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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여성이 곧 인류 구원의 열쇠

[무비게이션]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여성이 곧 인류 구원의 열쇠

등록 2015.05.15 10:31

수정 2015.05.15 10:32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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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여성이 곧 인류 구원의 열쇠 기사의 사진

단언컨대, 한 세기를 통틀어 관람의 재미만으로 이 정도의 쾌감과 집중력을 끌어들인 영화로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매드맥스4)를 다섯 손가락 안에 꼽아도 별다른 이견은 나오지 않을 듯하다. 이미 30년 전에 황폐한 사막 한 가운데로 사화(死畵)된 ‘매드맥스’ 시리즈는 디스토피아적 세계관 구축과 최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의 전매특허처럼 등장하는 아포칼립스(지구종말)적인 이미지 건립에 교과서로 통하던 걸작의 다른 이름이었다. 이 시리즈가 굳이 30년이 지난 현재 원작 건립자인 조지 밀러 감독에 의해 재탄생됐으니 굳이 ‘귀환’이란 거창한 단어를 쓰는 것조차 민망해 진다. 다시 한 번 단언하고 시작한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를 놓친다면 당신은 올해 모든 영화를 놓친 것과 다를 바 없다.

사실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세기말적 분위기와 그 안에 담긴 여러 은유적 서사의 세밀함은 미묘한 파장을 담고 있다. ‘매드맥스4’를 그저 속도감과 파괴의 카타르시스로만 담긴 희대의 걸작으로 치부하기에는 영화 전체를 장식하는 ‘미장센’의 창조가 너무도 절묘하다. 이 영화가 담은 진짜 관통력은 의외로 마초이즘이 아닌 페미니즘의 구원이 세상의 종말을 종식할 해답이라고 단언한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여성이 곧 인류 구원의 열쇠 기사의 사진

영화 스토리는 이렇다. 핵전쟁으로 황폐해진 지구, 주인공 맥스(톰 하디)가 물과 기름을 차지한 뒤 스스로 신이 된 독재자 임모탄(휴 키스 번)의 군대이자 신인류 ‘눅스’들에게 납치돼 시타델에서 노예로 살던 중 임모탄의 군대 사령관 퓨리오사(샤를리즈 테론)의 반란으로 인해 ‘눅스’ 가운데 전투 병사 ‘워보이’(니콜라스 홀트)의 수혈 피주머니 신세가 돼 추격대에 끌려 나간다. 퓨리오사와 ‘워보이’들의 격렬한 전투 속에서 가까스로 탈출한 맥스는 퓨리오사 그리고 퓨리오사가 구한 임모탄의 여인들과 함께 다시 시타델로 돌아가기로 한다. 독재자를 몰아내고 ‘새로운 땅’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영화 속 배경은 22세기, 핵전쟁 이후 멸망한 세상에서 인간은 더 이상 인간이 아니다. 변종 인간 ‘눅스’들, 그리고 멀쩡한 여인들은 아이를 낳는 공장 취급을 받게 되고, 또 다른 여인들은 인간들에게 우유를 생산하는 젖소마냥 사육되고 길러질 뿐이다. 이 모든 것은 시타델이 품은 풍족한 옥토(沃土)와 생존의 필수 요소인 물 때문이다. ‘매드맥스4’ 속 독재자는 물과 기름을 움켜 쥔 채 스스로를 신이라 칭한다. 하지만 임모탄이 단 한 가지 신격화에 방점을 찍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종족 번식이다. 핵전쟁 이후 변종 인간(눅스)들이 출몰하고, 종복 번식의 폐단은 돌연변이들을 연이어 만들어 냈다. 결국 임모탄이 신격화와 권력화의 길을 위해 손에 움켜 쥔 것은 ‘우성’ 번식의 열쇠인 여성이었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여성이 곧 인류 구원의 열쇠 기사의 사진

