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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서 최대 52조 잭팟?···중동發 리스크로 전락하나

이란서 최대 52조 잭팟?···중동發 리스크로 전락하나

등록 2016.05.04 09:10

수정 2016.05.05 08:47

김성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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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30개 프로젝트 상당수 법적구속력 없어수은 금융지원 필수···협의중 무산 가능성도일본 아베 총리 방문 변수···저가경쟁도 우려

최대 52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이란 수주 특수가 자칫 중동발 저가수주 리스크로 돌변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09년 GS건설이 준공한 이란 사우스파스 가스 플랜트 9, 10단계 프로젝트 현장 전경. (출처=GS건설 제공)최대 52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이란 수주 특수가 자칫 중동발 저가수주 리스크로 돌변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09년 GS건설이 준공한 이란 사우스파스 가스 플랜트 9, 10단계 프로젝트 현장 전경. (출처=GS건설 제공)

# 대우건설과 현대건설은 이란 바흐만 정유시설과 테헤란 쇼말 고속도로 3공구 프로젝트를 위한 양해각서를 3일 체결했다. 이란 남부 반다르 자스크 지역에 초중유 생산 정유시설을 건설하는 바흐만 정유시설 프로젝트는 사업비가 무려 20억달러에 이른다. 쇼말 고속도로는 테헤란과 카스피해를 연결하는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정부와 일부 언론은 이들 프로젝트에 대해 사실상 수주가 확실한 것처럼 전했으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란 현지업체와 컨소시엄 구성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데다 구체적인 공사금액은 물론 기본 설계안 조차 아직 나와있지 않은 상황이다. 무엇보다 한국수출입은행의 금융지원이 필수인데 협의과정에서 금리나 지원액 등의 조건이 맞지 않으면 수주가 물거품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최대 52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알려진 이란 수주 특수에 대한 기대가 지나치게 장밋빛이라는 지적이 강하게 일고 있다. 청와대가 지나치게 성과를 부풀리고 있다는 얘기다. 청와대가 수주가 가능하다고 홍보한 30개 프로젝트 가운데 법적 구속력이 있는 프로젝트는 6건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다수 사업들이 구속력이 없는 MOU수준이거나 구속력이 약한 합의각서라는 의미다. 더구나 이란의 재정여건이 아직 열악해 한국수출입은행 등의 금융지원을 통한 수주가 사실상 필수인데 계약 조건이 안맞을 경우 수은의 지원철회 가능성이 적지 않아 이란 특수 현실화까지는 산넘어 산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오는 8월 아베 일본 총리의 이란 방문에서도 MOU체결 등을 이란이 남발할 가능성이 커 일본이나 중국업체와의 경쟁에 따른 출혈 저가수주만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중국이나 일본업체들에 비해 정보 공유에 약한 우리 기업들끼리의 출혈 경쟁 가능성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4일 청와대와 관련업계 따르면 인프라 및 에너지 재건 등 30개 프로젝트에서 양해각서와 가계약 등을 통해 확보한 수주 가능 금액이 372억달러(42조원)에 이른다. 구두 합의 등 차후 계약 가능 건까지 포함하면 최대 456억달러(52조원)까지 수주 금액이 늘어날 것이라는 게 청와대와 일부 관가의 장밋빛 전망이다. 정부는 우리 기업의 인프로 사업 수주를 지원하기 위해 250억달러의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란 수주 특수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거 없다는 식으로 속빈 강정에 그칠 확률이 적지 않다. 이란과의 수주 대부분이 법적 구속력이 없는 MOU체결 수준이어서 수주 무산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시절 96건의 해외 프로젝트 MOU를 체결했으나 본 계약까지 성사된 건은 16건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에선 이란의 재정여건이 열악하다는 점에도 주목한다. 때문에 이란 발주 프로젝트마다 건설사 자체자금 수혈이나 수출입은행 등의 자금지원이 필수인데 협의과정에서 금리나 지원액수가 맞지 않아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MOU체결 단계에서 수주가 물거품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최근 수출입은행의 재정건전성이 극도로 악화하고 있어 통큰 지원이 쉽지 않다는 점도 맹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아베 일본 총리가 오는 8월 이란을 방문한다는 점도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가 이란에 역시 선물 보따리를 풀어 놓을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이란이 일본과도 MOU체결을 잔뜩 추진한다면 프로젝트마다 일본 업체들과 경쟁해야하는 사례가 늘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경쟁심화에 따른 저가 출혈경쟁으로 건설사들의 실적만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국내 업체들끼리의 저가 경쟁도 우려된다. 특히 정보 공유 보다 경쟁을 우선시 하는 국내 건설사들이 이란 발주처측의 전략에 놀아날 경우 출혈 경쟁만 가속화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청와대가 치적을 쌓으려는 욕심으로 부풀려 홍보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듯 하다. 뜬구름잡는 식의 보여주기식 실적쌓기가 아닌 수익성이 확실하고 사업성이 담보된 사업 위주로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성배 기자 ks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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