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식 공감 넘어 행동 보여줄 때
허송세월 정치권도 정신차려야
노사 등 모든 경제주체 한마음 절실
글로벌 금융위기감이 높아지면서 한국경제가 태풍 속에서 항해를 하고 있는 형국이다. 대내여건이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대외리스크까지 연이어 국내 경제를 위협하면서 순탄한 항해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올해 2분기 사실상 제로 성장을 기록한 국내경제는 아직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후유증을 완전히 털어내지 못했고, 가계부채는 1130조원을 넘어서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해 ‘경제 뇌관’으로 꼽히고 있다.
중국경제의 불확실성이 공포로 전이됐고 연내 미국의 금리인상이 예정돼 있어 하반기 G2의 경제정책에 한국경제가 또 한 번 휘청일 수 있다는 진단이 적지 않다.
여기에 국제 원자재 가격이 2008년 금융위기 수준으로 급락하고 국제유가는 배럴당 30달러대로 주저앉았다.
정부는 대내외 리스크의 철저한 대응을 강조하며 국내 시장불안을 잠재우려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경제에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올해 3%대 성장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허약해지고 있는 한국경제
현재 국내 경제는 기업투자, 고용, 가계소득, 소비라는 경기선순환구조의 주요 골격이 약해진 상태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우선 메르스로 인한 충격으로 소비가 급격히 위축됐다. 올 2분기 평균소비성향은 71.6%로 세월호 참사가 있었던 지난해 2분기보다도 1.7%포인트 감소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3년 이후 2분기 기준 최저치다.
여기에 청년 실업률은 7월 현재 9.4%다. 7월 기준으로 1999년 (11.5%)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이마저도 여름방학 등의 영향으로 아르바이트생이 늘어난 계절적 요인이 작용한 것이다. 쉬는 청년이 110만명, 비정규직 노동자는 600만명에 달한다.
6월 말 기준 가계부채는 1130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분기에만 증가한 가계부채는 32조원으로 1분기 증가액 13조원의 2.5배에 달한다. 분기별 증가폭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특히 작년 2분기 말 1036조원과 비교하면 1년 새 94조원이 늘어났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계부채나 소비 등 하나만 놓고 봐도 한국경제의 불안요인이이라 할 수 있다”며 “무엇보다 소비, 기업투자, 고용, 가계소득으로 이어 지는 경기선순환고리 형성이 튼튼하지 못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외 악재 한국경제 ‘난항’
정부는 민간소비 활성화 대책을 연이어 꺼내들고 있고, 노동개혁으로 청년실업을 해소키로 하는 한편, 지난달 가계부채 관리 종합대책도 내놨다.
그러나 대외 악재의 그림자가 점차 짙게 드리워지면서 한국경제 낙관론도 흐려지고 있다.
현재 국내 경제에 직접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는 대외 악재는 미국 금리인상, 중국발 리스크, 美·中 리스크로 인한 신흥국의 자금 유출, 국제유가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 폭락 등이다.
특히 G2의 경제정책으로 인한 국내 경제의 타격은 예상보다 크고,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엄습하고 있다.
경제 불안에 가장 먼저 반응하는 금융시장과 외환시장은 이미 출렁이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사흘에 걸친 위안화 평가절하와 함께 최근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을 동시에 인하하는 절박한 결정을 내렸다. 그만큼 최근 중국의 경제상황이 힘들다는 얘기다. 한국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불안한 경제상황은 우리경제에 분명한 악재로 작용한다.
이와 동시에 미국의 금리인상이 올해 안에 진행될 경우 현재 중국의 영향으로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들의 자금유출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가계부채 폭탄을 안고 있는 한국의 경우 미국의 금리인상이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 대개 한국의 금리는 미국의 금리변동 추이를 맹신해 왔기 때문에 7~10개월 간격을 두고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40달러 선이 붕괴되고, 구리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의 끝없는 추락도 한국경제에 부담이다. 이미 지난 금융위기 수준으로 가격이 떨어진 상태다. 원자재 가격 하락은 수출국, 원자재 수출국에 위기라는 점에서 한국경제에 특히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와 세계경제 침체 등의 대외 여건과 노후 불안, 가계부채 증가, 민간소비 둔화 등 대내여건으로 한국의 성장동력이 악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 시장심리 수습에 ‘총력’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한국경제에 대해 메르스 여파로 성장세가 악화됐고, 대외 불확실성은 당분간 높은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정부는 2008년 금융위기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국내 경제위기에서도 정부는 시장심리 수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는 이달 말 중국발 쇼크 등 대외 리스크와 관련해 잇달아 긴급회의를 열어 시장불안을 잠재우려 각종 대책을 내놨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위안화 절하가 한국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면서도 시나리오별 다양한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중국의 기준금리 인하와 지급준비율 인하로 또 한 번 국내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최 부총리는 “투자자들이 시장흐름에 ‘일희일비’하기보다 긴 시계를 갖는 게 필요하다”며 투자 심리 안정에 나서기도 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미국의 금리인상과 중국 증시불안 등에 우리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면서도 국내 금융시장의 자금이탈 가능성에서는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일축했다. 임 위원장은 신흥국과 한국은 경제여건과 상황에 차이가 있고, 우리나라는 차별화될 요인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중국의 기준금리 인하와 지준율 인하 영향이 우리경제에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장단점이 있어 단적으로 얘기하기 어렵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세종=현상철 기자 hsc329@
뉴스웨이 현상철 기자
hsc329@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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