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공사로 심사기구 이전···글로벌 기준 없고 ‘갑을관계’ 등 문제점 산재
또 지난달 28일에는 서울신라호텔이 처음으로 별 등급을 부여받으며 대한민국 최초의 5성 호텔로 선정됐다. 아울러 관광공사는 현재 6개 호텔의 등급 심사를 마무리하고 심사 결과를 통보할 예정이다.
하지만 처음 시작된 제도인 만큼 업계 안팎에서는 여러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평가방식과 새로운 ‘갑을관계’ 형성 등 다양한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별로 호텔 등급을 매기는 새 호텔 등급심사제도의 문제점을 짚어봤다.
◇4월 기준 50개 호텔 별 등급 신청
당초 문체부는 글로벌 스탠다드의 호텔 등급표시제 운영과 호텔 서비스 선진화를 도모하기 위해 5성 체제를 마련했다. 2013년 TF팀을 구성해 1년간 사전준비를 했으며 제도의 조기 정착과 호텔업계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안내와 컨설팅을 강화했다.
제도의 핵심은 무궁화 대신 별로 호텔의 등급을 표시해 내·외국인 누구나 호텔의 등급을 쉽게 판단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공정하고 엄격한 호텔 평가를 위해 TF팀에서는 등급별로 평가기준을 마련했다. 즉 등급에 맞는 심사를 통해 기존 등급인 ▲특1등급 ▲특2등급 ▲1등급 ▲2등급 ▲3등급에서 ▲5성급 ▲4성급 ▲3성급 ▲2성급 ▲1성급의 등급이 호텔에 부여된다.
이와 함께 4성과 5성 호텔은 ‘암행평가’를 받아야 한다. 90일의 평가기간 중 암행평가 심사위원이 신분을 노출하지 않고 직접 호텔에서 숙박하면서 호텔의 모든 서비스와 시설 등을 확인한다. 단 1~3성 호텔을 대상으로는 암행평가 대신 숙박이 없는 ‘불시평가’가 이뤄진다.
또 오는 12월 31일까지는 무궁화와 별 등급 중 택일해서 등급 심사를 신청을 할 수 있고 내년부터는 별 등급만 신청 가능하다. 등급 부여기간은 이전과 같은 3년이며 이에 따라 2018년까지는 무궁화 등급과 별 등급이 함께 운영된다.
아울러 본지와 통화한 관광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4월을 기준으로 총 50개의 호텔이 5성 체계 등급심사를 신청했다. 이에 관광공사는 우선적으로 10개 정도 호텔 평가를 진행했으며 4월 말 서울신라호텔에 이어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의 심사를 마친 상황이다. 또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를 포함해 심사가 끝난 6개 호텔의 심사 결과 통보를 준비하고 있다.
◇글로벌 스탠다드? 정작 국제 기준은 없다
이런 호텔 등급심사에는 큰 오류가 존재한다. 문체부와 관광공사는 글로벌 스탠다드 적용을 위해 별 등급을 선택했지만 전 세계 호텔을 동일한 기준에서 평가하고 등급을 매기는 국제 기준은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관광공사는 세계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 별 등급을 통해 여행객의 편의를 높이고 호텔업계의 홍보를 돕는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누구나 별 개수를 보고 호텔의 서비스를 판단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별을 통한 호텔 등급제의 국가 기준은 각 국가마다 상이하다. 실제로 일부 여행객들이 별 등급만 보고 호텔을 예약했다가 기대와 다른 서비스로 당황스러운 일을 겪는 것도 이런 이유다. 별을 사용하는 국가가 호텔 등급을 심사하는 기간 역시 영국은 1년, 프랑스는 5년 등 상당한 차이가 있고 미국은 별과 다이아몬드 등 국가 내에서 다양한 등급이 혼용되고 있다.
