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바이오 "신약 기업이 화장품 하면 밸류 깎인다?"···K-바이오, '바이오코스메틱'으로 편견 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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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기업이 화장품 하면 밸류 깎인다?"···K-바이오, '바이오코스메틱'으로 편견 깬다

등록 2026.11.05 15:21

임주희

  기자

과거 '본업 포기·외도' 프레임 벗고 '신약 플랫폼 가치 조기 입증 창구'로 재평가단순 B2C 소비재 대신 의사·시술 겨냥한 '메디컬 에스테틱·스킨부스터' 정조준노브메타파마·노바셀, 독자 MOA 장착···"의료진 미충족 수요 뚫어야 밸류에이션 시너지"

이헌종 노브메타파마 부사장이 5일 서울 동대문 노보텔 앰배서더에서 열린 '바이오코스메틱 미디어데이'에서 발표 중이다. 사진=한국바이오협회이헌종 노브메타파마 부사장이 5일 서울 동대문 노보텔 앰배서더에서 열린 '바이오코스메틱 미디어데이'에서 발표 중이다. 사진=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코스메틱은 신약 파이프라인의 가치를 훼손하는 게 아니라, 플랫폼 기술의 안전성과 효능을 시장에서 가장 먼저 증명하는 창구입니다."

5일 서울 동대문 노보텔 앰배서더에서 열린 '바이오코스메틱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이헌종 노브메타파마 부사장은 신약 개발 바이오텍의 화장품 사업 진출이 본업의 가치를 깎는 '외도'가 아닌 신약 플랫폼의 신뢰도를 시장에서 입증하고 기업가치 하방을 지탱하는 실전 전략임을 강조했다.

전통적으로 바이오 투자 시장에서 신약 개발 전문 기업의 화장품 사업 진출은 자금난에 처한 바이오텍이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방법으로 여겨져 왔다. 이 경우 바이오텍에 주어지던 높은 성장 밸류에이션(멀티플)이 일반 화장품 제조업체 수준으로 하향 조정되는 '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신약 플랫폼의 임상적 가치를 조기에 증명하고 기업가치를 견인하는 핵심 사업 축으로 전면에 부상했다. 단순 B2C 소비재 화장품으로 우회하는 것이 아닌 의사의 처방과 시술 현장을 겨냥한 메디컬 에스테틱·스킨부스터·더마 영역으로 직행해 신약 플랫폼의 임상적 가치를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B2C부터 메디컬 에스테틱까지"··· 신약 기술이 시장을 만나는 세 가지 길

이날 발표에서는 신약 개발 전문 바이오텍이 보유한 물질과 플랫폼을 사업화할 수 있는 다각도의 경로가 제시됐다. B2C 소비재 시장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의 특성과 임상 단계에 맞춰 진입 장벽을 낮추고 매출 실현 시점을 앞당길 수 있는 최적의 타깃을 선택한다는 논리다.

정수민 IMM인베스트먼트 매니저는 "바이오 회사가 보유한 우수한 물질은 ▲일반 소비자 타깃의 B2C 화장품 및 더마코스메틱 ▲의사와 소비자가 함께 선택하는 시술형 메디컬 에스테틱(스킨부스터·필러) ▲처방 기반의 미용 목적 의약품 등 세 가지 영역으로 구체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빠른 시장 반응과 매출 창출을 기대할 수 있는 영역은 B2C 더마코스메틱이다.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마케팅과 유통 채널을 활용할 경우 대중적 인지도와 현금 흐름을 단기간에 끌어올릴 수 있다.

시술형 메디컬 에스테틱은 기존 시술 대비 통증 완화나 결절 방지 등 현장의 미충족 수요를 과학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허들이 있지만 의료진의 신뢰를 확보하면 안정적인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을 인정받는다. 장기적으로는 비만이나 탈모 등 신규 기전을 장착한 미용 목적 의약품으로 이어지는 확장성까지 갖출 수 있다.

마지막 축은 비만과 탈모 등 미용 목적 의약품이다. 가장 까다로운 규제와 임상 허들을 거쳐야 하지만 성공할 경우 신약에 준하는 폭발적인 밸류에이션 리레이팅(재평가)을 이끌어낼 수 있는 영역이다.

특히 최근 비만 치료제(GLP-1) 등장 이후 급부상한 근감소증 치료나 탈모처럼 기존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하는 명확한 타깃과 차별화된 작용 기전(MOA)을 확보한 바이오텍들이 해당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정 매니저는 "결국 바이오텍에 바이오코스메틱이란 B2C 더마 화장품으로 단기 캐시카우를 확보하고 메디컬 에스테틱으로 의료진의 신뢰를 쌓으며 궁극적으로는 미용 목적 의약품과 중장기 신약 파이프라인으로 기업가치를 극대화하는 '단계별 밸류업 징검다리'"라고 덧붙였다.

'파이프라인'에 '실질 매출' 얹는다··· 노브메타·노바셀의 밸류 다지기

실제 바이오코스메틱 시장에 진출한 바이오텍들은 이 같은 다각화 전략을 기반으로 '다중 시간축' 상용화 모델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긴 호흡이 필요한 신약 파이프라인의 개발 기간 동안, 검증된 기전을 바탕으로 1~2년 내 매출을 낼 수 있는 제품군을 앞세워 밸류에이션 공백을 메우는 구조다.

코넥스 상장사인 노브메타파마는 퍼스트 인 클래스(First-in-class) 경구용 CLIC1 조절 펩타이드 플랫폼으로 희귀 근육질환(FSHD, DMD 등) 치료제를 개발하는 동시에 전임상 및 임상 과정에서 확인된 항염증·항섬유화 효능을 스킨부스터(벨로라)로 빠르게 제품화했다.

