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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 ‘한국판’에 한국산업 멍든다

뒷북 ‘한국판’에 한국산업 멍든다

등록 2016.07.21 14:53

수정 2016.07.21 15:00

현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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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뜨니 인공지능 투자 대책 마련포켓몬고 인기에 증강현실 지원?한국판 붙은 산업지원책 꾸준한 지원이 관건

이번에도 정부가 한국판 ‘포켓몬 고’를 만들겠다며 증강현실(AR) 지원대책을 마련할지 주목된다. 정부는 이세돌과 구글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대국이 관심을 끌자 인공지능(AI) 연구소를 골자로 한 대책을 내놓았다. 이러한 한국의 ‘따라하기’ 대책이 정말 우리나라 경제와 해당 산업에 긍정적으로 작용할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여론에 따라 황급히 내놓는 대책이 외면받던 산업의 새로운 기회를 준 것인지, 그저 ‘정부도 일을 하고 있다’는 단순한 시그널을 주기 위한 쇼인지는 두고 봐야 하지만, 확실한 것은 ‘열풍’에 휩싸여 내 놓는 대책은 대체로 지속성이나 현실성이 다소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정부는 ‘가상현실(VR) 콘텐츠산업 육성방향’의 7대 추진과제 중 첫 사업으로 ‘VR 콘텐츠 프런티어 프로젝트’를 21일부터 시작한다. 핵심기술개발에 대한 지원으로 최대 40억원 범위 내에서 지원할 예정이다. VR 외에도 AR, 혼합현실(MR) 등 실감형 콘텐츠 전반을 지원 대상으로 한다. 이번 사업은 AR에 대한 정부의 지원대책이 아닌 VR 산업 지원대책의 일환이다. 아직 정부는 AR보다 VR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 무역투자활성화 대책 때에도 5대 신산업에 AR을 제외한 채 VR만을 선정했다. 지난해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는 ‘ICT 동향 보고서’를 통해 VR보다 AR의 성장가능성을 얘기했지만 무시됐다. 지금껏 관심을 갖지 않다가 ‘포켓몬고’ 열풍이 더욱 거세질 경우 AR만을 위한 지원대책을 꺼낼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한국판’이라는 이름으로 나온 정부의 뒷북 대책은 자주 눈에 띤다. 최근에 나온 지원대책은 한국판 알파고를 만들겠다며 5년간 1조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한 게 대표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언급하자 기업들에게도 난데없이 2조5000억원이 넘는 투자목표가 떨어졌다. 잘한다 싶으면 당장 예산을 투입하는 전형적인 ‘한국판’ 행태다. 황급히 꺼내든 정책은 산업 부문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지난해 소비활성화를 위해 ‘한국판’을 갔다 붙인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는 반짝 소비를 끌어올린 뒤 곧바로 소비절벽을 불러오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AI 투자도 기존에 진행돼 온 R&D 지원을 깎아낸 후유증을 불러왔다. 기업구조조정을 위한 발권력 동원 주장도 ‘한국판 양적완화’로 불리어지면서 신속히 추진됐다. 업계 관계자는 “포켓몬고 열풍이 거세지면 분명 AR 지원사업을 추진할 것”이라며 “정부의 단순하고 신속한 지원 결정은 꾸준히 추진돼야 할 R&D를 하나의 성과·목표달성 산업으로 비춰지게 만든다. 단기간 성과가 없으면 지원을 줄여나가면 사실상 해당 산업은 말라 죽게 돼 후유증이 더 크게 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현상철 기자 hsc329@

뉴스웨이 현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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