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톨이야 외톨이야 따라두루 다랏뚜’를 노래하던 씨엔블루가 데뷔한지 7년이 다되어 간다. 그간 아이돌 밴드로서 많은 고난도 겪었고 정체성에 대한 고민도 많았던 시기였다. 이를 지나며 씨엔블루는 좀 더 단단해졌고 한편으로는 부드러워졌다.
최근 인터뷰를 위해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 카페에서 씨엔블루와 만났다. 오랜만에 얼굴을 마주한 멤버들은 왠지 모르게 평소보다 더 편안하고 안정돼 보였다. 나른한 봄 바람이 살갗에 와 닿는 요즘 날씨와 닮아 있었다. 찬찬히 멤버들의 말을 듣다 보니 씨엔블루에게서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씨엔블루는 4일 여섯 번째 미니앨범 ‘블루밍(Blueming)’을 발매하고 컴백했다. 지난 앨범 ‘투게더(2gether)’ 이후 약 7개월 만이다. 길다면 긴 공백기지만, 씨엔블루는 그간 해외를 돌며 끊임없이 팬들과 만나왔다.
“얼마 전에 아시아 투어가 끝났어요. 그래서 우리는 금방 새로운 걸 들고 나온 기분인데 국내 팬들은 오랫동안 기다려주신 거니 많이 반가워 해주시더라고요. 한달 남짓 활동할 건데 재미있게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아요.”(이정신) “지난 앨범 이후 바로 준비했던 앨범이에요. 지난 타이틀곡 ‘신데렐라’ 만들 때 나왔던 곡들도 있고요. 지금까지 활동이 쭉 이어지는 느낌이에요.”(정용화)
새 앨범 ‘블루밍’에는 타이틀곡 ‘이렇게 예뻤나’를 포함해 ‘더 시즌스(The Seasons)’ ‘영 포에버(Young forever)’ ‘위드아웃 유(Without you)’ 등 총 다섯 트랙이 수록됐다. 타이틀곡 ‘이렇게 예뻤나’는 공개 직후 좋은 반응을 얻으며 대중의 귓가를 사로잡았다.
“오전 1시에 음원차트를 봤거든요. 그 뒤로는 잘 안 봤어요. 충격 받을까봐도 그렇고 차트성적보다 이야기를 들어야 할 것 같아서요. 한 시간에 한 번씩 순위를 보면 피폐해질 것 같아요. 멋이 떨어지는 느낌도 들고. (웃음) 저희가 투어를 많이 돌다 보니 거의 1년에 한 번씩 앨범이 나오는데 음악을 자주 노출해야겠다는 취지로 컴백했어요.”(정용화)
“씨엔블루가 그동안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오디션 프로그램 같은 것 보면서, 지금도 데뷔를 위해 열심히 달려가는 친구들도 있는데 우리는 7년 동안 꾸준히 활동하고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일인가 생각이 들었어요.”(이종현)
타이틀곡 ‘이렇게 에뻤나’는 펑키한 비트와 베이스 위에 화려한 브라스가 가미된 경쾌한 템포의 팝 록이다. 대화하는 듯한 가사와 짧지만 달콤한 정용화의 내레이션으로 기분 좋은 봄의 멜로디를 완성했다.
“연예기사 제목을 보면 ‘이렇게 예뻤나’라는 말이 자주 사용되던데, 어감이 너무 예뻤어요. 듣기 좋은 것 같아요. 봄을 생각하고 타이틀곡을 만든 건 아니에요. 다만 힘을 빼고 만들자는 생각은 있었어요. 지금까지 너무 멋있게만 보이려고 했었던 것 같더라고요.”(정용화)
“수록곡이 나와있어도 타이틀곡을 써야 한다는 압박이 심했어요. 타이틀곡은 묵직한 이별 노래를 해야만 할 것 같고. 이번에는 예전에 썼던 곡 중에서 골랐는데, 타이틀곡에 얽매이지 말자는 생각이었어요. 그래서 좀 더 가벼워지고 경쾌해진 게 아닐까 싶어요.”(정용화)
이번 앨범 역시 정용화를 필두로 멤버들의 곡 참여로 이뤄졌다. 타이틀곡 ‘이렇게 예뻤나’는 정용화의 곡이며, 특히 수록곡 ‘위드아웃 유’는 일본앨범에 이은 이정신의 두 번째 자작곡이다.
“의미가 있는 곡이에요. 씨엔블루로 활동하면서 일본과 한국 양국에서 자작곡을 꾸준히 내는 멤버들이 대단해 보였어요. 전 사실 음치에 박치였거든요. 이번 곡을 통해 그걸 이겨내고 나아졌다는 것과 지금껏 했던 노력이 실감났어요.”(이정신)
“정신이의 장점은 농땡이를 치지 않는 성실함이에요. 합주를 하다가 ‘이것 좀 고쳐라’라고 하면 다음 번 만날 때 고쳐와요. 지금은 뭐, 아주 장난 아니죠. (웃음)”(정용화)
씨엔블루는 그간 ‘러브(Love)’ ‘사랑은 비를 타고’ ‘사랑빛’과 같은 달콤한 러브송을 해오긴 했지만, 이번 앨범은 좀 더 가벼워지고 화사해졌다. 타이틀곡 ‘이렇게 예뻤나’는 봄의 화창함을 선사하고, 수록곡들은 기존 씨엔블루의 색깔을 바탕으로 한 밝은 에너지가 느껴진다.
