에 따르면 올해 6월말 기준 자산총액이 5조원이 넘는 대기업 중에서 2024년 사업연도말, 2025년 사업연도말, 올해 6월말 업종별 PBR 하위권에 머문 기업은 총 24곳(코스피 21곳, 코스닥 3곳)으로 집계됐다.
이 중에서 올해 6월말 기준 PBR이 가장 낮은 곳은 AK홀딩스로 0.14배이다. 코스피 시장에서는 AK홀딩스를 포함해 이마트(0.17배), 영풍(0.18배), 현대제철(0.19배), 롯데케미칼(0.2배), 한화생명(0.21배) 등이 저PBR 기업으로 공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한국캐피탈(0.27배), 하림지주(0.28배) 등이 예상 후보다.
PBR 공표 예상 대기업 중 개선계획 제출 단 5곳
공표 직전 직전 7거래일인 이달 22일까지 저PBR 개선계획을 내면 1년간 명단에서 빠질 수 있으나 거래소 양식에 맞춰 제출한 곳은 24개사 중 5곳으로 전체의 5분의 1 수준에 그쳤다. 개선계획을 공시한 상장사는 KG에코솔루션과 롯데지주, 한화손해보험, DB증권, 현대차증권이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공시와 관련해서 법적 의무가 없기 때문에 저PBR 개선계획을 제출한 기업이 적은 것으로 보인다"며 "공시를 한다고 해도 현실적인 방안이나 개선안을 구체적으로 밝히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실행 가능성이 낮은 계획을 내놓기보다는 공시 자체를 하지 않는 쪽을 택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PBR 개선계획을 제출한 상장사들은 대체적으로 저PBR 원인에 대해 구조적·대외적 요인을 지적한 경우가 많았다. DB증권은 "증권사 자본 규모에 따른 양극화가 심화됐다"며 "대형 증권사 대비 규모의 경제 구축 수준이 낮다"고 진단했다. 롯데지주는 "일부 주요 자회사 실적 둔화에 따른 낮은 수익성으로 인하여 PBR이 동종기업 대비 낮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PBR 개선 관련 핵심지표 준수율이 미흡한 곳도 있었다. 준수율이 40%인 한화손해보험은 ▲3개년 이상 중장기 PBR 목표 명시 여부 ▲경영진 보상체계의 PBR 연동 여부 ▲핵심성과지표(KPI)에 PBR 포함 여부 등을 준수하지 않았으며 추후 검토하겠다고 공시했다. KG에코솔루션과 롯데지주의 준수율은 70%, DB증권과 현대차증권의 준수율은 80%다.
개선계획을 제출하더라도 이행을 강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계획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형식적인 공시를 넘어 실질적인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기업의 자발적인 개선을 유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개선계획 제출만으로 기업가치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므로 이행 여부를 점검하는 실질적인 사후관리가 중요하다"며 "공시의 투명성을 높이고 투자자들이 기업별 개선 성과를 비교할 수 있도록 하면 시장의 평가와 자율적인 압력을 통해 실효성을 높일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기업의 자발적인 주주환원과 지배구조 개선이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지는 시장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지금까지는 너무 '개선계획 제출'에 인센티브를 주려는 듯한 양상인데 공시를 얼마나 열심히 했는가 보다는 개선된 현황을 가지고 인센티브를 주는 방향으로 가도 좋을 것 같다"며 "'실제 개선 여부나 정도'로 세제 혜택, 연 부과금 면제, 지수 편입 우대 등의 인센티브를 주는 게 맞는 방향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노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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