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회장, 파기환송심 내달 15일 판결..“세계적 기업 만들 기회 줄 것”

검찰 “배임죄 성립”···재판 구형량 그대로 징역 5년 요청

이 회장 “손해 없어 배임죄 부당”···건강 문제 등으로 선처 호소

이재현 CJ그룹 회장 파기환송심 첫 공판 법정출두. 사진=이수길 기자 [e-mail]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았던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운명이 다음 달 15일 결정된다.

서울고법 형사12부(이원형 부장판사)는 10일 오후 4시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 403호에서 이 회장의 파기환송심 공판을 진행했다.

1600억원대 조세포탈·횡령·배임 혐의로 지난 2013년 구속기소된 이 회장은 1심에서 징역 4년, 2심에서 징역 3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회장의 배임 혐의를 문제삼았다. 이득액을 구체적으로 산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회장은 지난 2007년 일본 도쿄의 팬재팬(Pan Japan)을 통해 빌딩을 구입하기 위해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CJ그룹 일본법인이 4700만엔(약 323억6526억원)의 연대보증을 서도록 했다. 검찰은 이 행위가 배임이라고 판단했으며 1심과 2심의 재판부도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반면 대법원은 일본법인이 연대보증을 설 당시 대출구조상 원리금을 정상적으로 상환할 수 있는 상황이라 대출금 채무 전액을 고스란히 기업의 손해로 볼 수 없다고 최종적인 결론을 내렸다.

이에 대법원은 지난 9월 이 회장에게 징역 3년과 벌금 252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에 재판에서는 예상대로 배임죄 부분이 쟁점이 됐다. 이미 기본적인 사안에 대한 조사가 이뤄진 상황에서 대법원이 배임죄 부분만을 문제삼았기 때문이다.

특히 검찰은 파기환송 전 재판에서의 구형량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이 회장에 대해 징역 5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액수를 확정할 수 없고 가능성만으로 배임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대법원이 판단했지만 법리적으로 의견이 다르다는 것이 검찰 측 주장의 핵심이었다. 즉 배임죄는 손해가 실제 발생하지 않아도 손해의 위험이 있으면 성립하는 범죄라는 것이다.

검찰은 “이 회장의 개인적인 부동산 투기에 회사 법인이 담보를 제공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담보를 제공하고 보증채무를 부담하면서 손해를 입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재판부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당시 대출의 위험성을 가장 객관적으로 평가했던 금융기관의 판단에 따라 손해액과 이득액을 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 측은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를 양형 결정에 반영해달라”고 요청했다. 일반 형법상 배임 혐의를 적용한 대법원의 판단이 맞다는 주장이다.

또한 이 회장 측 변호인은 “금융기관 관계자도 대출 당시 보증 제공은 형식적 의미였다고 진술했다. 회사에 어떤 손해가 생길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고 반론했다.

이어 “회사에 아무런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고 피해 변제를 위한 모든 조치를 취했다. 이 회장 역시 한 기업의 총수로 깊이 반성하고 뉘우치고 있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이 회장은 최후진술을 통해 “건강을 잘 회복하고 선대 유지인 창업보국, 미완성의 CJ를 세계적 기업으로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변론을 모두 들은 재판부는 이날 문제가 된 빌딩의 가치를 파악하기 위해 임대료 수익과 현재까지 채무 상환과 관련된 자료를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다음 달 15일 오후 1시에 이 회장에 대한 선고를 내리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 회장은 1심 재판이 진행되던 2013년 8월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은 뒤 신장이식수술을 받은 후 거부반응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며 재판을 받아왔다. 또 이날 공판에도 휠체어를 타고 링겔을 꽂은 채 출석했다.


황재용 기자 hsoul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