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목표치 밑도는 대내외 경제성장률 전망···‘하방요인’으로는 설명 부족
올해 한국경제성장률이 사실상 2%대로 내려앉았다. 글로벌 경제 둔화와 더불어 수출 부진에 따른 탓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6일(현지시간)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World Economic Outlook)가 2%대라는 사실에 못을 박았다. IMF는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3.1%에서 2.7%로 0.4% 포인트 낮췄다.
앞으로도 상황이 녹록치 않다. IMF에 제시한 2.7%는 글로벌 성장률 3.1%에도 미치지 못한다. 5년 연속으로 세계 평균을 밑돌고 있다.
그동안 국내외 주요기관들이 잇따라 전망치를 2%대를 내놓으면서 한국형 ‘저성장’ 위기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는 중이다.
◇ 대내외 앞다퉈 2%대 성장 전망 내놔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2.5%, 아시아개발은행(ADB)은 2.7%, 해외 투자은행(IB) 2.6% 등을 예상하고 있다. 모건스탠리 2.3%, 코메즈방크 2.3%, 노무라 2.2%, IHS이코노믹스 2.2%, ANZ은행 2.2% 등은 2%대 초반이다. 독일의 데카뱅크는 2.1%로 가장 낮은 성장률 전망을 제시했다.
이들은 모두 당초 우리나라가 3%대를 넘어서는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후 2%대 중후반에 머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로 눈을 돌려보면, 한국은행은 2.8%, LG경제연구원 2.6%, 한국경제연구원 2.4%로 보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국정감사에 나와 “(한은 정망치인 2.8%에서)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2%대 성장이 확실시 되고 있다는 것이다.
3%대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는 곳은 정부(3.1%)와 OECD(3.0%),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3.0%) 뿐이다.
OECD는 3.0%로 전망하고 있지만, 지난달 세계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로 하향 조정한 만큼 우리나라 전망치도 2%대로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이유는 글로벌 경제가 흔들리는 가운데 수출 중심의 한국경제도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또 우리나라는 2012년 이후부터 세계 경제성장률 평균치를 넘어선 적이 없다.
◇수출부진, 내수침체, 신흥국 위기 3중고
이처럼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이 폭락한 이유는 수출, 내수침체, 신흥국 위기가 한번에 닥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1월부터 9월까지 9개월 연속 수출이 감소세를 나타냈다. 특히 1년전과 비교하면 8.3%나 줄었다.
IMF는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하향하면서 선진국 및 신흥개도국의 경기회복 둔화로 한국, 대만, 아세안 국가 등 일부 선진국과 신흥국은 수출 및 국내 소비 감소를 겪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KDI는 내수와 투자는 점차 개선되고 있지만, 수출 감소 지속과 이에 따른 광공업 생산 및 출하 부진이 경기회복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정부 3% 하향 조정 가능성 열었다
최 부총리도 지난 5일 국정감사에서 “하방리스크(내려갈 가능성)는 있다”고 말했다. KDI도 확장적 재정정책의 무리 없는 추진과 구조개혁이 상당부분 이뤄질 경우를 전제로 전망한 만큼 2%대 하향 가능성을 열어뒀다.
올해 초만 해도 올해 경제성장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줄을 이었지만,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와 중국의 경기둔화가 위안화 평가절하 등의 통화정책으로 증명되면서 내수와 수출이 동시에 악재를 맞았기 때문이다.
대외 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현실적으로 바라보면서 이에 맞는 정책추진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문한다. 좋지 못한 경제 상황 속에서 정부 정책과 전망에 대한 국민적 신뢰까지 잃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하방리스크를 언급하면서 올해 3%대 성장에 대한 낙관적 기대감이 떨어졌음을 내비쳤지만, 공식적인 3%대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은 회피하고 있다.
◇ 정부 3%대 성장 고집 언제 꺾이나
경제성장률 3%대가 주는 의미는 우리경제가 아직 저성장의 늪에 빠지지 않았다는 것을 말한다.
정부 입장에서는 3%대 성장이 현실적으로 어려워도 2%대의 저성장이 고착화되지 않았다는 기대감마저 내버릴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5년간 2%대 성장은 2012년과 2013년 두 차례 있었다. 작년은 3.3% 성장을 달성했지만, 이후 2%대 성장이 주는 저성장 우려 충격은 ‘경제 회복세가 꺾였다’는 인식을 줄 수 있어 우리경제에 적잖게 파장을 줄 수 있다.
1년 만에 다시 2%대 성장으로 주저앉아 한국의 저성장 고착화 우려가 심화되는 것을 넘어 현실화됐다는 것을 이른 시일에 정부가 인정하면, 다시 말해 3%대 성장이 힘들다는 입장을 정부가 공식 인정할 경우 메르스 여파를 벗어나 겨우 진정세를 찾은 내수경기에 찬바람이 불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특히 3%대 성장을 목표로 추진돼 온 추가경정예산,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등 각종 세일행사, 저돌적으로 추진 중인 구조개혁 등의 정책동력이 떨어질 수 있음은 물론 정부의 경제전망 신뢰에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으로 본다.
내년 3%대 성장으로 뛰어오르기 위해 올해 말까지 최대한 정책동력과 따듯해진 내수온도를 유지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3%대 성장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향후 기업투자 및 내수에 미치는 긍정적인 경제심리를 연말까지 최대한 이용하려는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대외 경제가 악화되는 가운데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낮아진 것”이라며 “아직 하방요인이 있지만, 구조개혁 달성 및 블랙프라이데이 등을 통해 경기회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현상철 기자 hsc329@
뉴스웨이 현상철 기자
hsc329@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