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잊혀질 권리’ ECJ 판결 수용 파장표현의 자유·알권리에 우선한 개인 사생활 보호
‘잊혀질 권리’에 대한 논란은 스페인 변호사인 마리오 코스테하가 구글과 신문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시작됐다. 그는 구글 검색엔진에 자신의 이름을 입력했을 때 이미 해결된 자신의 빚 문제와 재산 강제매각 내용이 담긴 1998년 신문기사가 검색되자 스페인 정보보호원에 삭제를 요구했다.
그러나 신문사와 구글은 “기사 내용이 모두 사실이므로 문제가 없다”며 “삭제 요청은 검열에 해당한다”고 거부했고 이 사건은 결국 스페인 법원에 넘겨졌다.
스페인 법원은 다시 ECJ에 이 사건의 해석을 의뢰했고 ECJ는 “부적절하거나 연관성이 떨어지거나 과도한 개인정보에 대해 정보 당사자가 구글을 상대로 삭제를 요구할 수 있다”며 데이터 삭제 요구 권리를 인정했다.
사실상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보다 ‘개인의 사생활 보호’에 더 중점을 둔 것이다. 이는 ‘잊혀질 권리’를 적극적으로 인정한 첫 사례로 유럽연합(EU) 28개국 5억명의 주민에게 적용된다.
이에 구글은 지난달 30일 삭제 링크를 만들었으며 신청 첫 날만 1만2000명의 신청자가 몰리는 등 높은 관심을 확인했다. 독일 정부의 경우 ‘잊혀질 권리’와 관련한 분쟁을 전담하는 법정도 만들기로 했다.
문제는 인터넷의 특성상 ‘잊혀질 권리’에 대한 ECJ의 판결이 전 세계에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또 구글 뿐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 야후 등 다른 포털 업체들도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며 트위터, 페이스북 등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위키피디아 같은 정보공유 서비스도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사용자가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에 개인정보 관련 게시물을 삭제 요청했을 때 즉시 지워주도록 하는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기 때문에 ECJ의 이번 판결이 법안 통과에 영향을 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이 발의한 것으로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인터넷에 올린 사적인 글과 사진 등의 정보를 개인 차원에서 통제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잊혀질 권리’는 ‘표현의 자유’, ‘알 권리’와 상충돼 이에 앞선 사회적 합의가 선결과제로 떠오른다.
실제 파이낸셜 타임스는 “사기 전과가 있는 사람이 결혼을 앞두고 자신의 정보를 삭제해 달라고 요구한다면 삭제를 해 주는 게 맞을까, 아니면 상대방의 알 권리를 위해서 그냥 두어야 하는가”라며 ‘잊혀질 권리’에 대한 딜레마를 지적한 바 있다.
더욱이 현재 국내 이용자들은 이미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44조에 따라 자신과 관련한 게시물을 임시차단하고 이의가 없을 때 삭제를 요청할 수 있어 과도한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힘 있는 정치인이나 대기업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글이 게재됐을 때 이를 빌미로 글을 삭제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유승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해 국감에서 “포털 임시조치제도에 의해 삭제된 게시물이 2008년에 비해 지난해에는 59%가 증가했다”며 “감시가 필요한 정치인과 대기업이 가장 큰 수혜자”라고 꼬집은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잊혀질 권리’는 ‘알 권리’와도 상충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어디까지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느냐가 관건”이라며 “성숙한 논의 없이 법 개정만 성급하게 진행된다면 이에 대한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방송통신위원회는 오는 16일 한국인터넷진흥원이 개최하는 컨퍼런스에서 유럽 사법재판소의 판결에 대한 의미와 국내 상황 등에 대해 종합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김아연 기자 csdie@
뉴스웨이 김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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