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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에서 ‘질’로 DNA 바꿨다

[삼성 신경연 선언 20주년] ‘양’에서 ‘질’로 DNA 바꿨다

등록 2013.06.01 11:00

강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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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가전매장의 굴욕···초일류기업 삼성 만들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지난 1993년 6월7일 프랑크프루트에서 사장단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누라와 자식만 빼놓고 다 바꾸라’는 말로 유명한 ‘신경영’을 부르짖었다.
이 회장이 신경영 선언의 필요성을 절감한 계기는 미국 베스트바이 매장에서 당한 굴욕 때문이다. 1993년 2월 회사 임원들과 이 매장을 찾은 이 회장은 매장 구석에 먼지가 쌓여 아무도 찾지 않는 삼성 제품을 보고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을 직감하고 신경영을 선포했다.
이 회장은 가장 먼저 ‘양보다 질’로의 변화를 강조했다. 1995년 휴대전화 화형식은 유명한 일화다. 당시 삼성전자 무선전화기사업부는 제품 출시를 서두르다 불량률이 11.8%까지 높아졌다.
시장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고 결국 이 회장은 불량 휴대전화 15만대를 수거해 구미사업장 운동장에 쌓고 2000여명의 임직원이 모두 태워 버렸다. 이후 삼성의 임직원들은 품질의 중요성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1993년 신경영 선언 당시의 이건희 회장. 당시 이 회장은 '마누라만 빼고 다 바꿔'라는 유명한 말로 삼성의 신경영을 선언했다. 사진제공 = 삼성그룹1993년 신경영 선언 당시의 이건희 회장. 당시 이 회장은 '마누라만 빼고 다 바꿔'라는 유명한 말로 삼성의 신경영을 선언했다. 사진제공 = 삼성그룹


오는 7일 ‘프랑크푸르트 선언’으로 유명한 삼성의 신경영 선언이 20주년을 맞는다. 신경영 선언 이후 품질 혁신을 거듭한 삼성은 세계초일류기업의 위치에 올랐다. 실적을 통해서도 삼성의 위상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삼성그룹의 매출은 1993년 29조원에서 2012년 380조원으로 증가했고 수출 규모는 107억달러에서 1572억달러로 늘었다. 특히 시가총액도 1993년 7조6000억원에서 2012년 318조원으로 40배 이상 불었다.
20년전 이 회장에게 굴욕을 줬던 베스트바이 매장에서도 삼성은 현재 가장 귀한 대접을 받는다. 최근 베스트바이 매장에는 애플보다 큰 삼성전자 스마트폰 전용 매장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끊임없는 변화와 도전을 강조하는 것도 신경영 선언 이후 삼성이 갖게된 새로운 DNA다. 삼성의 D램은 1992년부터 세계 시장에서 첫 1위로 올라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삼성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휴대전화를 새로운 주력 사업으로 키워내 한단계 더 도약했다.
신경영 선언을 바탕으로 지금의 자리에 오른 삼성은 세계 시장에서 선두를 추월하는 추격자에서 경쟁자의 추격을 따돌려야 하는 선두주자로 올라섰다. 삼성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은 자서전에서 “창업보다 수성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삼성의 DNA 본능이 다시 깨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휴대전화에 편중된 사업구조는 삼성의 변화를 재촉하고 있다. 지난해 삼성그룹의 매출은 380조원이다. 이중 휴대전화사업이 포함된 삼성전자 IM(IT·모바일)사업부의 매출은 108조5000억원으로 그룹 전체 매출의 30% 가까이 차지한다.

영업이익에서는 휴대전화 사업에 대한 편중이 더욱 심하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중 IM사업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26.1%에서 지난해 66.9%로 상승했다. 이 같은 편중된 이익구조에서 탈피해야 삼성그룹이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갈 수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삼성으로서는 반도체·휴대전화를 이을 새로운 신성장동력 확보를 서둘러야 한다. 삼성은 지난 2010년 5월 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발광다이오드(LED), 바이오 제약, 의료기기를 5대 신수종 사업으로 정했다. 하지만 이들 사업의 성과는 아직 미미하다.
삼성그룹의 지속 성장을 위해선 경영권 승계 문제를 마무리하는 것도 필수적인 숙제다. 재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차기 회장이 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두 딸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이 그룹 계열사 일부를 분리 경영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강길홍 기자 slize@

뉴스웨이 강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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