더욱이 세계적으로 최고급 서비스를 자랑한다는 5성급 이상 호텔들의 기준도 불명확하다. 높은 등급들이 호텔 홍보를 위한 마케팅 수단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또 업계에서는 시범운영이나 업계를 대상으로 한 지속적인 의견수렴 없이 무작정 별 등급을 도입한 것이 시기상조일 뿐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해외관광객 유치와 편의만을 위해 단순히 무궁화를 별로 바꿨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말 많은 암행평가, 결국 ‘수박 겉 핥기’
평가방식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 문체부는 호텔 등급제를 개편하면서 심사방식을 대폭 개선했다.
그중 4성과 5성 호텔에서만 진행되는 암행평가는 예고 없이 심사위원이 호텔을 찾아 1박 2일간 숙박하면서 서비스를 점검하는 것이다. 또 5성급 호텔 평가를 기준으로 1000점 만점 중 30%인 300점이 암행평가를 통해 이뤄진다.
문체부는 이를 통해 평소의 호텔 서비스를 점검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암행평가는 1박 2일이란 제한적인 시간에 실시되는 것이다. 호텔의 전반적인 서비스를 평가하는데 물리적인 제약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 심사위원이 머무르는 객실과 이용하는 시설에 대한 평가만으로 국한될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 호텔 전체를 보지 못하는 ‘수박 겉 핥기’ 평가가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전문가와 일반인 각 1명씩 총 2명이 현장을 방문하는데 전문가의 선정 기준과 일반인의 평가 가능 여부를 놓고도 논란이 많다. 관광공사는 기존에 호텔 등급심사를 평가하던 한국호텔업협회와 한국관광협회중앙회의 심사위원을 지냈던 다수의 인사를 평가단에 포함시켰다. 암행평가를 위해 심사위원이 호텔을 방문할 때 호텔과 심사위원이 서로를 인지해 평가의 공정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또 관광공사에서 책임을 지고 교육을 시킨다고 해도 수많은 서비스가 복합적으로 결합된 호텔의 시스템을 일반인이 전문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지도 아직 의문이다.
◇다시 시작되는 정부와 업계의 ‘갑을관계’?
심사 수수료 역시 빠뜨릴 수 없다. 업계에 따르면 기존에는 등급에 관계없이 기본비용 3만원에 객실당 500원의 수수료를 지불했지만 앞으로는 일괄적으로 1∼3성 호텔은 126만원, 4·5성 호텔은 246만원을 수수료로 내야 한다. 여기에 암행평가 비용 역시 호텔들이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라 4·5성을 신청한 호텔들의 부담은 더욱 크다.
이뿐만 아니라 서울과 수도권 이외의 지방 영세 호텔들은 수수료에 대한 불만이 상당하다. 기본적으로 현장평가를 받기 전 도색과 내부 인테리어 보수 등을 위해 수천만원의 비용이 발생하는 것에 오른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심사비가 평가단의 실비 처리로 사용된다고 알려져 업계와 정부 간에 진통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호텔업계가 이런 불만과 논란을 직접 이의제기하기는 어렵다. 기존 한국호텔업협회와 한국관광협회중앙회가 평가를 진행할 때와 다르게 호텔이 등급을 받기 위해 직접적으로 상대해야 하는 것이 중앙정부로 변경됐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업계와 정부의 갑을관계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업계는 평가는 물론 심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선정기구인 관광공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으며 관광시장의 확대로 성장이 예상되는 ‘호텔업계 길들이기’라는 얘기도 적지 않게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호텔을 운영하는데 가장 중요한 시기는 등급을 받을 때다. 하지만 정부기관인 관광공사가 심사를 한다면 평소에도 숨을 죽이고 관광공사에 잘보여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호텔 종사자도 “관광공사가 호텔 관리를 시작하게 되는 시점이라 직접적인 언급은 어렵지만 관리의 주체가 관광공사인 만큼 업계가 정부에 종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관광공사는 아무 것도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관광공사 관계자는 “사전에 TF팀을 구성해 각계각층의 의견수렴을 하고 최적의 평가를 위한 방안을 마련했다. 또 심사위원들만의 평가로 등급이 결정되고 이에 따라 공정성과 투명성이 확보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평가를 진행하면서 우려하는 갑을관계나 암행평가가 논란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재용 기자 hsoul38@
뉴스웨이 황재용 기자
hsoul38@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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