퓨리오사 역시 남아있는 인류 생존 열쇠를 임모탄의 여인들로 봤다. 임모탄은 자신의 피를 이어 받은 자식들로 하여금 세기말 세상을 지배하려 한다. 이미 ‘릭투스’(네이슨 존스)와 ‘코르푸스’(쿠엔틴 케니한)란 자식이 있지만 각각 거대한 아이와 아이의 몸에 갇힌 조숙한 지식인일 뿐이다. 결국 ‘매드맥스4’ 세상에서 진짜 권력은 젊고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여성들이다. 그 여성들은 병들었던 멀쩡하던 인간들의 생존을 유지시킬 수 있는 ‘시타델’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다. 황금빛 사막 세상에서 푸르게 빛나는 녹색의 ‘시타델’은 여성의 신체며, 그 곳에서 쏟아지는 맑은 물은 흡사 건강한 생명의 원천인 양수를 연상케 한다. 다섯 여인을 두고 빼앗고 뺏기게 된 임모탄과 퓨리오사의 갈등이 결국 살고자 하는 이와 살려고 하는 이의 싸움인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일종의 윤리적 딜레마로도 풀어볼 수 있다. ‘매드맥스4’는 임모탄과 시타델의 배경 속에서 권력의 이면을 함께 그려낸다. 세상의 멸망을 떠나 유전적으로 멸망의 길을 걷고 있는 인류를 구원하기 위함과 동시에 병들어 버린 자신의 혈족을 지키고 싶어 하는 임모탄의 욕망은 신인류로 분류되는 ‘녹스’들, 즉 ‘워보이’들에게 신앙이자 종교로서 자리 잡게 된다. 이 모든 것을 유지하기 위한 원동력이 바로 황폐한 세상 속 도로 위 전쟁이다. 그 도로 위를 질주하는 8기통 엔진과 동그란 운전대는 기독교의 십자가를 상징하듯 성스럽고 신성한 물건이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여성이 곧 인류 구원의 열쇠 기사의 사진

어머니의 자궁과도 같은 ‘시타델’ 그리고 우성 종족 번식의 열쇠인 다섯 여인들, 여기에 반란을 꿈꾸는 투쟁의 여신 ‘퓨리오사’ 여기에 이들의 틈바구니에서 개인적 트라우마의 갈등을 겪는 맥스. 이들은 각각의 믿음을 위해 황폐해진 세상의 끝과 끝을 연결한 도로 위에서 자신만의 성전(聖戰)을 벌인다.

영화는 시종일관 초강력 엔진의 폭발음 그리고 초강력 메탈사운드의 울림 가득한 무채색 유화로 스크린을 뒤덮는다. 그 색깔은 누런 황색 하나로, 앞이 보이지도 뒤가 보이지도 않는 사면초가의 형국 속에 단 하나 뻗어있는 길만을 조명한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여성이 곧 인류 구원의 열쇠 기사의 사진

그 길 위에서 폭발하는 수백대의 ‘워머신’ 들은 할리우드 카체이싱의 교본 ‘분노의 질주’가 담은 완벽한 공식이 아니다. 날것 그대로, 있는 것 그대로를 가져다 쓴 진짜 액션의 생동감을 전한다. 조지 밀러 감독은 ‘매드맥스4’를 기획하면서 실제 개조된 차량 150대를 제작해 영화에 사용했다. CG사용도 극도로 자제했다. 아니 ‘매드맥스4’에 등장하는 차량 액션 장면은 거의 모두가 진짜다.

이 모든 장면은 엣지 암 시스템(Edge Arm System)을 통해 마술처럼 스크린에 살아났다. 차량 바디 달리는 바퀴, 기어 변환 박스 등 그 어디에도 이 도구를 사용해 촬영이 가능하게 되면서 레이싱 액션 특유의 역동성과 리듬감이 살아났다. 이 모든 장면은 영화 전체를 아우르는 특유의 울림 강한 메탈 사운드와 접목돼 더욱 파괴력을 극대화시켰다. 특히 조지 밀러 감독이 야심차게 준비한 장대 액션은 카체이싱 액션의 고민인 ‘좌우 액션’에 ‘위아래’의 구도를 맞춰주는 히든카드로 등장해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여성이 곧 인류 구원의 열쇠 기사의 사진

‘매드맥스’ 시리즈는 이미 걸작으로 세계 영화사에 이름을 올린 작품이다. 그리고 30년이 지난 뒤 새로운 배우들로 그 전설을 잇게 됐다. 30년의 시간차를 두고 등장한 이 영화를 경배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외면한다면 당신은 죽을 때까지 후회할 일을 지금 선택한 것뿐이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여성이 곧 인류 구원의 열쇠 기사의 사진

관람은 무조건 아이맥스를 추천한다. 더욱 환상적인 관람을 원한다면 돌비애트모스가 지원되는 상영관을 찾기를 바란다. 개봉은 14일.

김재범 기자 cine517@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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