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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방’ 아니면 할것 없는 TV··· 자성의 목소리 필요해

[홍미경의 삐딱하게] ‘먹방’ 아니면 할것 없는 TV··· 자성의 목소리 필요해

등록 2015.04.01 00:01

수정 2015.05.12 11:01

홍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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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가서 먹고, 강원도 산촌 혹은 섬에가서 밥해먹고, 연예인들끼리 모여 살며 먹고. 심지어 늘씬 한 몸매의 섹시한 걸그룹 연예인부터 스타의 아이들까지 복스럽게 먹는 것이 각광받고 있다.

요즘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예능 역시 tvN '삼시세끼-어촌편'을 비롯해 JTBC '냉장고를 부탁해', 수요미식회' 올리브TV '오늘 뭐 먹지' 등 대 놓고 요리가 주제가 되는 프로그램들 외에 SBS '정글의법칙', '룸메이트',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은 먹는 것이 주요 소재는 아니지만 먹방에 집중한 아이템이 자주 등장한다. 이외에도 수 많은 요리 프로그램들이 시청자의 군침을 돋군다.

사진= KBS2 '1박2일', JTBC '냉장고를 부탁해', tvN '수요미식회'사진= KBS2 '1박2일', JTBC '냉장고를 부탁해', tvN '수요미식회'


요즘 말로 먹방(먹는 방송), 쿡방(cook 요리 방송)은 예능은 할것 없고 교양, 드라마에서도 주요 소재로 차용되는 최고의 아이템. 때문에 대한민국 전국민이 보는 지상파 TV는 물론이고 케이블, 종편 채널에서까지 온통 먹거나 요리하는 프로그램 일색이다.

먹방 소재 예능이 이토록 각광받기 전 먹는 방송으로 짭짤한 인기를 누렸던 프로그램을 꼽아보자면 단연코 KBS2 '1박2일'이라고 할 수 있다. 몇년 전 강호동의 "1박2일~" 고함소리가 전국을 쩌렁쩌렁 울리던 시절 '1박2일'은 먹음직스럽게 먹는것 대신, 보는 것 만으로도 고통을 유발하는 까나리 액젓등의 복불복 음식을 연예인들에게 선사함으로써 극한의 웃음을 뽑아냈다.

당시 까나리 액젓이나 캡사이신이 들어간 매운 음식을 먹으며 고통스러워 하는 멤버들을 보며 맛깔 나게 먹는 먹방 이상의 효과를 봤다.

이후 SSBS '패밀리가 떴다'에서는 자타공인 대한민국 최고의 섹시걸 이효리가 털털한 모습으로 요리를 하거나, 유재석 등의 스타들이 음식에 몰래 라면 스프를 넣는 장면 등은 최근 쿡방예능의 원조격이라 해도 무방하다. 이 '패밀리가 떴다'의 진화형이 '심시세끼'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처럼 먹방, 쿡방은 어디선가 불현듯 생겨난 트렌드가 아니고 꾸준히 이어져 오면서 진화해 최근 봄 동산 진달래 만개하듯 활짝 피어 오르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먹는것에 관심을 갖는 것은 과거 보릿고개에 이어 6.25 전쟁을 겪으며 먹을것이 없어 굶주렸던 시절 이후 최대가 아닐까 싶다.

혹자는 이런 현상에 대해 1인 가구가 늘고 매일매일을 쫓기듯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먹는것은 가장 외로움-고독의 허기를 해소시키는 장치라고 말한다. 무엇보다 정(情)으로 대표되는 우리네 살가운 인간 관계가 개인화되면서 관계의 두절에 의한 공허한 마음을 먹는 것으로 채우려는 현대인들의 대리만족이 먹방으로 대변되는 것이라는 평이다.

때문에 먹방, 쿡방은 이제 방송가의 트렌드를 넘어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이러한 트렌드와 문화현상에도 불구하고 이쪽 채널에서 먹고 저쪽 채널에서 요리하는 최근 방송가의 모양새를 보면 불편하기 짝이 없다.

채널 선택권이 분명 시청자에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은 한결같이 먹방, 쿡방에 올인하는 방송사의 프로그램을 일제히 봐야 하는 것인가 의문이 드는 지점이다.

방송사는 시청자의 인기를 먹고 살고 그 인기는 시청률로 그리고 광고 수익으로 직결된다. 때문에 시청자의 구미에 맞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낼 권리가 있다. 그러나 반대로 되짚어 보면, 시청자의 입맛에 맞는 자극적인 프로그램을 만들 권리와 함께,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할 의무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최근 취재중에 만난 한 방송 관계자는 "먹는 것과 요리를 하는 것은 일반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중 하나이기에 앞으로 먹는 것, 요리가 더욱 더 많은 소재로 등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과연 대중을 위해 대중이 원하는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한 사명감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시청률, 즉 광고수익을 높이기 위해 손쉽게 차용할 수 있는 인기 소재를 마구 소비하는 것인지 반문이 들었다.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먹는다' 행위에 승선해서 쉽게 시청률을 따 먹으려는 방송사의 검은 속내에 시청자들은 놀아나선 안될 것이며, 방송사 내에서는 신선한 소재와 아이디어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자성의 목소리를 높여야 할 것이다.

홍미경 기자 mk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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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홍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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