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단 “회장 개인적 판단 아닌 회사 전체의 결단”
과거 효성그룹의 역외탈세가 조석래 회장이 개인 차원에서 벌인 일인지 회사가 경영 차원에서 진행한 일이지를 두고 법정공방이 진행됐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각종 위반혐의로 기소된 조석래 효성 회장과 장남 조현준 사장, 이상운 부회장 등 효성그룹 임직원 5명에 대한 두 번째 공판이 23일 서울중앙지법 509호에서 열렸다.
이날 공판에선 조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카프로 차명 주식의 실소유주가 회사인지 개인인지가 최대 쟁점이었다.
검찰은 조 회장이 과거 홍콩의 페이퍼컴퍼니 LF, CTI를 설립해 효성 싱가포르 법인에서 수백억원을 빌려 카프로의 주식을 사들이고 일부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조씨 일가가 수백억원의 차익을 봤다는 시각이다. 아울러 싱가포르 현지법인이 받은 대출금도 함께 손실처리한 뒤 페이퍼컴퍼니의 투자 원금과 수익을 모두 빼돌린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또 조 회장이 개인차명으로 해외에 만든 페이퍼컴퍼니 ACI(일본)와 CWL(홍콩) 명의로 효성 홍콩법인과 본사로부터 수백억원을 빌린 뒤 다시 효성 주식을 매입해 운용하기도 했다는 입장이다.
이에 변호인단은 페이퍼컴퍼니 설립과 카프로 주식매입 등의 모든 행동은 조 회장의 개인적 판단이 아닌 회사 전체의 결단이었음을 강조했다. 카프로 주식은 효성 주도하에 매입, 조 회장 개인 소유가 아니라는 게 변호인단의 설명이다.
변호인단은 “거론된 회사들은 효성그룹 소유의 회사로서 개인회사가 아니라 법인세 부과대상 이었다”며 “경영권 방어를 위해 소유한 것으로 조세포탈의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카프로는 나일론 원료인 카프로락탐의 국내 독점생산 업체다. 과거 코오롱과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효성은 카프로로부터 안정적으로 나일론원료(카프로락탐)를 확보하고 경영권를 방어하기 위해 홍콩에 SPC를 세웠다는 입장이다.
이 과정에서 효성은 임원 명의로 홍콩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뒤 외국인 투자자로 등록해 국내 주식인 카프로의 주식을 매입했다가 이를 재매각했다.
이날 재판부는 관계자 진술조서를 비롯한 수백개 항목에 대한 검찰측과 변호인측의 확인과정을 거쳤다. 이 과정에서 검찰측과 변호인측은 각자 해석의 차이에 대해 설명하고 이를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변호인측은 과거 카프로 주식보유 내역 문건을 공개하며 “의결권에 주목하면 모든 게 선명해진다”고 말했다.
변호인측은 “효성, 코오롱, 중립으로 나눈 주식보유 내역 문서를 보면 50%가 넘는 과반수를 확보하기 위한 고심들이 역력하다”며 “시뮬레이션을 통해 지지율을 검토해 분석한 것을 보면 의결권의 중요도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지 재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과거 행적이 사적편취가 아닌 경영권 확보를 위한 행보였다는 해석이다.
이날 재판부는 조 회장의 차명회사와 계열사들의 지분관계를 확인했다. 변호인단에 따르면 기술료가 사용된 홍콩, 독일 모두 효성의 자회사이고 4개 중국법인 역시 100% 자회사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오전 9시50분께 부정맥 증세와 전립선 암 발병 등으로 통원치료를 받고 있는 조 회장은 직원의 부축을 받으며 힘겨운 표정으로 법원에 들어섰다.
재판부는 서증조사를 진행한 뒤 증인심문을 시작할 방침이며 매주 월요일마다 조 회장에 대한 심리를 진행할 예정이다.
최원영 기자 lucas201@
뉴스웨이 최원영 기자
lucas201@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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