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각종 현안에 소극적 대처 ‘눈총’···재계 목소리 대변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를 보는 재계의 시선이 차갑다. 경제 5단체의 한 축을 담당하는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각종 현안에 적극 대응하는 것과 달리 전경련은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정체성을 잃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경련은 지난 1961년 설립된 이래 88서울올림픽 유치와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극복에 힘을 보태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회장단 회의조차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데다 ‘폐쇄적’이라는 이미지까지 강해지면서 ‘재계의 맏형’ 노릇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전경련의 위상이 실추되고 있음은 메르스와 관련된 대응방식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지난 22일 대한상의는 박용만 회장을 중심으로 긴급간담회를 갖고 상공인들이 메르스에 따른 불황을 조기 종식하는 데 힘을 모으기로 결의했다.
특히 이날 회의에는 박용만 회장을 비롯해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김상렬 호반건설 회장,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 지창훈 대한항공 사장 등 주요 기업 총수 및 CEO 19명이 참석하며 국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반면 전경련은 실망을 안기고 있다. 전경련은 회원사들에 협조공문을 보내 일상적인 회의행사와 생산활동을 유지해 줄 것을 당부하는 데 그쳤다. 경제 5단체와 함께 공동성명을 했다고는 하지만 말그대로 한 목소리를 낸 것일 뿐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23일 오전 진행한 ‘2015년 제4차 윤리경영임원협의회’와 관련해서도 주요 현안과는 동떨어진 ‘임직원 SNS 사용원칙’에 대한 내용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빈축을 샀다. 해당 사안이 지금 이 시점에 논의해야 할 만큼 중요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전경련이 위기에 봉착한 가장 큰 요인은 회장단의 부재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전경련 공식행사에서 기업 회장들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올 초 열린 정기총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회장단 중 참석자는 허창수 전경련 회장과 김윤 삼양사 회장, 강신호 전 전경련 회장 등 단 3명이었다.
물론 회장단 중 절반에 가까운 수가 활동에 지장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와병 중이며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수감 중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은 외부활동을 자제하고 있다.
여기에 두 달에 한 번 있는 회장단 회의가 비공개로 바뀌면서 참여도가 현저히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공개된 것은 아니지만 전체 회장단 20명 중 출석률이 절반에도 못미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렇다보니 전경련이 재계의 입장을 제대로 밝히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물론 법인세와 경제민주화 등 대기업에 불리한 현안에 대해 반대 입장만 앞세우는 단체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일각에서는 전경련이 중견·벤처기업으로 문호를 넓히고 서비스 및 엔터테인먼트 부문으로도 회원사를 확보하면서 정체성이 모호해졌다는 분석도 있다. 중견그룹 총수를 회장단으로 영입한 것이 오히려 재계의 대표성을 잃게 만들었고 그만큼 실리는 힘도 약해졌다는 평이다.
전경련이 운영하는 서울시 여의도 전경련회관도 이미지 실추에 한 몫 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현재 신축회관 56개 층 중 전경련 사무실로 사용하는 건 3개 층이며 나머지는 회원사와 금융기관 등에 임대하고 있다. 입주율은 80%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과거 기업 회비로 전경련을 운영하던 것을 지금은 건물 임대수익도 기대할 수 있게 되면서 상대적으로 기업들의 눈치를 덜 보게 됐다는 분석이다. 전경련 측은 재건축에 투입된 비용이 있기 때문에 당장의 임대수익을 기대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감각이 떨어지면서 오늘날과 같은 결과를 초래하게 됐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전경련 관계자는 “과거 국내 경제구조가 대기업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중견·중소기업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면서 “전경련의 역할이 작아졌다기 보다는 대한상의를 비롯한 경제단체 각각이 제역할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차재서 기자 sia0413@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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