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전 ‘신경영 선언’ 버금가는 대대적 변화 단행한화·롯데와 잇단 ‘화학 빅딜’ 통해 경영 효율성 제고주주 친화 정책, 승계 정당성 강화·이미지 혁신 기대
혁신의 핵심에는 비주력 사업의 과감한 정리와 파격적인 주주 친화 정책이 있다. 비주력 사업 정리를 통해 사업의 효율성을 증대시키고 주주 친화 정책을 통해 경영권 승계 정당성 제고와 이미지 제고 효과를 동시에 노리겠다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삼성그룹은 지난달 30일 화학 업종 계열사를 모두 정리하기로 했다. 삼성은 롯데케미칼에 삼성SDI 케미칼 사업 부문과 삼성정밀화학과 삼성BP화학을 넘기기로 합의했다.
삼성SDI는 케미칼 사업 부문을 분할해 별도 법인을 만든 뒤 이 법인의 지분 90%를 롯데케미칼에 넘기게 된다. 더불어 삼성SDI 등 삼성 계열사 소유의 삼성정밀화학 지분 31.5%도 롯데케미칼에 매각되면서 회사 경영권이 롯데로 넘어간다.
삼성정밀화학의 경영권이 이관되면서 자회사인 삼성BP화학도 롯데 계열사가 된다. 3개 화학 계열사를 손에 쥐는 조건으로 롯데가 삼성에 주게 될 인수대금은 3조원에 이른다.
이로써 삼성 내의 화학 계열사는 하나도 남지 않게 됐다. 삼성은 지난해 11월 한화그룹과의 빅딜을 통해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 등 화학·방산 계열사를 1차로 정리했다. 이들 회사는 올 상반기 모두 삼성에서 한화로 회사 이름을 바꿨다.
그리고 이번 2차 빅딜로 삼성은 1964년 화학 업종 진출(한국비료(현 삼성정밀화학) 설립) 이후 51년 만에 이 업종에서 아예 손을 떼게 됐다.
삼성의 화학 업종 포기는 “잘하는 사업에서 최대한의 성과를 내겠다”는 이 부회장의 일관된 경영 의지와 맥을 같이 한다. 삼성이 글로벌 시장을 석권하고 있거나 기술적 장점을 갖고 있는 전자와 바이오 사업에서 승부를 걸어 안정적인 미래 성장을 꾀하겠다는 것이 이 부회장의 의중으로 분석되고 있다.
삼성의 혁신은 또 다른 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바로 파격적인 주주 친화 정책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9일 11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한 뒤 이를 소각해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배당금 규모를 키우는 등의 대대적인 주주가치 제고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계열사 안팎에서 주주 배당의 폭을 늘려야 한다는 비판적 의견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지난 상반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도 주주 친화 정책이 필요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결국 삼성의 이번 주주 친화 정책 수립은 이같은 안팎의 비판을 겸허하게 수용한 셈이 됐다.
삼성이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통해 노리는 것은 두 가지가 있다. 표면적으로는 주가 부양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 효과는 자사주 매입 발표 당일 삼성전자 주가가 상승하면서 바로 나타났다.
다른 한 가지 기대거리는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불식시키는 것이다. 특히 그동안 “주주들의 이익은 등한시한 채 자신의 승계에만 몰입한다”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이번 주주 친화 정책을 통해 상당부분 사라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번에 진행된 두 개의 혁신이 ‘이재용 시대’가 안정기로 가는 발판이 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회사의 체질을 개선하고 회사의 기반이 되는 주주들의 지지를 얻은 만큼 이제는 이 부회장의 ‘실용경영’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이 부회장이 그룹 경영의 실권을 쥐고 있는 만큼 각종 현안에 대한 추진력도 강화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특히 이번 2차 빅딜과 주주 친화 정책 발표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한 것에 대해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이 여러 위기를 돌파했던 배경에는 강력한 추진력이 꼽혔는데 이 부회장도 아버지의 추진력을 그대로 닮아가는 모습”이라며 “경영 기반이 안정화된 만큼 이 부회장도 실용경영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andrew.j@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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