“이번에는 밝은 앨범을 내고 싶어서 이런 곡을 쓴 것 같아요. 다음에 화려한 걸 하고 싶다면 그렇게 하겠죠?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할 기회도 많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회사가 원했던 콘셉트를 했다면, 지금은 자작곡으로 활동하거든요. 이제야 진짜 우리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거죠.”(정용화)
어떤 의도를 가지고 콘셉트를 정한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음악을 펼쳤다는 게 그의 말. 정용화는 ‘외톨이야’ 이후 그만큼의 사랑을 다시 받지 못했던 사실도 쿨하게 인정했다. 그 ‘쿨하게’에는 씨엔블루만의 음악을 지키겠다는 의지와 자부심이 깔려 있었다.
“씨엔블루에게 잘 어울리는 건 디스코풍이라고 생각해요. 그 안에서 변화를 주는 포맷을 생각하고 있어요. 지난 곡 ‘캔트 스톱(Can’t stop)’도 발라드처럼 시작했다가 디스코로 바뀌는데, 그런 변주인 거죠. 다만 취향 자체가 헤비한 것을 잘 못할 뿐더러 우리와 어울리지 않는 색이라고 생각해요.”(정용화)
“음악이 성격을 대변한다고 생각해요. 자극적인 곡을 쓰지 않는데 제 성격 자체가 자극적이지 않거든요. 다른 맛의 아이스크림을 먹더라도 꼭 고르게 되는 기본적인 맛, 바닐라 아이스크림처럼요. (웃음)” (정용화)
“혹시 다른 작곡가의 곡을 받을 생각은 없냐”는 질문에 멤버들은 단호했다. 정용화는 “밴드는 자작곡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음악 색깔은 우리가 가장 잘 안다”고 소신을 밝혔다. 씨엔블루는 자작곡을 통해 팀을 둘러싼 부정적인 시선을 이겨내려고 노력했다.
“지금까지 자작곡으로 활동했던 게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게 싫어요. 이왕 이렇게 시작한 거 더 잘하고 싶어요. 또 우리가 고집했던 자작곡을 하다 보니 오히려 씨엔블루의 음악을 돌아봐주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 씨엔블루의 최종 목표는 마니아틱한 분들도, 대중들도 인정해주는 거에요. 공통분모가 있는 게 제일 좋긴 한데 그걸 찾는 게 진짜 어려운 것 같아요.”(정용화)
“지금도 충분히 잘 되고 있지만 ‘외톨이야’ 때 형성된 기대치를 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너무 큰 사랑을 받아서 충족이 안 되는 거죠.”(정용화) “데뷔하고 7년 동안 ‘외톨이야’ 아저씨인데 (웃음) 자작곡을 통해 우리 힘으로 다시 한 번 그런 큰 사랑을 받고 싶어요.”(이종현)
씨엔블루의 말에서는 성공을 위한 욕망이 아닌, 순수한 열정이 느껴졌다. 오롯이 씨엔블루만의 음악으로 인정을 받고 싶다는 욕심. 밴드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은 국내 가요계에서 밴드가 살아남기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이들은 묵묵히 자신들의 길을 걸어왔고 앞으로도 그러고자 한다.
“밴드가 많이 없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렇게 버텨왔다는 것도 대단하죠. 좀 더 자리매김을 해서 이 자리에 박혀야겠다는 생각이에요. (웃음) 경쟁이요? 라이벌은 없어요. 후배 밴드가 있다면 잘될 수 있도록 서포트해줄 거에요. 그러니 저희가 살아남아야 해요.”(정용화)
씨엔블루가 밴드로서 오래오래 사랑 받아야 하는 이유, 정용화는 장난스레 말했지만 충분히 뼈가 있는 말이었다. 이들의 고집이 반가운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모두의 입맛을 충족시켜야 하는 숙제를 풀어야 하는 씨엔블루지만 “하고 싶은 음악을 할 것”이라던 멤버들의 말이 자꾸 기억에 맴돈다.
“이번 활동 순위가 올라가면 좋겠지만 연연해하지 않고 즐겁게 활동하는 게 목표에요.”(이정신) “오랜만에 돌아왔는데 웃는 모습 많이 보여드릴게요.”(이종현) “한 해 한 해 갈수록 느끼는 건데, 앨범 나올 수 있게 해줘서 감사해요. 평생 계속 좋은 앨범을 낼 수 있으면 좋겠어요.”(정용화) “뭔가 해야 한다는 부담감보다 편안하게, 들려주고 싶은 음악이 생기면 나올 수 있을 정도로 즐기면서 활동을 하고 싶어요.”(강민혁)
이소희 기자 lshsh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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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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