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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서 실패작이라는 ‘롯데마트’, 이유가 뭔가 봤더니···

[르뽀]중국서 실패작이라는 ‘롯데마트’, 이유가 뭔가 봤더니···

등록 2016.07.26 07:09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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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시민들 ‘롯데마트 잘 몰라’···관심 無佛 까르푸·토종 우마트 비해 인지도 부족 절감최근 고급화 전략에도 방문 줄어..현지화 실패

베이징 총원먼(崇文門)에 위치한 롯데마트 사진=차재서 기자 sia0413@newsway.co.kr베이징 총원먼(崇文門)에 위치한 롯데마트 사진=차재서 기자 sia0413@newsway.co.kr

“베이징(北京)에서 ‘롯데(樂天)’ 모르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그래도 마트는 집에서 가까운 곳을 이용하는 게 편하죠. 여기 사람들은 ‘까르푸’를 많이 찾습니다. ‘롯데마트’는 몇 군데 없거든요”

중국 베이징시 한 택시기사에게 ‘롯데마트’에 대한 인상을 물으니 이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완곡한 어조였지만 분명 ‘롯데마트를 잘 모를뿐더러 관심도 없다’는 얘기로 들렸다. 시내 곳곳을 훤히 꿰뚫고 있는 택시기사이니 만큼 그의 반응은 의외였다.

문제는 현지에서 만난 중국인 여성이나 노인들의 응답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심지어 중국에서 7년째 거주하고 있는 한국인도 굳이 롯데마트로 가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답했다. 매장 위치와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 등을 이유로 들었다.

한국 기업이 해외에서 저평가 받는 것은 아쉬웠지만 이들의 답변은 어찌보면 롯데마트의 현주소를 여과없이 보여준 게 아니었나 싶다. 롯데마트는 2008년 중국에 첫 발을 내딛은 이래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왔으나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궈루이(國瑞) 쇼핑센터 지하로 내려가니 롯데마트가 위치해 있었다. 사진=차재서 기자 sia0413@newsway.co.kr궈루이(國瑞) 쇼핑센터 지하로 내려가니 롯데마트가 위치해 있었다. 사진=차재서 기자 sia0413@newsway.co.kr

베이징에도 롯데마트 12곳, 롯데슈퍼 16곳(1분기 사업보고서 기준)이 운영 중이지만 이들 매장에 대한 현지인의 관심은 상당히 낮은 수준임을 체감할 수 있었다. 월마트나 까르푸보다 진입이 늦은 탓에 좋은 위치를 선점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차를 타고 시내를 이동할 때도 ‘까르푸’ 로고는 쉽게 눈에 들어왔다.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19일 오후 4시경 롯데마트 총원먼(崇文門)점을 방문했다. 궈루이(國瑞) 쇼핑센터 앞에서 빨간색 ‘롯데마트(樂天瑪特)’ 간판을 따라 지하로 내려가니 복도 끝에 대형 매장이 펼쳐졌다. 중국 제품이 진열된 것을 빼고는 국내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오후 4시께 방문한 롯데마트 총원먼점은 무척 한산했다. 사진=차재서 기자 sia0413@newsway.co.kr오후 4시께 방문한 롯데마트 총원먼점은 무척 한산했다. 사진=차재서 기자 sia0413@newsway.co.kr

하지만 이날 롯데마트 총원먼점은 무척 한산했다. 당시 쇼핑 중인 방문자 수를 눈으로 헤아릴 수 있을 정도였다. 일부 직원이었지만 전화기를 붙들고 한참동안 개인적인 대화를 나누는 모습 속에서도 ‘여유로움’이 배어나왔다.

총원먼 일대는 베이징 내에서도 땅값이 높은 핵심상권으로 꼽힌다. 그만큼 유동인구도 많다. 특히 이 매장은 지하철역과도 바로 연결돼 있어 접근성이 높다고도 할 수 있다. 때문에 조용한 매장 풍경이 다소 의외로 여겨졌다.

베이징에서는 보통 퇴근이 오후 5시에 이뤄지므로 이때부터 폐점시간인 밤 10시까지는 마트에 쇼핑객이 가장 붐빈다. 그러나 오후 6시에 임박했을 때까지도 이 매장의 방문자는 좀처럼 늘어나지 않았다.

