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단 머릿수 유지하기도 힘들어··· 외연 넓히기도 난항
쇄신을 선언했던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변화에 추진력을 얻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대기업 총수들은 전면에 나서는 걸 꺼리고 경제민주화 역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신축 회관인 FKI타워는 첨단으로 무장하며 더 높아졌지만 실상 전경련의 위상은 날이 갈수록 초라해지고 있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거센 경제민주화 바람 속에 대기업총수들이 연이어 사법기관의 수사를 받아야 했던 지난해 11월 전경련은 “대기업의 이해만을 대변하는 이미지를 벗고 국가 비전을 제시하는 단체로 인식될 수 있도록 체질 바꾸기에 나서겠다”고 선포했다.
하지만 전경련에 변화의 바람은 눈에 띄지 않고 있고 오히려 위상은 점점 초라해지고 있다는 지적들이 나온다.
재계의 경제활성화 외침들은 지난 연말과 연초, 외촉법을 비롯해 부동산활성화를 위한 법안들이 대거 통과되며 소기의 성과를 거두는 듯 했다. 하지만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중심으로 중소기업 적합업종 및 가맹사업법 등 경제민주화 법안 역시 그만큼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회장단 회의에 참석하는 총수들의 숫자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재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건희 삼성 회장, 구본무 LG 회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 등은 사실상 전경련 행사에 거의 참석하지 않는다.
김승연 한화 회장, 최태원 SK 회장, 현재현 동양회장 등은 사법부의 심판을 받고 있거나 받은 직후라 전경련 참석이 곤란한 상황이고 강덕수 STX 회장은 이제 경영일선에서 발을 뗐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도 경영난으로 회장단 활동이 쉽지 않다.
부회장단에 있던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전경련 부회장단 사의를 표명했다. 대한상의 회장으로서 역할에만 충실하겠다는 입장이었다.
박 회장은 대한상의 수장으로 올라서면서부터 경제활성화 해법을 모색하겠다며 화끈한 행보와 소통을 이어갔다. 그 직후 이어진 전경련 사의 표명이기 때문에 재계에서는 같은 노선을 가면서도 새로워지고 있는 대한상의와 그렇지 못한 전경련을 비교하게 될 수 밖에 없는 상황.
전경련은 자꾸만 왜소해지는 회장단을 확충하고자 재계순위 50위권 총수들에게 회장단 영입작업을 벌였지만 불발에 그쳤다. ‘지연되고 있을 뿐’이라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회장단 숫자 유지하기에도 벅차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대기업들은 정부의 사정수사에 지쳤고 여론에선 反대기업 정서가 여전히 팽배하다. 빠듯한 경영활동을 벌이는 총수들이 재계 이익을 외치는 활동을 꺼리고 있는 이유다.
중견기업들을 회원사로 확충했지만 이마저도 실효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부분적으론 연결돼 있지만 또 한편으론 갈등관계에 있다”면서 “만약 상충되는 의견이 나왔을 시 전경련이 과연 어떤 스탠스를 취할지는 뻔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중견기업을 회원사로 둔 중견기업연합회도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고 있어 상황에 따라 마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원영 기자 lucas201@
뉴스웨이 최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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