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가맨’의 진정한 매력은 음악예능의 일반적인 행보를 벗어났기에 드러났다.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JTBC 빌딩 대회의실에서 종합편성채널 JTBC 예능프로그램 ‘투유프로젝트-슈가맨’(이하 슈가맨) 연출을 맡은 윤현준 CP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슈가맨’은 대한민국 가요계에 한 시대를 풍미했다가 사라진 가수, 일명 슈가맨을 찾아나서는 프로그램이다. 아울러 슈가맨의 히트곡을 편곡해주는 프로듀서와 그 노래를 가창하는 쇼맨 등이 출연한다.
지난해 8월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첫 선을 보였고, 같은 해 10월 정규편성 돼 자리를 잡았다. 파일럿 당시에는 그다지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지만, 현재는 방송 직후 매번 실시간 검색어를 오르내리는 등 화제성과 인기 등 단연 일등이다.
이 자리에서 윤 CP는 “비지상파의 파일럿 성적 수치로 봤을 때는 나쁘지는 않았다. 다만 유재석과 유희열 조합이라 기대도 컸고 평이 좋지 않았다”며 “시청자들의 의견을 들어보자 싶었고, 이후 유재석-유희열과 만나서 이야기한 결과 다른 걸 하자는 이야기도 나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결국은 ‘슈가맨’에 우리가 해야 할 장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단점을 보완하면 다시 봐주지 않을까, 어떻게 하면 더 나아질까 생각했다”고 프로그램의 긍정적인 미래를 내다봤음을 밝혔다.
또 윤 CP는 “슈가맨이 나와서 노래하면 다 반가워할 줄 알았다. 그런대 10대 20대 30대 초반까지도 그 가수가 누군지 모르니까 재미없다는 반응이 많았다. 공감의 폭이 좁았던 것이다”라고 짚었던 문제점을 털어놨다.
그는 “프로그램을 만든 생각의 발단은 ‘노래만 아는데 이 가수 누구였지?’ ‘노래 좋았는데 이 가수 지금 뭐하지?’ 그런 생각이었다. 그걸 찾는 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고 그게 바로 슈가맨의 포인트다”라며 “그런데 파일럿에서는 그걸 잘 살리지 못했던 것 같다”고 되돌아봤다.
사람들이 대부분 미래보다 과거를 추억하며 살아가기도 하고, 옛날 음악을 들었을 때 음악만 떠오르는 게 아니라 그 상황까지 함께 떠오른다는 것이 윤 CP의 말. 이는 ‘슈가맨’의 탄생 배경이자 지향점이기도 하다.
그러기 위해서 ‘슈가맨’이 지니고 가야 할 요소는 바로 공감이었다. 이에 세대별 방청객과 100개의 전구라는 요소를 도입했다. 윤 CP의 말에 따르면 이 두 가지가 ‘슈가맨’을 살린 가장 중요한 포인트.
윤 CP는 “파일럿 실패 이후 고민했고 그 결과, 다름을 인정하는 게 답이었다”며 “세대별 방청객을 통해 노래에 어떤 느낌을 갖는지 각기 다른 포인트를 살피고, 모두가 함께 들으며 공감을 확대해나가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불의 개수는 중요하지 않다. 모르면 모르는 대로 알면 아는 대로 반가워하는 것이다”라며 알아가는 과정의 재미를 언급했다.
‘슈가맨’을 통해 노래의 역주행을 기록하고 다시 컴백하는 등 인기 되살리기 열풍이 불고 있지만, 불편하게 다가오지 않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윤 CP는 “이걸 계기로 재기한다면 응원 할 테고 바람직하겠지만 재기의 장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섭외 또한 강제로 진행되지 않는다. 윤 CP는 섭외가 쉬웠던 혹은 어려웠던 슈가맨을 묻는 질문에 “어렵고 쉽고를 따질 수 없다. 섭외된 사람들은 다 흔쾌히 해줬다. 힘들겠다고 한 분은 결국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솔직히 밝혔다.
이어 “지금 방송을 할 생각이 없다던가 추억으로 남기고 싶어하면 그 의사를 존중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슈가맨’이 이렇게까지 탄탄하게 입지를 굳힌 배경에는 매회 특집이라고 해도 이상하지않을 만큼 기상천외한 라인업과 한 쪽에 치중되어 있지 않은 소재(90년대 혹은 2000년대 가수만 나오는 등) 또한 자리잡고 있다.
아울러 훌륭한 MC들과 패널도 한 몫 했다. 이날 윤 CP는 MC 유재석과 유희열, 패널 김이나와 산다라박에 대한 칭찬을 거침없이 말하며 화기애애한 현장 분위기를 짐작케 했다.
이 모든 것이 어우러진 ‘슈가맨’, 그래서 결국 어떤 매력을 지닌 프로그램이라는 것일까? 윤 CP는 “’슈가맨’이 음악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음악도 있지만 추억과 공감, 이야기가 있는 프로그램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런 것이 ‘슈가맨’만의 차별점이고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경연을 하긴 하지만 그건 축제다”라면서 “제목이 ‘슈가맨’이니 가장 중요한 것은 슈가맨이다. 왜 사라졌고 그때 어떤 활동을 했으며, 지금은 어떻게 지내는지 알아내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프로그램이 중심을 잡고 흔들림 없이 나아갈 수 있는 건 명확한 기획의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윤 CP의 말에 따르면 ‘슈가맨’은 보통 12~16회 정도에서 막을 내리는 시즌제이지만, 어느덧 30회차를 바라보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회차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슈가맨과 출연진들이 어떤 내용을 꾸미는지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
마지막으로 윤 CP는 “어느 정도 슈가맨을 소환했다고 생각하면 시즌 1의 막이 내릴 것이다”라며 “슈가맨을 다 못 찾아드려도 앞으로 또 ‘슈가맨’이 언젠가 다시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준다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슈가맨’은 추억 속의 가수들이 출연할 때마다 화제를 모으고 노래는 역주행을 불러일으키는 등 독특한 개성의 음악예능프로그램으로 자리잡고 있다. 매주 화요일 오후 방송.
이소희 기자 lshsh324@
뉴스웨이 이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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