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칫 대량실업’ 위험성 높은 사안총괄 주체 없어 부실한 책임 구조 ‘큰 그림’ 동시에 특별법 제정 필요
◇화두만 던져진 구조조정···책임 주체가 없다
구조조정론은 4·13총선이 끝난 뒤 갑작스레 불기 시작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일찍이 천명한 4대 구조개혁 추진 방침에 이어 원내 1당으로 올라선 더불어민주당의 김종인 대표가 이를 먼저 언급하고 나선 것이다. 김 대표는 “지나치게 과잉 시설을 가지고 있는 분야는 과감하게 털어내고 우리 경제의 체질 개선을 하는데 노력해야 한다”며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하지만 정부는 칼을 갈고 기업들은 몸을 움츠리고 있는 가운데 효과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구조조정을 이끌어야 할 ‘컨트롤타워’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정부는 지난해 조선·해운·철강·석유화학·건설 등 5개 부문을 취약업종으로 지정했으나 이후 별다른 진전이 보이지 않는다. 각 주무부처는 있지만 이를 책임지고 총괄하는 주체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협의체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주재하고 있지만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 대책은 고용노동부가 소관하는 등 각 부처가 업종별 업무를 나눠 맡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자본 확충을 위한 발권력은 한국은행이 갖고 있다.
경제부총리, 청와대 경제수석,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이 한 자리에 모여 경제 정책을 논의하는 ‘서별관회의’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정부와 채권단이 구조조정 업무를 맡더라도 사전에 여·야·정 협의체와 논의하고 정책 판단 기준과 근거, 보완 필요성, 재원 마련 방법 등을 미리 거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 개별 주체들의 입장도 통일되지 못하고 왔다갔다 하는 모양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기업 구조조정은 경제의 중요한 과제이고 추진 과정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밝힌 지 불과 며칠도 지나지 않아 “국책은행 자본확충은 출자보다 대출이 적합하다”고 말해 출자에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해운·조선업종의 구조조정이 추경 편성의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가 “필요하다면 추경을 할 수 있다”고 입장을 전환했다.
◇문제는 국책은행 자본확충
컨트롤타워의 필요성 만큼이나 동시에 요구되는 것은 정책 추진의 구체적인 방법론이다. 국책은행 자본확충 방안을 놓고 현재 백가쟁명식 시나리오가 난무하고 있고 각 경제 부처 및 기관별로 저마다 입장이 엇갈리고 있어 이의 통일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한은의 발권력을 동원해 부실기업 채권단을 이끄는 국책은행의 자본 확충에 사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법을 개정해 산은이 코코본드(조건부자본증권)를 발행하고 한은이 이를 매입하거나 직접 출자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이 같은 방안에 한은 측은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이주열 총재는 “기업 구조조정에 발권력을 이용하려면 납득할 만한 타당성이 필요하다”며 “중앙은행이 투입한 돈의 손실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게 기본적인 원칙”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치권에서는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여부를 놓고 여야 간 입장 차이가 뚜렷하다. 일단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추경에 대해 적극적이다. 최운열 더민주 당선자는 “여당이 구조조정을 위해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제안한다면 야당도 받아들일 용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고 김성식 국민의당 정책위의장도 ‘정부가 책임 있는 진단과 처방전을 내놓는 것’을 전제로 “추경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새누리당은 이에 부정적이다.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국가재정법상 요건에 맞아야 하는데 지금 상황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지난 2009년 ‘금융안정기금’ 등 국회 동의를 필요로 하지 않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정부 역시 재정 부담과 국회 논의 과정에서 책임 추궁 등을 우려해 추경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컨트롤타워 ‘밑그림’, 각론은 특별법에
결국 컨트롤타워가 중심을 잡고 큰 그림을 그린 뒤에 개별적인 방법론을 수렴해 특별법 제정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금까지 각 부처·기관별로 분리돼 있는 업무와 권한을 통합해 관장하는 기구를 만든 이후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과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구조조정의 여건은 마련됐다는 평가다. 수익 악화 업종의 사업 재편을 위해 M&A(인수합병) 절차가 간소화됐고 금융·세제 지원이 가능하다. 또한 워크아웃 대상도 중소기업까지 넓어지고 참여 금융기관도 연기금·공제회 등으로 확대된 상태다.
여기에 특별법 제정을 통해 지금껏 제시된 재원 마련 방안을 선정하고 구조조정의 대상을 추리기 위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여·야·정 협의체를 구성한 이후 다양한 의견들의 조율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구조조정에 따른 대량 실업사태 등 위험성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 확보도 숙제다. 야당에서는 최저임금 인상과 실업수당 지급기간 연장, 전업교육 강화 등을 주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부실기업과 부실을 초래한 금융당국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가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오정근 건국대 교수는 “자본 확충을 하려면 부실기업 경영진과 국책은행은 물론 금융 당국에 대해 확실한 책임을 묻는다는 약속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희 기자 allnew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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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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