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시 25% 지분 취득 후 20년에 걸쳐 완성DSR 규제 부담 낮추고 20년간 지분 분할 취득LH 재무 악화 상황 속 장기 재원 확보는 과제
이재명 정부가 공공주택 공급 확대에 나선 가운데 초기 자금 부담을 낮춘 새로운 공공분양 모델인 지분적립형 주택이 첫 선을 보인다. 분양가의 25%만 내고 입주한 뒤 20년에 걸쳐 나머지 지분을 취득하는 방식으로, 금융 부담을 낮춰 청년·신혼부부의 내 집 마련과 자산 형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8·13 도심 공급 신속화 방안의 후속 조치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공분양주택 일부를 지분적립형으로 공급한다. 이재명 정부가 공공주택 공급 확대를 추진하는 가운데 선보이는 새로운 공공분양 모델이다.
LH는 오는 12월 고양창릉 S-2블록에서 전체 1057가구 중 284가구를 지분적립형으로 선보인다. 입주 때 분양가의 25%를 취득하고 이후 4년마다 15%씩 다섯 차례에 걸쳐 나머지 지분을 사들이는 방식이다. 추가 지분 취득가격은 최초 분양가에 기간이자를 반영해 산정한다.
기존 공공분양과 가장 큰 차이는 입주 단계에서 잔금대출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주택 구입에 필요한 자금을 20년에 걸쳐 나눠 부담하기 때문이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로 대출 한도가 부족해 청약을 포기했던 실수요자에게 새로운 진입 경로가 될 수 있다.
분양가 5억1000만원인 주택의 경우 최초 취득 지분 25%는 1억2750만원이다. 계약금 10%인 5100만원을 먼저 내고 입주할 때 나머지 7650만원을 부담하면 된다. 다만 미취득 지분에 대한 임대료는 별도다. 주변 전세 시세 4억원을 가정하면 전액 월세 납부 시 월 79만원 수준이다.
수분양자 입장에서는 초기 자금 부담을 낮추고 장기적으로 주택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특히 최초 분양가를 기준으로 잔여 지분을 취득한다는 점은 집값 상승기에 자산 형성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요인이다. 주택가격이 오르더라도 추가 지분 취득가격은 최초 분양가에 기간이자를 더해 산정하기 때문이다.
공공임대주택 운영에 따른 LH의 적자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임대주택뿐 아니라 분양형 주택의 역할을 확대하는 정책 방향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수분양자에게 주택 지분을 단계적으로 이전하는 방식이 청년층의 자산 형성을 지원하고 공공의 장기적인 재정 부담을 분산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심형석 법무법인 조율 수석전문위원은 "지분적립형은 초기 자금 부담을 낮추면서도 입주자가 순차적으로 주택 소유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임대주택에 머무르기보다 토지임대부나 지분적립형 등 소유권을 확보할 수 있는 분양형 주택의 선택지를 넓히는 것이 젊은 층의 내 집 마련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보연 신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도 "지분적립형은 분양가를 낮추는 제도가 아니라 지불 시점을 20년에 걸쳐 나누고 그 사이의 금융비용을 정기예금 금리 수준으로 설계한 방식"이라며 "DSR 한도에 막혀 청약을 포기했던 수요자도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집값 상승률이 예금금리를 웃돌면 그 차액은 수분양자가 확보할 수 있다"며 "소득은 꾸준하지만 축적한 자산이 적은 맞벌이 가구에 특히 유리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LH의 임대주택 운영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임대주택 운영 매출총손실액은 1조4652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원가는 2조3965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감가상각비가 8126억원, 수선유지비가 9191억원을 차지했다.
심형석 전문위원은 "공공임대주택은 운영 과정에서 적자가 발생하고 공실 관리 부담도 커질 수 있다"며 "LH의 재정 부담을 고려하면 임대주택 공급에만 집중하기보다 토지임대부나 지분적립형 등 분양형 주택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분양형 주택 확대가 LH의 재정 부담 완화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지분적립형은 미취득 지분을 LH가 장기간 보유해야 하는 만큼 투자금 회수가 늦어지고 자금 운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공급 물량이 늘어날수록 신규 사업에 투입할 재원 확보도 과제로 남는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LH가 미취득 지분을 장기간 보유하면 투자금 회수가 지연되고 자금 운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공급이 확대될수록 신규 사업에 투입할 재원이 부족해지는 구조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며 "주택도시기금 지원과 민간자본 참여, 지분 조기 취득 유인책 등을 마련해 LH의 재무건전성과 공급 확대 사이의 균형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가 지분 취득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분양자의 목돈 마련 부담도 제도 안착을 좌우하는 변수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분적립형이 사실상 대출규제 완화와 유사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단계별 지분 취득 방식이 수분양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초 입주 때 25%의 지분만 취득한다는 것은 달리 보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75%와 유사한 효과"라면서도 "4년마다 추가 지분을 취득하는 방식은 일부 수분양자에게 목돈 마련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매달 원리금을 상환하는 주택담보대출과 달리 지분적립형은 일정 기간 자금을 모았다가 정해진 시점에 목돈을 마련해야 한다. 이은형 연구위원은 "당장의 임대료 부담을 낮춰준다고 해서 모든 가구가 그만큼의 돈을 꾸준히 모으는 것은 아니다"라며 "추가 지분 취득 유예기간을 포함한 운영 기준을 명확히 해야 제도가 안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분양자의 자산 유동성과 주거 이동성을 확보하는 것도 과제다. 지분적립형에는 전매제한 10년과 실거주 의무 5년이 적용된다. 장기간 지분을 취득해야 하는 구조에서 직장 이동이나 가족 구성 변화 등으로 주택을 처분해야 할 경우 제약이 따를 수 있다. 송승현 대표는 "10년 전매제한은 자산 유동성과 주거 이동성을 제약할 수 있다"며 "임대료 부담 완화와 중도 처분 예외 확대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도 안착 여부는 시범사업의 성과와 장기적인 재원 조달 방안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초기 자금 부담을 낮추는 데 그치지 않고 수분양자의 상환 여력과 LH의 재정 부담을 함께 관리할 수 있어야 지속 가능한 공공분양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은형 연구위원은 "새로운 주택 공급 방식인 만큼 시범사업의 운영 결과를 토대로 보완하거나 확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며 "실제 운영실적과 장기 사업 재원 마련 방안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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