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맛’은 여성의 전유물인 산부인과에서도 출산을 등한시하고 ‘이쁜이 수술’에만 매달리는 전문의 왕성기(오지호)와 남성의 성기를 다루는 비뇨기과에서 ‘확대 전문’ 수술로 주가를 올리지만 정작 남성과의 연애에선 빵점인 전문의 길신설(강예원)의 좌충우돌 러브스토리를 그린다.
‘왕성기’는 누가 봐도 매력적이고 섹시한 남성의 표본이다. 돈 잘버는 훈남 싱글 의사는 뭇 여성들의 사심 표적으로 안성맞춤이다. 하지만 누구에게도 얘기 못할 콤플렉스를 갖고 있다. 트라우마에 의한 발기 부전이다. 강한 남성의 외향적 소유자이면서 정작 남성으로서의 기능 상실에 허덕이는 ‘왕성기’는 이름과는 정반대의 정체성이다. 반면 ‘길신설’은 여성이면서 ‘남성’의 심벌을 고치는 비뇨기과 의사다. 멸시와 천대의 영역에서 그는 자신만의 소신과 또 다른 정신적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그 길을 걷는다. 물론 남성의 심벌을 만지고 고치고 매일 대하는 직업이지만 정작 자신만의 ‘남성적 심벌’인 연애 분야에선 단 한 번도 본적이 없는 쑥맥이다. 이른바 ‘꿈’만 꾸는 연애 무기능자다.
‘연애의 맛’은 정작 ‘연애’(?)가 어떤 맛인지조차 모르면서 겉으로는 누구보다 잘 아는 ‘척’ 해야만 하는 두 남녀의 ‘기능적’ 연애담이다. 19금을 표방하기에 두 사람이 말하는 연애는 누구나 생각하는 그것을 의미하며, 맛은 성인들만 느낄 수 있는 ‘오르가즘’의 다른 맛이다.
연애가 굳이 육체적 관계의 개념에서 설명된다면 참 각박하고 마른감정의 결정체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연애의 맛’은 ‘왕성기’와 ‘길신설’에게 끊임없이 육체 관계가 아닌 플라토닉 러브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물론 그것은 육체의 사랑으로 가기 위한 과정일 뿐이지만 말이다라고. ‘왕성기’의 육체적 트라우마를 건드리는 ‘맹인영’(하주희)이나 ‘길신설’의 ‘무뎌진 남성의 심벌’ 감정을 끄집어 내는 동료 의사 강현민(최령)은 웃고 넘길 수도 있지만 그런 작은 기능을 더하는 캐릭터다.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면서 사랑을 말하지만 정작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 그들의 마음 속 트라우마도 소리 없이 사라지고 이들은 해피엔딩을 맞게 된다. 그리고 느끼는 ‘연애의 맛’은 두 사람이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진짜 인생 최고의 맛으로 스크린을 달콤하게 물들인다.
서로 전혀 다른 남녀가 서로를 바라보면서 악을 쓰는 설정은 이미 트렌디 드라마의 단골 소재로 익숙함을 넘어선 설정이다. 그러나 각자의 아픔을 스스로가 제대로 바라보면서 치유의 과정을 익혀가고, 그 과정 속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상대방에 대한 감정을 해답처럼 찾는 모습은 작지만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로도 충분히 되새겨봄직하다.
‘19금 장르’이면서 산부인과 그리고 비뇨기과를 무대로 펼쳐지는 ‘연애의 맛’은 강도 면에서 꽤 쎈 축에 속한다. 오락용 성인물로서 손색없는 결과물이다. 대사와 노출 그리고 남성들은 모르는 산부인과, 여성들은 알 수도 없는 비뇨기과의 일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묘한 쾌감도 더한다.
오랜만에 등장한 ‘어벤져스’급 19금 섹시 코미디다. 카메오 출연도 ‘어벤져스’와 동급. 7일 개봉.
김재범 기자 cine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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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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