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 건물 충돌은 처음···주민 인명피해 없으나 32명 대피헬기 기장 박인규(58), 부기장 고종진(37)씨 사망안개로 시야 잃은 듯···인근 서울공항 가시거리 800m
이날 오전 8시 54분쯤 서울 삼성동 38층짜리 아이파크 아파트에 민간 헬리콥터가 충돌해 추락했다.
소방방재청은 이 아파트 102동 24∼26층에 헬기가 충돌한 후 아파트 화단으로 추락, 조종사 박인규(58), 부조종사 고종진(37)씨 2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 사고로 아파트 21층에서 27층까지 창문이 깨지고 외벽이 상당 부분 부서졌다. 헬기는 꼬리날개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이 모두 파손돼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상태다.
현장에는 경찰과 소방관 등 300여명이 투입돼 사망자 시신을 수습, 병원으로 옮기고 추락한 헬기 잔해를 수거했다.
피해를 본 아파트 21∼27층에는 주민 8가구 32명이 있었으며 이들은 모두 사고 직후 신속하게 대피해 주민 인명피해는 없었다. 당시 피해층에 있던 여성 2명이 충격에 놀라 병원으로 옮겨져 안정을 찾은 뒤 퇴원했다.
강남구청은 강남구 소재 오크우드 호텔과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을 주민들이 생활할 임시 거처로 확보했다. 구청은 관계기관과 함께 헬기와 충돌한 아파트에 대해 정밀 안전진단을 할 계획이다.
사고 헬기 기종은 8인승 시콜스키 S-76 C++로 LG전자 소속 민간헬기다.
국토교통부는 사고수습본부를 서울항공청에 설치하고 사고조사관 5명을 급파,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항공당국은 사고 헬기가 이날 오전 8시46분 김포공항을 이륙, 한강을 따라 정상 경로로 비행하면서 LG 임직원을 태우려고 잠실헬기장으로 이동하다 착륙을 앞두고 경로를 벗어나 아파트를 들이받은 것으로 추정했다.
김재영 서울지방항공청장은 언론 브리핑에서 “사고 헬기가 한강 위로 비행하다 잠실헬기장에 내리기 직전 마지막 단계에서 경로를 약간 이탈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정확한 경로는 블랙박스를 수거해 분석해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LG전자 관계자는 “2007년에 구입한 헬기로 오래된 헬기는 아니다”라며 “직원들이 지방사업장을 오갈 때 회사 인터넷을 통해 신청해 사용하는 헬기로 LG전자가 보유한 2대 중 1대가 사고가 난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 헬기가 김포공항에서 이륙할 당시 이륙을 위한 시정(visibility) 조건은 모두 정상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날 오전 안개가 아파트 상층부를 덮을 정도로 심한 상태여서 조종사가 착륙 당시 경로나 고도 파악에 어려움을 겪었을 개연성도 제기돼 향후 원인 규명 과정에서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날 종로구 송월동 기상관측소에서 오전 9시 측정한 가시거리는 1.1km였으나 같은 시각 공군 관측소 중 사고 지점에서 약 5km 떨어진 성남기지에서 측정한 가시거리는 800m였다.
기상청은 가시거리가 1km 미만으로 떨어지면 '안개', 1km 이상이면 옅은 안개인 '박무'가 낀 것으로 판단한다.
사고가 발생한 지역은 평소 안개가 짙게 낄 경우 아파트 고층부를 덮는 날이 자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상청 관계자는 “안개는 지역에 따라 편차가 크다는 특징이 있다”며 “송월동 주변에는 옅은 안개가 꼈지만 삼성동에는 더 짙은 안개가 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사고는 국내에서 헬기가 도심 건물에 충돌한 첫 사례로, 2001년 육군 헬기가 서울 올림픽대교 조형물을 들이받은 사고 이래 도시 한복판에서 발생한 헬기 사고로도 12년 만의 일이다.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사고 헬기의 블랙박스를 분석해 비행경로 이탈, 사고 당시 고도와 속도, 조종실 대화 내용 등을 조사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밝힐 계획이다. 블랙박스 정밀 분석에는 통상 몇 개월이 걸린다.
연합뉴스
뉴스웨이 김지성 기자
kjs@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