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불확실성에 27일 오전 원·달러 환율 1480원 터치트럼프 2기 체제 앞두고 연내 1500원 돌파 가능성 솔솔"탄핵정국 불확실성 확산시 예상보다 조기에 1500원 도달"
2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오전 11시 5분 현재 전일 대비 13.50원 오른 1482.7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2.7원 상승한 1467.5원에 거래를 시작해 개장 이후 등락을 오가는 모습을 보이다 1480원대까지 치솟았다. 이는 장 중 고가 기준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6일 1488.0원 이후 15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원·달러 환율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됐으나 여전히 고공행진을 멈추지 않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26일 여야 합의 전까지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겠다고 못 박고 더불어민주당이 한 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로 응수하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여전히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환율의 가장 큰 원인은 한미 간 금리 역전 현상과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 때문이나 최근 급격한 원화 약세는 정치적 혼란의 영향"이라며 "경제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불확실성과 정책의 미지수이다. 현재 하루에 10원 이상 환율이 급등하는 현상은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12월 소비자심리지수 급락도 국내 내수 경기에 대한 우려감을 키우며 원·달러 환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1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88.4로 전월 대비 12.3%포인트(p) 급락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25일 공개한 '2025년 통화신용정책 운영 방향' 보고서에서 내년 추가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을 예고한 점도 원화 가치 상승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물가 상승률 안정세를 이어가고 성장의 하방 압력을 완화하는 동시에 금융 안정 리스크에도 유의하면서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대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금리 인하 속도조절에 나서며 강달러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 연준은 최근 제시한 점도표에서 내년 말 예상 기준금리를 9월 전망치인 3.4%에서 3.9%로 높였다. 내년 금리인하 횟수를 '스몰컷' 기준으로 계산하면 4회 금리인하에서 2회로 축소한 것이다.
관세 정책 현실화, 보호무역주의 등의 공약을 내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내년 1월 예고된 점도 환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 2016년 트럼프 1기 정부 당시에도 달러는 10% 이상 강세를 보였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당선인 취임 전후로 환율이 1500원을 돌파할 가능성을 높게 보는 분위기다. 탄핵정국 불확실성이 확산된다면 예상보다 조기에 1500원 수준에 도달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조절이 글로벌 미 달러 강세를 부추기며 원화가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면서 "트럼프 취임 직전 환율 시작점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에 따라 내년 환율 경로가 달라질 것이다. 환율이 안정되지 않는다면 1500원대 환율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도 "연초 트럼프 2.0 정책 리스크, 미 연준 통화정책 불확실성 그리고 국내 경기 둔화 압력 확대에 따른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인하 기대감이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 기대감으로 작용할 공산이 높다"며 "탄핵정국 불확실성이 확산된다면 예상보다 조기에 1500원 수준에 도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내년 상반기까지도 고환율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경제 타격에 대한 우려감도 높아지고 있다. 고환율은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기업들의 생산 비용이 오르면 국내 소비자 물가도 상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될 경우 내수침체로 이어진다.
외환당국은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해 각종 시장안정정책 내놓고 있으나 강달러 현상 막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양 교수는 "고환율로 투자자와 국민이 패닉 상태에 들어가면 상당히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며 "한은이 크게 개입하지 않으면 금년에도 1500원을 터치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지금 이 상태라면 국가 신인도를 유지시킬 수 없다"고 우려했다.
뉴스웨이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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