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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담뱃값 이어 주민세까지 여론 악화

정부 담뱃값 이어 주민세까지 여론 악화

등록 2014.09.12 17:28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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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담뱃값과 주민세 인상에 나서면서 서민증세 논란과 함께 조세저항 움직임이 일고 있다. 쓸 곳은 많은데 채울 여력이 부족한 곳간 탓에 결국 서민 지갑을 털면서 정부의 증세 방침에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다.

11일 보건복지부는 담뱃값을 2000원을 인상하는 안을 발표했다. 10년간 동결됐던 담뱃값이 오르는 거라 인상 폭에 대해 주목할 만한 일이지만, 눈에 띄는 점은 종가세(가격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방식) 방식의 개별소비세가 별도로 부과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개별소비세는 사치품 등에 부과되는 소비세다. 여기에 물가가 오르는 만큼 담배가격도 따라서 상승하는 물가연동제도 도입하기로 해 담배가격은 지속적으로 오를 전망이다.

정부 추산에 따르면 담배가격 인상분으로 얻게 되는 세수는 연간 2조8300억원. 올해 외교 통일에 배정된 예산이 4조200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규모다.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해 담뱃값 인상을 단행하겠다는 정부의 말은 표면적인 명문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이유다.

담뱃값에 이어 당장 주민세, 자동차세도 인상된다. 이날 안전행정부는 ‘2014 지방세제 개편 방안’을 통해 20년 이상 동결돼 온 지방세를 올리기로 했다. 1992년 이후 오르지 않았던 주민세, 자동차세를 물가상승 수준을 고려해 현실화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주민세는 현재 5단계인 과세구간을 9단계로 세분화해 2년에 걸쳐 100%로 인상한다. 1991년 이후 동결된 자동차세도 물가인상률 105%를 고려해 3년에 걸쳐 연차적으로 올릴 방침이다.

정부의 연이은 세금 인상안 발표로 조세저항 여론이 강하게 형성되고 있는 가운데 기획재정부도 사실상 증세를 인정했다. 문창용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12일 담뱃값과 주민세 인상 등을 볼 때 증세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담뱃값 인상) 증세가 아니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국민건강을 위해 담뱃값을 올리면 자연스레 세수 증가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증세 목적으로 담뱃값을 올린 것은 아니지만, 가격정책에 따라 간접적인 증세 효과가 나타났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정부 재정 곳간 상황은 악화일로다. 쓸 곳은 많은데 들어오는 수입은 턱없이 부족하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세수입은 목표치 210조4000억원보다 8조5000억원 모자란 201조9000억원을 걷는 데 그쳤다. 연간 목표 세수대비 징수실적인 상반기 세수진도율은 45.5%(98조4000억원)로 대규모 세수 펑크가 발생한 지난해보다 2.7%포인트 하락했다. 올해도 8조원이 넘는 세수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처럼 긴축재정을 펼쳐도 모자랄 상황이지만 지출 내역은 오히려 늘었다. 정부는 세월호 사태로 침체된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올해만 41조원 규모의 거시정책 패키지를 운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내년 예산도 늘렸다. 올해(355조8000억원)보다 약 20조원 늘어난 376조원으로 편성키로 했다. 당초 중기재정운용계획을 통해 계획했던 내년도 예산 증가율은 3.5%였지만 5.7%로 확대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1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년도 총지출 증가율을 5.7% 규모로 정했다”며 “당초보다 8조원 증가돼 내년도 규모를 약 20조 원으로 잡을 것”이라고 보고했다. 늘어난 예산은 안전 분야 투자, 경제활 성화를 위한 기업 투자, 일자리 분야에 쓰일 예정이다. 특히 20조원 가운데 14조원은 복지에 투입된다.

정부가 그동안 ‘증세’는 없다고 방침을 밝혀왔던 탓에 ‘우회증세’ 논란은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경제활성화를 위해 재정만 확장적으로 운영한다고 해서 경기회복의 모멘템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경기활성화와 더불어 재정건전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영훈 바른시민사회 경제실장은 “담배가격과 주민세 인상이 한 번에 진행되면서 결론적으로 증세와 비슷한 효과를 내고 있다”며 “경제 활성화를 통한 재정확대 정책은 국가 부채를 증가시켜 결국 재정건전성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김은경 기자 cr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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