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그룹의 회사채와 기업어음(CP)에 투자했다가 피해를 보게 된 개인투자자 3200여명이 집단소송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주)동양과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등 동양그룹 계열사 세 곳이 지난달 30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가장 큰 피해는 4만7000명에 달하는 동양그룹 회사채와 CP 투자자들이 떠안게 된 것.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번 동양그룹 사태가 지난 1999년 대우그룹 사태 이후 최대 규모의 개인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민간 소비자단체인 금융소비자원이 동양증권의 동양그룹 회사채와 CP 불완전판매 사례를 접수받고 있다. 최근까지 3200명 이상의 투자자가 ‘피해를 봤다’며 집단소송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동양그룹 회사채·CP의 99%를 개인투자자 4만7000명이 보유하고 있어 이들 중 일부에게라도 불완전판매를 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판매 과정에서 거래 고객들을 대상으로 사기에 가까운 판매 행태가 있었다”며 “금융지식이 부족한 고령층과 주부들에게 상품의 위험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 등 금융소비자들을 기만한 것과 관련해 법적 조치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 안팎에서는 동양증권이 계열사 부실채권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일부 불완전판매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증권사 직원이 단골 고객에게 전화 등으로 개인적으로 연락해 판매하는 과정에서 투자 위험성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앞서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긴급 브리핑에서 “동양그룹 금융 계열사의 고객 자산은 100%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다”며 “동양증권 회사채·CP 판매에 대한 불완전판매 신고센터를 운영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투자자들은 증권사가 위험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채 ‘불완전판매’에 나섰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투자자가 판매사의 불완전판매를 입증해 투자자금을 돌려받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게 업계 안팎의 관측이다.
실제로 가장 최근의 유사 사례인 지난 2011년 LIG건설 CP 소송의 경우 불완전판매에 따른 15건의 소송 중 12건에 대해 법원이 증권사인 우리투자증권의 손을 들어줬다.
그나마 당시에는 LIG가 분식회계를 통해 사기성 CP를 발행한 것이 문제가 됐으나 동양그룹의 경우 투자설명서 및 증권신고서에 해당 회사채·CP의 신용등급 및 투자적격 여부를 밝힌 만큼 이 부분이 문제가 되긴 어려워 보인다.
동양그룹 계열사의 회사채와 CP는 불과 수개월 전까지만 해도 ‘아는 사람만 아는’ 매력적인 투자 대상으로 꼽혔다. 연 7∼8%의 높은 금리에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까지 붙어 고수익과 안정성을 동시에 갖췄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양그룹에 대한 법정관리가 현실화되면서 동양그룹 회사채·CP에 개인투자자들이 투자자금을 사실상 날릴 위기에 몰렸다.
해당 회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법원은 일단 모든 채권·채무를 동결한 뒤 회사에 대한 실사에 나선다. 수개월에 걸친 실사를 통해 존속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높다고 판단하면 정상화 절차에 착수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파산 절차를 밟는다.
시중은행의 고위 관계자는 “법원이 어느 쪽을 택해도 채권 보유자들은 투자금 상당액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박일경 기자 ikpark@
뉴스웨이 박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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