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살 터울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각자의 회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전쟁터와 같은 경영 현장에서 고된 하루를 보내는 이들은 과연 어디서 스트레스를 풀까. 정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스포츠 경기장이다.
이 부회장과 정 부회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스포츠 마니아다. 학창시절 골프나 승마, 테니스 등의 운동을 직접 한 전력(前歷)도 있지만 프로 스포츠 경기 관람을 주된 취미로 삼고 있다. 다만 방향이 다르다. 이 부회장은 야구장, 정 부회장은 축구장이다.
이 부회장은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 야구단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실제 구단주는 아니지만 실질적 그룹의 오너인 만큼 구단 운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위치에 있다.
라이온즈의 창단 구단주였던 아버지 이건희 회장을 따라 어린 시절부터 라이온즈 경기를 자주 관람했다고 알려진 이 부회장은 현재도 재벌 오너 중에서 가장 야구장을 자주 찾는 인물로 유명하다.
이 부회장은 올해 두 번 야구장을 찾았다. 지난 5월 어머니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과 잠실야구장을 찾았고 지난 27일에는 대구시민야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2차전을 ‘직관(직접 관람의 준말)’했다. ‘재용불패’라는 별칭이 있지만 그의 올해 ‘직관’ 성적은 1승 1패다.
계열사의 유능 인재에 관심이 많은 것처럼 선수단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승리한 선수단에게 금일봉이나 새 스마트폰을 직접 지급하기도 했던 이 부회장은 지난 5월 류중일 감독에게 “봄철에 감기로 고생하셨다는 기사를 봤다”는 이야기를 직접 전해 눈길을 끈 바 있다.
정 부회장은 KIA 타이거즈 야구단과 전북 현대 모터스 축구단의 구단주다. 축구와 연관이 많은 현대가(家)의 특성을 이어받은 정 부회장은 축구 쪽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특히 그는 선수단의 훈련과 숙식을 해결하는 클럽하우스 관련 일화로 유명하다.
2009년 전북 현대가 창단 첫 리그 우승을 차지하자 최강희 감독이 “클럽하우스가 필요하다”는 말을 정 부회장에게 전했다. 그러자 그는 현대가의 ‘불도저 DNA’를 증명하듯 그 자리에서 클럽하우스 건립을 지시했고 3년 뒤 번듯한 클럽하우스가 만들어졌다.
전북 현대가 수도권 원정을 오면 경기장도 곧잘 찾는다. 정 부회장은 지난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던 K리그 경기를 직접 관람했다.
특히 경기가 끝난 뒤에는 연두색 전북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로 내려가 선수들과 어깨동무를 한 채 서포터스 앞에서 응원 세리머니를 하기도 했다. 시민구단이 아닌 기업구단의 구단주가 그라운드에서 선수들과 직접 마주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평가되고 있다.
이 부회장과 정 부회장은 야구장과 축구장을 단순히 스트레스를 푸는 곳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또 다른 경영의 묘수를 찾는 마당으로 활용하고 있다. 스포츠가 가져다주는 브랜드 파워 제고 효과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두 사람 모두 스포츠단 운영을 단순한 기업 홍보 수단으로만 인식하지 않고 국민 여가생활의 터전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와 광주 KIA-챔피언스 필드의 건축 과정에서 비롯된 두 오너의 관심이 대표적 사례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과 정 부회장은 젊은 경영자답게 스포츠를 실제 경영과 접목할 줄 아는 이들”이라며 “두 사람의 행적이 재계에 의미하는 바가 많은 만큼 이들의 ‘스포츠 경영’ 사례가 재계에 큰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andrew.j@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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