중국 토종브랜드인 우마트는 이른 시간에도 쇼핑객들로 붐볐다. 사진=차재서 기자 sia0413@newsway.co.kr중국 토종브랜드인 우마트는 이른 시간에도 쇼핑객들로 붐볐다. 사진=차재서 기자 sia0413@newsway.co.kr

이른 시간이 원인인가 싶어 이튿날 정확히 같은 시간 베이징 중심가에 자리를 잡은 ‘우마트’를 둘러봤다. 중국 토종 업체인 우마트는 저렴한 가격과 거대한 유통망을 무기로 빠르게 성장하는 브랜드다.

매장 안에 들어서니 양상은 롯데마트와 정반대였다. 각 코너는 저녁 먹거리를 찾는 사람들로 북적거렸고 직원들도 고객 응대에 여념이 없었다.

한 직원으로부터 하루 평균 7000여명이 매장을 다녀가며 해당 시간에는 늘 사람들의 방문이 많다는 설명을 들었다. 더욱이 당일에는 베이징에 내린 폭우로 인해 이동에도 제약이 컸던 터라 롯데마트와는 비교되는 부분이 많았다.

최근 리모델링을 마친 롯데마트 왕징점은 고급스런 분위기를 풍겼다. 사진=차재서 기자 sia0413@newsway.co.kr최근 리모델링을 마친 롯데마트 왕징점은 고급스런 분위기를 풍겼다. 사진=차재서 기자 sia0413@newsway.co.kr

21일 오전 10시에는 롯데마트 왕징(望京)점으로 발길을 옮겼다. 2008년 오픈한 왕징점은 롯데마트의 첫 중국 매장이다. 최근에는 ‘프리미엄 매장’ 콘셉트로 리뉴얼을 단행해 새롭게 문을 열었다. 왕징 부근에 모여있는 한국 교민과 조선족을 공략하기 위해 고급화 전략을 택한 것이다.

대규모 자금이 투입된 효과인지 건물 내부는 깔끔하고 정돈된 느낌이 강했다. 곳곳에서 우리나라의 정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국내 업체의 제품이 전면에 배치돼 있었고 “롯데마트로 와주신 고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라는 한국어 안내방송도 흘러나왔다.

또한 코너마다 쓰여있는 ‘프레시 앤 프래시(Fresh & Fresh)’라는 문구에서도 고급스러움을 지향하는 강한 의지가 드러났다.

물론 이 곳에도 걱정거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새단장과 함께 매장을 찾는 고객층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매장 직원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오전 10~12시에는 노인과 전업주부, 오후 4~10시에는 젊은 연령층의 방문 비중이 높은데 최근에는 노인들의 발걸음이 뜸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안으로 들어갔을 때도 200여명이 쇼핑을 하던 중이었으나 손님이 많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었다.

이는 롯데마트의 고급화 전략과도 관련이 깊다. 왕징점에 방문한 한국인 주부는 “리모델링 이후 한국사람의 이용은 더 많아진 반면 중국인들의 방문은 눈에 띄게 줄었다”면서 “가격에 부담을 느낀 중국 노인들이 다른 매장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결국 롯데마트의 전략이 실용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중국 소비자의 이목을 모으는 데는 실패했음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게다가 왕징 지역 내 한국인 비중이 점차 줄어드는 추세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장기적으로는 부정적인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롯데마트 왕징점에 걸린 플래카드 사진=차재서 기자 sia0413@newsway.co.kr롯데마트 왕징점에 걸린 플래카드 사진=차재서 기자 sia0413@newsway.co.kr

이번에 전해들은 내용이 모든 중국인의 의견을 대변한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입지’와 ‘가격’ 등 공통된 목소리는 중국에서 돌파구를 모색 중인 롯데마트가 풀어야할 과제인 것만은 분명하다.

롯데마트 입장에서는 현지에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사람들이 찾기 편한 위치를 확보하는 것은 물론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품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결코 ‘고급화’가 해답일 수는 없다는 얘기다.

이쯤되면 중국 정부의 자국 업체 중심 정책이 글로벌 마트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주장 역시 핑계에 불과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현지인이 가장 선호하는 마트는 ‘까르푸’라는 사실을 롯데마트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베이징=차재서 기자 sia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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