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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그리고 효성

[데스크칼럼]1998년., 그리고 효성

등록 2013.11.04 16:31

수정 2013.11.04 16:39

황의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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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그리고 효성 기사의 사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아래 전국민이 혹독한 시련의 시기를 보내던 1998~1999년은 대한민국의 기업에도 큰 위기였다. 당시 30대 그룹 중 한일합섬, 대농, 진로 등 절반이 쓰러졌다.

LG, 삼성은 그룹 내 계열사와 합병하거나 기능을 대폭 축소했다. 셀러리맨 신화의 상징이던 대우그룹과 한때 재계서열 5위까지 올랐던 쌍용그룹은 결국 해체의 길로 들어섰다. SK그룹 역시 4조3000억원에 달하는 자본잠식으로 심각한 후폭풍을 겪었다.

효성그룹도 그룹의 모기업인 효성물산의 부도설이 증권가와 금융가에 파다하게 나돌았고 이 회사에 보증을 서 주었던 계열사조차 연쇄부도 위기에 몰렸다.

당시 종합상사들이 모두 그러했듯 효성물산도 정부의 명(?)을 받아 무리한 수출로 부실이 누적된 상태였는데 외환위기가 닥치자 위기가 현실이 됐다.

그 당시 위기에 빠진 기업이 방법은 세 가지 정도, ‘파산을 하거나’ ‘공적자금을 받거나’ 아니면 ‘벌어서 갚거나’ 였다. 효성은 선택은 세 번째였다. 직원을 거리에 내몰지 않고, 국가경제에 피해를 주지 않고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효성그룹은 그해 여름 그룹내 덩치순으로 1~4위를 차지했던 효성물산과 효성생활산업, 효성중공업, 효성T&C를 통합해 (주)효성를 세웠다.

계열사 수는 20개에서 11개로 줄었고 팔 수 있는 건 다 팔았다. 2년간 6000억원을 만들어 빚을 갚았다. 결국 주력 4사 합병으로 효성그룹은 재무구조가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당시 효성그룹과 비슷한 선택을 한 곳들은 지금도 한국경제의 큰 지탱목이 되고 있다. 이들의 선택은 위험했지만 탁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이어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이 검찰의 타깃이 됐다. IMF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해외 계열사의 부실을 감추기 위해 10여년동안 분식회계를 했다는 게 주된 이유다.

항변 이유는 간단하다. IMF라는 특수한 시기를 감안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 시기 기업이 살아남으려면 총수의 결단이 필요했고 그 결단은 결국 ‘신의 한수’가 됐다는 것이다.

만약 그냥 기업을 파산시키거나 공적자금을 투입했더라면 가뜩이나 어려운 한국경제는 더 어려웠을 거라는 게 기업들의 주장이다.

일리가 있다. 시계를 IMF 때로 되돌려보자. 수많은 중소·영세기업이 나자빠졌고 삶의 터전을 잃은 직장인들은 집이 아닌 지하도로 숨어들어야 했다.

정부는 어떻게 하든 기업이 무너지는 것을 막으려 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당시 경제부총리와 주 거래은행장에게 불려간 조석래 회장은 효성물산을 파산시키면 “모든 계열사 대출금을 회수하겠다”는 협박아닌 협박을 받았다고 한다.

효성뿐이 아니다. 그 시기를 견뎌낸 많은 기업들은 최악의 상황 속에서 최선의 선택을 했다. 법리적 판단을 떠나 IMF라는 특수한 시기에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였던 기업들을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의 기준으로 칼을 들이대는 것이 맞는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는 기업이 50곳이 넘는다고 한다. A사는 3000억원, B사는 2조원, C사는 4000억원이 넘는 세금이 추징될 것이란 루머가 돌고 있다. 효성그룹도 최근 국세청으로부터 3600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추징 받았다.

국회에 계류 중인 기업의 희생을 전제로 한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이 100개가 넘고 감옥에 가 있는 기업 총수도 10여명에 달한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며칠 전 기업 투자 진척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30대 그룹 사장단을 불러 모았다가 비토의 대상이 됐다. 이것도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기업의 불만이 최고조에 달했다는 걸 보여준다.

검찰의 총수에 대한 일련의 조사는 순수성을 의심받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효성그룹에 대한 조사로 의심의 강도는 더 세졌다. 검찰로선 억울하다고 항변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이 그렇다.

기업이 덜 낸 세금이 있다면 국가는 당연히 징수를 해야 한다. 그러나 경제도 어려운 상황에서 대기업 50여 곳을 한꺼번에 세무조사를 하고, 과도한 세금을 물게 하고, 그것도 모자라 강도 높은 검찰조사를 받게 하는 일련의 상황들에는 뭔가 해명이 필요하다.

황의신 산업부장 phi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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