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선 입법정책학회 이사
당의 혁신은 선수인 의원과 더불어, 몸을 이루는 당직자 그룹과, 1100여명이 넘는 보좌진 그룹에 대한 혁신도 병행돼야 한다. 새정치 소속 국회의원 130명은 민의를 반영하나, 보좌진 1100여명은 정당 내에서 사실상 핵심 구성원(대부분 권리당원)이자 실무자이자 여론 형성자다. ‘당원’과 ‘당직자’와 ‘보좌진’에 대한 혁신안까지 포함돼야 진정한 혁신안이다.
보좌진 그룹과 관련한 혁신은 크게 4가지다. 첫째, 보좌진 직역에 대한 진입을 현재와 같은 개방형 채용구조로 유지하되, 능력 중심의 채용이 될 수 있는 최저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능력 여하에 상관없이 의원과의 선거기여도나 특히 친분도에 따라 직급이 주어지는 현재의 공직임용 방식은 결코 공정한 것이 아니며, 정치권 인사와 인연이 닿지 않는 사회 곳곳 숨은 인재들의 기회를 빼앗는 것이며, 보좌진 경험자들에게 오로지 줄서기와 잘보이기(아부하기) 등 기회주의적 행동양식이 ‘생존’의 첩경임을 감지하고 이를 ‘현실’이란 논리로 답습하게 만든다.
이런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직급별로 학력, 근무경력, 자격증, 저술경력 등 필요최소한의 채용기준을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수행비서, 인턴비서, 9급 행정비서는 기존대로 의원의 재량에 따라 임용을 허용할지라도 말이다. 진입장벽을 두자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걸름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역량있는 보좌진들이 의원과 파트너십을 형성하며 소신있게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직업적 안정성을 보장해줘야 한다. 채용시 최소 2년 정도의 고용을 보장하고, 면직시에는 유예기간을 설정하여 이직의 연착륙을 배려해야 할 것이다. 이로서 의원은 보좌진 채용에 있어 신중을 기하도록 하고, 보좌진도 최소한의 직업적 안정감을 보장받는 토대 위에서 성과를 내도록 해야 할 것이다.
둘째로, 현재 우리사회는 출판기념회 자제, 각종 특권 폐지, 겸직 금지, 특별활동비 투명화 등 그간에 국회의원들이 누려온 특혜적 관행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개선하라는 요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단지 시기의 문제일 뿐 보좌진을 친인척으로 채용하고 있는 관행도 국회와 정치 혁신의 한 의제로 다루어지게 될 것이고 다루어져야 마땅하다.
수 년 동안 고시공부해서 5급이 되고 승진연한이 차야 4급이 되는 일반 공직자들에 비추어 볼 때, 현재 보좌진들의 직급 구조가 결코 낮거나 공공성이 적다할 수 없다. 이런 공직을 의원의 친인척으로 앉히는 것은 매우 부조리한 행태다. 이를 의원 개인이 알아서 할 문제라 치부해서는 곤란하다. 20대 국회에 가서까지 이런 비윤리적 채용관행이 이어져서는 안된다. 당 차원의 엄격한 윤리강령과 감시(검증) 체계가 도입돼야 한다.
구체적 해결책으로써, 의원의 4촌이내 친인척을 보좌진으로 채용하는 것을 엄격 금지하고(친인천관계부존재사실확인서 제출 의무화 등), 이를 어길시 해당 의원에게 중징계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의원 본인의 의원실에서 근무하진 않지만 4촌이내 친인척이 국회 내에 다른 의원실이나 부서에서 근무하는 경우 일정 기간 내에 자진공개(또는 공직자재산공개 시점에 함께 공개)하도록 하여 의원간에 서로 ‘공직’을 품앗이하는 관행도 척결해야 할 것이다.
