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지주회사 전환 사실상 무산··· ‘후폭풍’ 어쩌나

자본시장법 개정안 여야 합의 실패··· 회기 내 처리 가능성 낮아져

19대 국회 닫히면 자동 폐기··· 최경수 이사장 임기 내 마무리 어려워져

한국거래소가 야심차게 추진하던 지주회사 전환이 여야 대립 속에 회기 내 통과가 사실상 물건너 간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18일 오전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앞두고 ‘자본시장법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거래소의 지주회사 전환을 허용하는 내용을 놓고 협상을 벌였으나 야당 측 반대로 합의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법안심사소위는 거래소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자본시장법을 제외하고 5억원 이상 보수를 받는 임원에 대한 보수공개를 의무화하는 자본시장 및 금융투자업 개정안과 현행 연 34.9%의 대부업 금리는 27.9%로 하향조정하는 ‘대부업법’, ‘기업구조조정촉진법’ 등의 안건만 처리했다.

한국거래소의 지주회사 전환은 금융위원회가 거래소의 글로벌화를 촉진하기 위해 올해 주요 과제로 내세운 대표 안건 가운데 하나였다. 이날 법안소위에도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비롯해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 유재훈 한국예탁결제원 사장,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 등이 모두 참석해 법안 통과에 대한 업계의 의지를 나타내기도 했다.

하지만 20대 총선을 앞둔 막바지 임시국회에서도 법안 통과가 사실상 무산된 만큼 후폭풍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금융위는 한국거래소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혁신형 기업들의 자금조달 기반 강화를 목적으로 거래소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고 유가증권시장본부와 코스닥시장본부, 파생상품시장본부를 자회사로 분리하는 등의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거래소는 자본시장법 개정안 통과를 대비해 구체적인 세부일정까지 모두 마련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올해 조직개편을 통해 지주사 전환 및 기업공개(IPO)를 위한 테스크포스(TF)팀을 신설하는 등 법 개정시 실무작업을 위한 준비를 대부분 끝마친 상태였다.

지주사 추진을 진두지휘하던 최경수 이사장이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 것 역시 부담이다.

이번에 처리되지 못한 법안은 19대 국회 만료와 동시에 자동폐기돼 20대 국회 출범 이후 발의 절차를 처음부터 밟아야만 한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최 이사장 임기 내 계획을 맞추기 불가능해진 만큼 향후 새로운 이사장 선임에 따라 추진 방향이 재검토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해당 법안은 업계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던 내용”이라며 “정치적 대립 때문에 좌초되는 것은 매우 아쉬운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김민수 기자 h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