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강호에 의한, 송강호를 위한, 송강호의 한 해
올해 송강호는 세 작품을 선보였다. 제작비만 한화 400억 원 대가 투입된 봉준호 감독의 글로벌 프로제트 ‘설국열차’ 그리고 계유정난이란 역사적 사건을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한 한재림 감독의 ‘관상’ 그리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삼은 ‘변호인’이다. 앞선 두 작품으로만 송강호는 무려 1850만 명을 극장으로 끌어 당겼다.
미래를 배경으로 한 ‘설국열차’에선 봉 감독의 전작 ‘괴물’에 이어 고아성과 함께 다시 부녀사이로 동반 출연했다. 내로라하는 할리우드 스타들과 함께 호흡하면서도 특유의 카리스마를 잃지 않았다. 전 세계 거장 감독들이 극찬하는 연기력의 소유자 틸다 스윈턴 조차 촬영 당시 송강호의 연기에 “숨을 멎을 정도였다”고 찬사를 보낸 바 있다.
과거를 배경으로 한 ‘관상’에선 조선시대 역사 중 가장 드라마틱한 계유정난의 한 가운데 선 가상의 인물 ‘내경’을 연기했다. 김종서와 수양대군의 날선 대립을 온 몸으로 느끼며 역사의 흐름을 바꿔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는 이내 아버지의 모습으로서 시간의 흐름은 그 무엇도 바꿀 수 없었다.
이제 ‘변호인’으로 돌아온 그는 현대사에 가장 격동기로 기록될 1980년대 초반 ‘부림 사건’을 온 몸으로 막아낸 한 인권 변호사의 일대기를 특유의 허허실실 연기력으로 스크린 속에 그려낸다. 이미 개봉 전 온라인에 공개된 ‘예고편’속에 담긴 송강호의 일갈은 범접할 수 없는 연기력의 정답을 관객들에게 보여 준다.
2013년 한국 영화의 미래와 현재 그리고 과거를 관통하는 하나의 거대한 코드는 바로 송강호다. 그를 빼고 2013년을 논하는 것은 팥 없는 찐빵이나 다름없다.
◆ 장르의 다양성, 기대의 의외성
“예상 밖의 선수가 미쳐야 경기를 지배할 수 있다”는 프로야구 감독들의 말처럼 올해 최고의 한해를 보낸 한국영화계 미친 존재감들은 단연코 ‘예상 밖의 영화’들이었다. ‘예상 밖’이란 말에 가장 부합되는 올해 개봉작은 ‘7번방의 선물’이었다.
총 제작비 60억 원 대의 평범한 휴먼 코미디 영화인 ‘7번방의 선물’이 흥행 할 것이란 예상은 어느 누구도 못했다. 주연 류승룡이 지난해 ‘광해’로 1000만 배우에 등극했지만 오롯이 극을 이끈 배우라고 보기는 힘들었다. 조연급 배우들의 찰진 코미디가 기대됐지만 흥행 공식 상 ‘7번방의 선물’은 중급을 넘기 힘들었다. 하지만 뚜껑이 열렸고, 입소문이 퍼지면서 그야 말로 난리가 났다. 누적 관객 수 1280만 명을 기록했다. 누적 수입액만 913억원을 기록했다. 한국영화계의 흥행 공식 패러다임을 바꾼 기념비적인 영화로 기록될 작품이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도 ‘예상 밖’의 주인공이다. 언론 시사회 뒤 쓰디쓴 혹평이 이어졌다. 원작 웹툰의 골수팬들마저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하지만 결과는 누적 관객 수 695만 명으로 막을 내렸다. 김수현이란 하이틴 스타의 막강 티켓파워를 보여 준 의외의 영화였다.
가을께 개봉한 ‘숨바꼭질’은 스타 파워와 제작 규모 면에서 흥행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손익분기점만 넘기면 성공이란 말이 당연하게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역시 결과는 560만명의 대박을 기록했다.
극심한 극장가 비수기 흥행을 이끈 ‘신세계’와 ‘친구2’는 각각 450만과 300만 수준을 동원하며 느와를 장르의 성공 가능성을 타진했다.
이밖에 ‘베를린’(715만명), ‘더 테러 라이브’(557만 명) ‘감시자들’(550만명) 등이 흥행에 성공했다. 장르의 편중이 없는 다양한 영화와 500만 이상의 흥행작이 쏟아진 한 해다.
◆ 신인, 기성 그리고 배우 출신···‘감독의 해’
이름 하나로 모든 것을 말하는 봉준호 감독이 ‘설국열차’로 다시금 저력을 보여줬다. ‘충무로 액션제왕’ 류승완 감독은 ‘베를린’을 통해 한국형 첩보액션을 정립했다. 연이은 흥행 참패로 충무로의 뒤안길로 물러났던 곽경택 감독은 자신의 출세작 ‘친구’의 속편을 들고 보란 듯이 재기에 성공했다. 2011년 영화 ‘평양성’ 이후 상업영화 은퇴를 선언했던 이준익 감독은 올해 ‘소원’으로 화려하게 컴백했다. 특유의 위트를 빼고 담담한 시선으로 연출한 ‘소원’은 청룡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하며 이 감독의 복귀에 힘을 실어줬다.
괴물 같은 신인 감독이 유독 많이 데뷔작을 내놓기도 한 2013년이다. ‘숨바꼭질’의 허정, ‘더 테러 라이브’의 김병우 등 두 괴물 감독의 등장에 충무로가 가쁜 숨을 내쉬었다.
스크린 티켓 파워의 꼭지점 신구세대로 불리는 하정우와 박중훈은 각각 ‘롤러코스터’와 ‘톱스타’로 연출력에서도 티켓파워를 보이며 배우-감독 겹업의 가능성을 타진 받았다.
김재범 기자 cine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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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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