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하우스푸어, 최대 156만가구주택대출 규제 완화는 ‘위험신호’현행 기준 넘어선 대출 적지않아대출 감당 못해 주택경매로 넘어가결국 금융권 부실로 이어질 수도
최경환 경제부총리 취임 후 주택담보대출 규제 대폭 완화 논의가 본궤도에 오르자 일부 전문가는 후폭풍을 우려,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특히 정책 부작용으로 하우스푸어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 있어 냉철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국 하우스푸어는 최대 156만가구(2011년 기준)로 추산된다. 자신 스스로 하우스푸어라고 여기는 가구는 248만가구에 이른다. 가계부채는 1000조원을 넘어선 지경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하우스푸어는 가계부채가 핵심 이라며 해결을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정권 초기부터 부동산 경기부양에 무게를 두면서 하우스푸어 대책은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이미 대선 공약이던 지분매각제도와 사전 가입 주택연금 제도는 폐기됐다.
지분매각제도는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가 하우스푸어 주택을 사주는 것이다. 사전 가입 제도는 6억원 이하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나중에 연금 총액을 한번에 찾아 대출을 갚게 하는 제도다. 하우스푸어 주택을 사들여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희망임대주택 리츠′ 사업도 이달 3차로 중단키로 했다.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는 “LTV·DTI 완화는 가계부채 문제를 악화시킬 것”이라며 “하우스푸어 문제가 위험 수위에 다다른 이런 시기에 인위적으로 가격을 끌어 올리는 정책보다는 실효성 있는 주거안정 정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 기어코 ‘판도라의 상자’ 여나=정부는 이런 현실을 외면한 채 LTV완화를 검토 중이다. 문제는 정책 효과가 사실상 없을 것이라는 게 자명하다는 점이다. 현행 수도권 공동주택 50%, 비수도권 60%으로 정해져 있기는 하지만 금융권에선 실제거래가격이 아닌 매도호가인 국민은행 시세를 적용해 대출해주는 탓이다.
시장에서 실제 거래되는 가격과 집주인이 부르는 호가는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 대까지 차이가 있음에도 이를 기준으로 LTV 비율을 산정해 이미 현행 기준을 훨씬 넘어서는 대출이 허다하다.
우리나라 고유의 임대방식인 전세를 대입하면 위험은 배가된다. 금융권에서 산정하는 LTV 비율에는 전세 보증금이 반영되지 않는다. 전세 보증금이 은행에서 빌리지만 않았을 뿐이지 엄연한 빚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6월 기준으로 LTV 비율 내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27.3%가 감춰진 상태라고 밝혔다. 전세 보증금을 반영한 주택의 실질 LTV 비율은 75.7%에 달했다.
은행 대출에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산 사람이라면 대출 원리금을 갚으면서 세입자에게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기도 어려운 셈이다. 이를 모두 고려하면 실질 LTV는 80%대 이상으로 치솟는다. 현재 기준(60%)에서도 100%를 초과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최근 집값 하락이 이어지면서 실질 LTV는 더 뛰어오른다. 집주인들이 대출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면서 전셋값이 치솟아 전세난은 심화됐고 동시에 역전세난의 위험마저 커졌다.
◇탈출이냐 버티기냐···갈림길에 선 하우스푸어=집주인이 대출금을 갚지 못해 집이 경매에 넘어가면 통상 시세 70~80% 수준에 낙찰된다. 은행 채무를 우선 변재하고 나면 세입자는 전세 보증금을 떼일 위험이 크다. 전세 보증금 규모는 400조~500조원에 이른다.
실제 이런 현상은 현재 진행형이다. 부동산태인이 올해 상반기 수도권에서 상반기 수도권에서 발생한 주택경매를 집계한 결과 주택대출 연체로 발생한 임의 경매는 2만492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만2850건)보다 2070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임의경매는 전체 주택경매 중 83.64%를 차지했다. 10명 중 8.3명은 대출금 연체로 집이 경매로 넘어갔다. 대출을 감당하지 못하고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사태가 심화하면 자칫 금융권 부실로도 이어져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
전문가들은 국제 경기침체로 몰고 간 2008년 미국 금융위기가 5% 정도에 불과한 서브프라임론 대출이 부실화로 촉발 돼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갔던 사실을 환기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팀장은 “정부의 이번 조치는 극단적인 방법까지 동원할 만큼 부동산시장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방증”이라며 “더 주저할 시간이 없다. 주택에 대한 소유욕을 냉정하게 내려놓고 신중하게 결정을 내릴 때가 됐다”고 말했다.
성동규 기자 sdk@
뉴스웨이 성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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