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폭증 日, 돈 뺄땐 구제금융 사태 재연 가능성 경고
아시아 경제가 견조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일각에선 ‘거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미국과 일본의 양적완화에 이어 유럽마저 금리를 인하하면서 아시아지역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아시아 및 태평양 경제 전망 보고서’를 통해 “유로존 위기 여파는 가라앉고 있지만 아시아 지역에서 자산가격 상승 등에 따른 위험이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각국마다 성장률은 상승세지만 유로존 등 선진국과 연계성이다.
보고서는 “유로존 재정위기 등과 함께 외부리스크는 여전하다”며 “자본유입이 돌연 멈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글로벌 성장세가 둔화되면 자본이 빠져나가고 외부 수요가 급감하면서 결국 아시아 경제에 큰 타격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이다. 흥미로운 것은 일본의 양적완화보다 일본 내 부채 위험도가 아시아 경제에 더 큰 위험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IMF는 “아시아 국가에서 견조한 신용증가와 손쉬운 금융 조건에서 시작된 금융 불균형에 따른 자산가격 상승이 보이고 있다”며 “금융 불균형을 피하기 위해는 담당자들이 장기적 성장지원책과 함께 단기적인 해결책도 만들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세계은행(WB) 역시 지난달 15일 “동아시아 및 태평양 지역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아시아 지역 신용거래와 자산가격이 과열되고 있다“며 위험성을 경고했다.
일본의 무제한 돈풀기 정책 역시 아시아 먹구름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다.
HSBC은행의 프레드릭 뉴먼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24일 신문 기고문을 통해 “아시아 신흥국으로 유입된 자금이 결국 인플레이션과 자산 가격 폭등을 초래할 것”이라며 경계를 주문했다.
특히 일본 중앙은행(BOJ)의 ‘엔저’에 대해서도 “BOJ는 자금이 주변국으로 흘러 들어가면서 이미 유동성이 풍부한 중국을 포함해 주변국을 붕괴시키는 현상을 만들 것이다”고 진단했다.
뉴먼 이코노미스트는 1990년대 아시아 지역의 부채 폭증을 예로 들었다. 당시 부채의 대부분은 BOJ 양적완화에 따른 일본 자금이었다. 1994년 미연방 연준이 금리를 올리면서 시장에 큰 충격을 줬지만 아시아지역은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1997년 일본이 돈을 빼기 시작하면서 아시아 지역들이 큰 침체기에 빠졌다. 한국도 IMF 구제금융을 받았다.
최근 선진국 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신흥국 하락세는 지속되면서 ‘디커플링’ 현상이 두 차례나 일어났다.
국제금융센터는 “올해 들어 선진국은 11% 상승한 반면 신흥국은 3% 하락했다”며 “2000년 이후 선진국 상승에 반비례 하는 현상과 수익률이 10% 포인트 이상 확대된 경우는 단 두 차례에 불과할 정도로 이례적인 현상이다”고 설명했다.
이는 자금이 경기회복에 따라 선진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선진국은 경기부양책을 통해 경제지표가 좋아져 경기회복 기대가 높아지고 있지만 신흥국은 경기둔화와 인플레이션 압력 등으로 정책여력이 축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센터는 “순환적 경기회복 기대 차이 외에도 지난 10년간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신흥국 선호 경향이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3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렸던 ‘아세안+3’ 회담에서도 이 같은 경고음을 예상하고 위기대응 능력을 강화했다. 한중일을 포함해 아시아지역 13개국 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가 참석한 ‘아세안+3’에서는 아시아 지역 자본 이동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회담의 큰 주제 역시 아시아 금융지원 체제를 강화하는 것이다. 재무장관들은 이날 아시아지역 국가들의 위험상황을 감지하는 기능을 가진 ‘암로’(AMRO)를 국제기구화해 위기대응력을 높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IMF에 의존하지 않고 아시아지역에서 해결할 수 있는 여러 장치를 만들겠다는 의미다. 방안으로 ‘양자간 통화스왑’, ‘환매조건부채권매매’ 등을 강화해 자본 유출에 따른 ‘구제금융’사태를 미연에 방지하자고 합의했다.
최재영 기자 sometimes@
뉴스웨이 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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