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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 1호기 영구정지 권고···국내 원전 첫 폐로 결정(종합)

고리 1호기 영구정지 권고···국내 원전 첫 폐로 결정(종합)

등록 2015.06.12 16:25

수정 2015.07.07 08:10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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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한수원에 고리 1호기 영구정지 권고키로
원전해체 기술력 미비···기반 정비 시급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제공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정부가 2017년 1차 계속운전 수명이 끝나는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를 폐로하기로 한 것은 가동을 멈춰도 전력수급이 안정적일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사태 이후 원전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이미 한 차례 연장한 고리 1호기 수명을 재연장할 경우 극심한 국민 반발이 예상돼 정치적인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윤상직 장관 주재로 제12차 국가에너지위원회를 열고 “우리나라 원전산업의 중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고리 1호기를 영구정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같은 내용을 원전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에 권고할 예정이다.

고리 1호기는 1978년 4월 상업운전을 시작한 우리나라 최초의 상업용 원자로다. 2007년 6월 설계수명 30년이 종료됐지만, 지난 2008년 10년간 재가동이 승인돼 2017년 6월 18일까지 운영된다. 운영기간을 재연장하려면 한수원은 허가 만료 2년 전인 이달 18일까지 산업부에 계속운정 신청을 해야 한다.

◇ 고리 1호기 전체 전력수급 기여도 0.5%에 불과 = 고리 1호기는 설비용량이 687MW급으로 현재 건설 중인 1000MW급 원자력 발전소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소규모다. 실제 우리나라 전체 전력설비 중 전력수급에 이바지하는 수준은 0.5%로 낮다. 이같은 이유로 산업부는 최근 발표한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신규원전 2기 등 원전 건설이 차질없이 추진되면 전력수급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봤다.

경제성장률(GDP)과 전기요금에 의존하는 전력수요도 낮게 전망된 점도 고리 1호기 폐로를 결정하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기준 총 전력소비는 전년대비 0.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산업부는 7차 전기본을 통해 연평균 전력소비가 2.2%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6차 때에는 전력소비 증가율을 3.4%로 봤었다. 통상적으로 GDP 증가율이 낮으면 전력수요가 감소하는 경향이 있는데,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GDP 성장률을 3.06%로 내다봤다.

국회예산정책처도 ‘전력수급 기본계획 사전평가’ 보고서를 통해 “설계수명이 완료되는 월성 1호기, 고리1호기를 폐로해도 전력수급은 안정적일 것으로 전망된다”며 “가동을 중단해도 설비예비율은 2025년까지 20%를 웃돌아 계속운전 여부가 수급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주민 수용성 문제가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원자력안전법 개정안에 따라 주민들의 요청이 있으면 공청회를 열어야 한다. 아울러 2차 계속운전을 할 경우 추가로 발생되는 지역지원금 규모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후쿠시마 이후 불거진 원전 안전성 논란에 따른 국민 불신도 커 이를 회복해야 한다는 정부 측 의견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정양호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은 “후쿠시마 사고, 원전비리 등으로 무너진 원전산업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영구정지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 폐로 결정했지만 풀어야 할 숙제 ‘산적’ = 정부가 고리 1호기를 폐로하기로 결정했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은 많다. 국내 37년 원전 역사상 처음으로 원전을 폐로하기로 한 것이어서 관련 기술, 비용 등 해체 작업을 위한 구체적인 장치가 마련되지 않아서다.

정부가 추산한 원전 1기당 폐로 비용은 6033억원이지만, 여기에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사용후핵연료 처분 비용 등을 포함하면 비용이 증가할 수 있어 재정적인 부담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부수적인 비용을 다 포함하면 원전 1기를 해체하는 비용이 1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 원전 폐로 비용은 한수원의 충당부채로 적립하는 방식이라 장부상 마이너스 상태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원전 폐로 충당부채는 9조8884억원에 달한다.

원전 폐로 방법을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에 따라 소요되는 비용도 달라진다. 영구정지 후 5년 정도 준비기간을 거쳐 해체 작업을 진행하는 즉시 해체 방식을 선택하면 비교적 짧은 시간이 걸리지만, 영구정지 후 안전밀폐 관리 과정을 거치는 자연해체 방식을 택할 경우 30~60년간 관리 비용을 내야 한다.

국내 원전해체 기술력도 미비해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 기술을 기대야 하는 점도 문제다. 우리나라는 원전 해체를 위한 핵심기반 기술 38개 중 17개만 개발을 마쳤으며, 나머지 21개와 관련한 기술은 아직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정 실장은 “현재 선진국에 비해 국내 원전해체 기술수준이 70% 된다고 평가하고 있다”며 “기술개발을 위해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부가 협력해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원전 폐로, 해체에 따른 관련 기반 정비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원자력업계 관계자는 “노후원전에 대해 가동 중단을 결정한다고 하더라도 문제”라며 “원전 폐로 관련 기술력과 경제적 기반이 갖춰져 있지 않은 걸음마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날 에너지위원회가 고리 1호기를 폐로하기로 결정했지만, 최종 결정권은 운영사인 한수원에 있다. 하지만 주무부처 위원회의 결정이라 산하 공공기관인 한수원이 이를 무시할 수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수원은 18일까지 이사회를 열어 고리 1호기 수명 연장신청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사회는 이르면 16일 열릴 것으로 알려졌다.

김은경 기자 cr21@

뉴스웨이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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