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이어 2년여 만에 7840억원 투자 결정中 친환경차 수요 급증에 개발·생산 자금 조달맞춤형 전기차 판매 성적, 투자 확대 잣대될 듯
13일 자동차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현대차와 베이징자동차는 22년째 합작법인으로 운영 중인 베이징현대에 대해 각각 5억4800만달러(한화 약 7840억원)씩 총 10억9600만달러(한화 약 1조5680억원)를 균등 투자키로 했다.
양측의 정확한 투자금 납입 시기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내년 상반기쯤 증자 절차를 마무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드 사태 후 판매량 급감에 '脫중국' 정책 추진
현대차는 선제적으로 중국 사업에서 힘을 빼는 모양새를 취해왔다. 이는 중국 내 판매량의 감소와 연관성이 깊다. 현대차는 지난 2016년 말 기준으로 중국에서 한 해 동안 114만2016대의 차를 판매하며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러나 2017년 우리 정부가 추진한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도입 사태를 겪으면서 타격을 입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이 본격적으로 일어났고 이 때문에 2017년 판매량이 1년 전보다 31.3% 줄어든 78만5007대로 집계됐다.
사드 도입 관련 혼란이 잦아들고 중국 정부의 한한령 조치도 완화됐지만 현대차의 중국 판매 실적은 더 나빠졌다. 지난 2020년에는 연간 판매량이 50만대 밑으로 떨어졌고 지난해에는 24만2000대까지 급감했다. 정점을 기록했던 2016년에 비하면 78.8% 줄어든 것이다.
이후 현대차는 중국 내 생산 시설을 축소했다. 2021년 베이징 1공장을 매각했고 지난해에는 충칭 공장을 팔았다. 또한 지난해부터 가동을 멈춘 창저우 공장도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이렇게 되면 현대차의 중국 내 생산 시설은 베이징2·3공장만 남게 된다.
현대차는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들이 중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며 경영난을 겪는 중에도 승승장구했다. 이 과정에서 현대차는 성장 요인으로 선제적 '탈(脫)중국' 정책을 꼽았다. 중국 대신 인도와 동남아시아 등 신흥 시장에 힘을 준 것이 실적 개선으로 돌아왔다는 해석이다.
현지 맞춤형 전기차 생산 기지 구축 가능성 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가 중국 시장의 잠재력을 다시 주목하고 투자에 나선 만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실 현대차가 사드 사태 이후 선제적으로 중국에서 힘을 뺀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아예 중국 시장을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지난 2022년에도 베이징자동차와 함께 베이징현대에 대한 증자에 나선 바 있다.
현대차와 베이징자동차는 지난 2022년 3월 4억7100만달러(한화 약 5650억원)씩 총액 9억4200만달러를 분담 투자했다.
당시 현대차는 "중국 자동차 시장 내 전동화 전환에 대한 대응 차원의 투자"라고 설명했지만 이후에도 현대차는 중국에서 제대로 된 전기차를 생산하지 않았다. 한때 충칭 공장의 전기차 전용 공장 전환이 논의되기도 했지만 공장을 매각하면서 이 계획은 무산됐다.
업계 안팎에서는 현대차가 이번 추가 투자를 계기로 중국 시장 여건에 맞는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차를 현지에서 직접 생산하지 않겠느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중국에는 저가형 전기차 브랜드가 다양한 차를 내놓고 있는데 이 경쟁에 뛰어드는 셈이 된다.
여기에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중국 내 친환경차 수요가 한몫을 했다. 지난 10월 기준 중국 내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의 판매 비중은 49%로 4년 전보다 무려 7배 폭증했다.
현대차의 중국 전기차 시장 진출이 다소 늦었다는 지적도 있지만 품질의 완성도를 놓고 본다면 중국 현지의 저가형 전기차보다는 우수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현대차는 내년 중국 시장 맞춤형 전기차를 내놓을 계획을 갖고 있다. 현대차가 중국에서 전기차를 출시하는 것은 중국 진출 이후 처음이다. 여기에 내후년인 2026년에는 친환경차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전기차는 당장 울산·아산공장에서 만든 물량의 수출로 대체할 수 있지만 안정적 물량 수급을 위해서는 현지 생산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 특히 중국 정부가 내연기관 자동차의 생산과 판매를 점진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밝힌 만큼 체제를 바꿔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번 투자를 통해 중국 내 친환경차 개발을 위한 자금을 조달하고 베이징 공장을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 생산 기지로 전환하는 마중물의 역할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와 함께 중국이 신흥 시장으로 향하는 중간 지대에 있는 만큼 베이징 공장을 신흥 시장으로의 자동차 수출 전진기지 역할로 만드는 일에도 이번 증자에 투입된 돈이 활용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가 사드 사태 이후 중국에서 좋은 성과를 올리지 못했지만 근본적으로 중국 시장에 대한 중요성을 간과하지는 않은 듯하다"며 "내년에 나올 현지 맞춤형 전기차 판매 성과에 따라 추가 투자 확대 가능성을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andrew.j@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