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피감기관·증인 채택하고도 ‘엉망’전문가 “개선된 모습 전혀 없어···준비 수준 낮아”
19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여야의 ‘정치싸움’에 휩쓸려 제대로 된 정책적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8일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국정감사 NGO 모니터단으로 부터 ‘D학점’평가를 받는 등 이번 19대 국감은 헌정사상 최악의 평가가 나왔다.
이번 국감에서는 새누리당은 ‘민생국감’, 새정치민주연합은 ‘4생국감’을 내걸고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역대 어느 국감보다 졸속국감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감 전반기에는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의 재신임 정국이, 후반기에는 공천권을 둘러싼 청와대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기싸움이 국감 이슈를 덮었다.
또 재벌개혁, 노동개혁 등 중요한 이슈들은 김빠진 채 형식적으로 논의됐다.
여야는 정무위원회 증인채택을 둘러싸고 줄다리기를 한 끝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신 회장이 출석한 국감에서 “한국과 일본이 축구하면 한국을 응원하느냐”등의 수준 이하의 질문을 던지며 시간을 낭비했다는 비판에도 휩싸였다.
국감이 오히려 롯데그룹의 이미지를 상승시키는 계기가 된 것 아니냐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는 재벌그룹 총수들이 앞다퉈 국감 증인으로 나오려고 할 것 같다”는 쓴소리를 던지기도 했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일반해고 등이 이슈가 됐지만 예상보다 파급력은 크지 않았다.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지난달 16일 새누리당이 ‘노동관계 5법’을 당론으로 공식 발의하기로 한 것과 관련, “노동시장의 일방적 개악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환노위에서는 폭스바겐 사태 감독 부실, 설악산 케이블카 등으로 쟁점이 분산돼 제대로 된 문제 제기가 이뤄지지 않았다. 노동분야에 전문성 있는 공격수들이 현저하게 부족한 것이 원인이었다.
내년 총선을 겨냥한 여야의 기싸움도 컸다.
국감 초반에는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의 선거법 위반 논란이, 국감 막판에는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문재인 대표 공산주의자’ 발언이 논란이 됐다. 포털사이트를 둘러싼 여야의 공방 역시 선거를 앞둔 신경전이라는 평가다.
이번 국감은 역대 최대 규모의 피감기관(780여 개)과 굵직한 기업인 증인도 대거 출석했지만 빈수레만 요란했다.
여기에 피감기관의 무성의한 답변 태도 역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답변 시간이 부족하다며 “머리가 나빠서 답변을 못하겠다”고 발언, 논란을 일으켰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국감에서 자료 제출을 하지 않았다는 의원들의 지적에 고성을 지르며 맞대응을 했다. 홍 지사는 “20대 국회에서 이뤄지는 내년 국감에서 다시 뵙기를 기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라는 평가와 함께 호통과 정쟁, 눈길 끌기용 질문 등 볼썽사나운 구태 행태는 예년과 다를 바 없었다. 특히 총선을 앞둔 여야의 정치적 공세가 더해지면서 생산적인 국감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여야 대표가 스스로 망친 헌정 사상 최악의 국감”이라고 혹평했다. 정치권이 1차 국감에서 비판을 받았지만 2차 국감에서도 개선된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이광재 사무총장은 “국감을 내실 있게 하자는 여야의 합의 때문에 이번 국감은 성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며 “그러나 당내 갈등 때문인지 벼락치기 국감 준비를 해서인지 대단히 실망스러운 수준으로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가 국감을 상시적으로 진행하고 국감을 위한 전담팀을 만드는 등 제도 개선 없이는 부실 국감 문제를 해소할 수 없다”고 조언했다.
국정감사 NGO 모니터단도 지난달 중반 평가를 통해 “국감이 17대 이전으로 되돌아갔다”며 여야에 ‘D학점’이라는 냉담한 평가를 내놓았다.
이와 함께 일방적으로 인격모독하며 증인 망신주기와 갑질 국감이 여전한 행태를 비판했다.
모니터단은 국감 개선책으로 상시국감과 증인채택 제도 변경, 현지시찰 간소화 등 매년 비슷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정치권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요원한 상황이다.
조현정 기자 jhj@
뉴스웨이 조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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