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이 무대에 뮤지컬로 태어나기까지 산고의 고통을 느꼈다”
뮤지컬 ‘아리랑’의 주인공 송수익 역으로 분하는 배우 서범석은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온 몸에 멍과 부황 자국으로 가득하지만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뮤지컬 '아리랑'의 프레스 리허설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안재욱, 서범석, 김우형, 카이, 윤공주, 임혜영, 김성녀를 비롯한 배우들과 고선웅 연출이 참석했다.
'아리랑'은 조정래 작가의 대하소설을 뮤지컬 화 한 작품으로 3년여에 걸쳐 기획 제작되었다. 12권의 소설 속 아픔의 역사를 감골댁 가족사 중심으로 재편하여 일제강점기, 파란의 시대를 살아냈던 민초들의 삶과 사랑, 그리고 투쟁의 역사를 담아낸다.
배우 안재욱, 서범석, 김우형, 카이, 윤공주, 임혜영, 김성녀를 비롯한 43명의 배우들과 고선웅 연출, 김대성 작곡가, 김현 안무가, 박동우 무대디자이너, 조상경 의상디자이너, 고주원 영상디자이너 등이 참여했다.
이날 공개된 뮤지컬 ‘아리랑’은 바이올린, 첼로, 오보에 등 서양 악기에 해금과 북을 덧입혀 음악을 완성시켰다. 정통 오케스트라의 어쿠스틱한 선율을 기반으로 전통적인 요소들을 극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으며, 다양한 변주와 반복이 주는 즐거움을 무대에 흥겹게 펼친다.
이날 고선웅 연출은 “유명한 소설이 원작이라 부담이 많이 되었다”고 운을 떼며 “가장 힘든 점은 부담을 내려놓는 일이었다. 부담을 가지고 원작에 충실하려 할수록 늪에 빠졌다. 제 소신과 확신을 가지고 밀고 가는 용기를 상기시키는 게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또 “원작에 아름다운 장면과 멋진 캐릭터가 많아서 힘들었다”며 “음악과 무대에는 우리의 정서를 담아내되 동시대 사람들이 격조 있게 느끼게 하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전했다.
‘아리랑’은 무대 전면에 LED 스크린을 설치해 공간감을 살린다. 고 연출은 “영상과 무대 이동장치 등을 활용해 모던하게, 음악은 클래시컬하게 살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고선웅 연출은 원작의 성공만큼 큰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원작에 충실할 수 있는지와 한국인의 정서, 두 가지에 주안을 두고 있다고 했다.
고 연출은 “한국인으로서 아리랑을 어떻게 하면 떳떳하고 정당하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했다”며 “작품을 만들면서 일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 지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아리랑’은 모든 갈등과 슬픔, 우리가 알고 있는 편견과 잘못된 것들을 모두 한 데 갈아버린다”며 “산자와 죽은 자들이 어우러지는 것이 가장 ‘아리랑’스럽다고 생각한다. ‘아리랑’을 통해 삶을 극복할 수 있는 에너지와 동력을 얻게 될 것”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송수익으로 분하는 안재욱 역시 생각을 같이 했다. 그는 “어느 민족이든 즐거웠던 혹은 아픈 과거가 있다. ‘아리랑’은 그 과거를 치유하는 계기와 위안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잊고 있었던 ‘아리랑’을 다시 한 번 가슴에 담아보자”고 강조했다.
‘아리랑’에서 인상적인 점은 배우들이 일본어와 사투리를 고스란히 재현한다는 것. 이에 대해 고선웅 연출은 “대본을 수 십번 고쳐 썼다. 그 과정에서 사투리와 일본어는 고스란히 옮겨가기로 마음 먹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전혀 말이 안 통하는 일본인들이 어느 날 갑자기 창을 들고 와서 죽이는 상황이 얼마나 답답할런지, 그 상황을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아리랑’은 무대에 올려졌고 관객들의 냉정한 평가만 남았다. 뮤지컬로 탄생한 ‘아리랑’이 원작의 울림과 감동을 관객들의 가슴에 잘 전달할 수 있을까. ‘아리랑’이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어떤 평가를 어떤 평가를 받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뮤지컬 '아리랑'은 16일부터 9월 5일까지 서울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사진=신시컴퍼니]
이이슬 기자 ssmoly6@
뉴스웨이 이이슬 기자
ssmoly6@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