3~10년이 걸리는 신약 개발과 별개로 1~2년 내 상용화가 가능한 스킨부스터를 통해 단기 캐시카우를 창출한다는 전략이다. 노브메타파마는 전략적 투자자(SI)인 코스닥 상장 더마필러 기업과 손잡고 병·의원용 에스테틱 라인업을 가동하는 한편 최근 급성장한 GLP-1 비만치료제 복용 환자의 제지방 감소와 얼굴 처짐을 보완하는 이너뷰티·코스메틱 시장까지 보폭을 넓히고 있다.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외용제 임상 1상을 완료하고 2상 IND 승인을 받은 노바셀테크놀로지 역시 만성염증 해소(Pro-resolving) 기전의 'PEPTIROID' 플랫폼을 다각도로 활용 중이다.

'만성염증이 곧 피부 노화의 주원인(Skin Inflammaging)'이라는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상용화 주기를 대폭 앞당겼다. 6~7개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합성 펩타이드의 대량 생산성과 피부 안전성을 무기로 일본 헬스케어 기업에 기술이전 및 원료 공급을 성사시켰으며 나아가 ECM 부스터 및 히알루론산(HA) 필러 소재로 시술용 메디컬 에스테틱 시장 진입까지 꾀하고 있다.

차바이오그룹의 계열사인 차메디텍 역시 기저막 결합 단백질 '니도겐-1'을 농축한 독자 표피줄기세포 배양액을 앞세워 일반 스킨케어(에버셀) 라인업과 피부과 시술 연계 포지셔닝을 동시에 전개하고 있다. 차메디텍은 차병원과 차움 등 그룹 산학연병 인프라에서 검증된 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피부과 시술을 보완·대체하는 고기능성 앰플을 선보임과 동시에 글로벌 온·오프라인 채널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정수민 IMM인베스트먼트 매니저가 5일 서울 동대문 노보텔 앰배서더에서 열린 '바이오코스메틱 미디어데이'에서 발표 중이다. 사진=한국바이오협회정수민 IMM인베스트먼트 매니저가 5일 서울 동대문 노보텔 앰배서더에서 열린 '바이오코스메틱 미디어데이'에서 발표 중이다. 사진=한국바이오협회

'센텔리안24' 1조·'이지듀' 2000억의 증명··· 관건은 '소비자 가치 전환과 규제'

바이오코스메틱이 신약 기업의 기업가치를 지탱하는 핵심 축으로 자리 잡은 배경에는 이미 조 단위 캐시카우를 일궈낸 선행 모델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동국제약은 상처치료제 마데카솔의 주성분인 센텔라아시아티카 정량추출물(TECA)을 7단계 고순도 분리·정제 공정으로 직접 추출하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2015년 '센텔리안24'를 론칭했다. 이후 대표 제품인 마데카 크림 1억 개 판매를 돌파하고 브랜드 누적 매출 1조 원을 달성하며 메가 캐시카우를 구축했다.

국내 바이오신약 1호(당뇨발 치료제 '이지에프외용액') 원료인 'DW-EGF'를 전면에 내세운 대웅제약 계열 디엔코스메틱스(이지듀)도 마찬가지다. 100% 인체 동일 구조와 나노리포좀 기술을 접목한 기미 앰플(누적 매출 893억 원)과 기미 쿠션(1075억 원)은 출시 후 누적 매출 2000억 원에 육박하는 실적을 기록했다. 최근 시술 후 피부 회복을 돕는 다운타임 케어 라인(EGF-X)까지 안착하며 모기업의 체질 개선과 밸류에이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뚜렷한 성공사례가 존재하지만 순수 R&D 바이오텍이 B2C 시장을 직접 개척하기에는 현실적 장벽이 높다. 이에 따라 이미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한 대형 뷰티 기업과의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바이오텍이 직접 완제품 사업을 전개하기보다 조 단위 실적을 내는 화장품 대기업의 브랜드 파워와 유통 노하우를 접목하는 편이 기술의 사업화 리스크를 줄이고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대기업과의 협업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라도 연구실 수준을 뛰어넘는 엄격한 임상 근거가 필수적이다.

박원석 아모레퍼시픽 R&I 상무는 "대기업 뷰티 하우스가 선택하는 바이오 기술은 단순 표시·광고용 마케팅 라벨이 아니라, 분자-세포-인체 피부 데이터로 이어지는 엄격한 과학적 '에비던스(Evidence)'"라며 바이오 기술의 제품화 허들이 결코 낮지 않음을 분명히 했다. 실제 아모레퍼시픽 역시 신약 후보물질(TRPV1 길항제, PAC-14028)의 아토피 환자 임상 3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메디컬 디바이스 크림(에스트라 아토베리어)으로 성공 전환한 경험을 공유하며 안전성과 명확한 작용 기전(MOA)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투자업계 역시 바이오텍이 바이오코스메틱 시장에서 온전한 밸류에이션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소재 중심 사고'를 넘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실 중심의 물질 우수성에만 매달리면 자본시장의 리레이팅(재평가)을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정수민 매니저는 "바이오 회사가 흔히 범하는 실수는 '우리 소재의 흡수력과 침투력이 얼마나 뛰어난가'에만 갇히는 것"이라며 "B2C 화장품이든 시술형 에스테틱이든 기술의 과학적 언어를 소비자와 의사가 납득할 수 있는 가치로 전환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외 시장 진입을 가르는 중국 NMPA 원료 등록 등 글로벌 규제 경로를 사전에 직접 뚫어내고, 제형 안정성과 유통 파트너십을 현실적으로 갖췄는지가 관건"이라며 "자체 마케팅 조직이 부족한 바이오텍일수록 대형 제약사나 신흥 뷰티 기업과의 전략적 오픈 이노베이션을 구축해야만 비로소 기업가치 멀티플로 연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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