친인척 중 능력있는 이들도 간혹 있을 것이어서 당사자들이 나름 억울하다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회 내 곳곳에 암암리에 자리잡고 있는 ‘진골성골’들이 보좌진 사회의 발전적 문화를 저해하고 경험과 능력 중심의 직역문화를 좀 먹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기존에 이미 진입해 있는 이들을 몰아내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앞으로라도 집안에 의원이 나오면 그 혈육도 공직에 오르게되는 따위의 변형된 음서제도와 나눠먹기는 부정부패의 하나로 보아 일소해야 마땅하다. 보좌진의 권익신장과 더불어, 보좌진 그룹 자체가 스스로 되돌아봐야할 혹은 스스로 말하기 어려운 불편한 진실 중 하나다. 친인척으로 채용된 보좌진들이 나름 안정된 뒷배 속에서 경력을 쌓고 더욱 좋은 정무적 자리로 성장해 가는 것은 기득권의 세습이며 결코 이 사회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세 번째로, 무능하고 노회한데 계산과 정치공학에만 능한 국회의원도 당연히 물갈이 해야겠지만, 같은 맥락에서 노회한 보좌진도 점진적인 물갈이가 필요하다. 보좌진으로 오래 근무했다는 것이 경험의 풍부함으로 선의해석되어 생명연장의 자산으로 삼아져 왔다. 그러나 경험도 경험 나름이다. 경험은 중요하고 의원에게 안정감을 주나 어떤 ‘경험많은 보좌진’들은 창의성, 생산성, 진정성, 친절성 등이 떨어지는 그저 노회한 보좌진들일 따름일 수도 있다.
좋은 게 좋은 것, 끼리끼리, 친소관계,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등등 관행으로 굳어져온 보좌진 사회의 ‘이너서클’도 깨져야 한다. 보좌진 사회에도 의원 못지않은 수구보수화된 이들이 있고, 부패비리에 연루된 이들이 있으며, ‘줄서기와 친분’을 무기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당의 몸통을 썩히고 곪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현역 보좌진들의 일탈행위가 지속적으로 보도되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한 현상이 아니다.
네 번째로 보좌진에서 의원으로 발전되어 가는 단계적 성장이 장려되고, 보좌진 직역이 신인발굴의 중요한 한 트랙으로 리셋팅 되어야 한다. 참신한 인재가 보좌진으로 영입되고, 보좌진으로서 의회실무와 현장정치를 배우고, 일정 경륜이 쌓이면 지방의회의원과 국회의원으로 단계적으로 발전되어 나갈 수 있는 단계적 성장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물론 지금도 공천시 가산점 부여 등 인센티브 규정이 당규에 있지만, 이것을 신인발굴의 중요한 트랙의 하나로 설정하여 개인적 차원의 노력이 아닌 시스템적 차원의 성장 경로가 될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한다.
실무경험과 시행착오와 실전정치 속에서 다듬어진 인재들이 전투력이 높다. 어느 날 갑자기 영입된 정치신인이 참신하게 일을 잘할 거라는 기대는 절반은 맞을 수 있지만 절반은 틀린 말이다. 현재 당 혁신안의 핵심은 국회의원의 인적 청산인데, 신인 발굴에만 초점을 맞추면, 정작 등잔 밑에 귀한 인재, 집안에 있는 파랑새를 놓칠 수 있다.
외부로부터의 수혈과 함께 내부에서의 인재발굴이 함께 투트랙으로 논의돼야 한다. 해당 보좌진의 역량을 가늠할 수 있는 검증 가능한 포트폴리오(업무성과)를 중심으로 하여 노회한 보좌진인지 노련한 보좌진인지를 분간하는 것이 관건이겠다.
결론적으로 노회한 자는 도태되고, 능력있는 자는 성장하고, 참신한 자는 새롭게 영입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당의 몸통을 깨끗하고 건강하게 하는 것이며 그것이 당 혁신의 주요한 의제 중 하나로 제시돼야 할 것이다.
이창희 기자 allnewone@
뉴스웨이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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