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석상에서 침묵으로 일관전경련 회장으로서 직무유기입장·대책 등 조속히 밝혀야
전경련의 수장인 허창수 회장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침묵을 지키고 있는 가운데 그가 이번 모금 과정에 관여했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이 28일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이 부회장은 검찰 조사에 앞서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만 말한 뒤 서울중앙지검 청사 안으로 서둘러 들어갔다.
이 부회장은 대기업들이 미르·K스포츠 재단을 위해 774억원의 거액을 내놓는 과정을 주도한 것으로 지목된다.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이 처음 제기됐을 당시 이 부회장은 청와대 안종범 정책조정수석의 모금 지시 의혹을 강하게 부인한 바 있다. 최순실씨가 두 재단의 배후에 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같은 의혹이 더 커지자 이 부회장은 모르쇠로 일관하다 최근에는 입을 닫아버렸다. 이에 따라 검찰 조사에서 이 부회장의 진술 내용에 시선이 쏠린다.
이런 가운데 전경련의 수장인 허 회장의 공식입장이 주목받고 있다. 전경련을 이끌고 있는 허 회장은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과 관련해 침묵으로만 일관해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검찰 고발을 당한 만큼 조만간 공식적인 입장을 내놔야 할 전망이다. 시민단체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지난달 29일 허 회장과 함께 이 부회장, 62개 기업 대표를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전경련 수장으로서 기업을 대변해야 하는 허 회장이 이번 사태에 대해서 알고 있었는지도 관심이다.
전경련의 살림은 상근부회장인 이 부회장이 도맡고 있지만 GS그룹의 회장이기도 한 허 회장이 모금 사실을 모르고 있기는 쉽지 않았을 것을 보인다. 결국 허 회장이 이번 사태를 알고 있으면서도 그냥 묵인했을 가능성이 높다.
일개 개인이 기업을 상대로 모금을 강요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기업을 대변해야 할 전경련이 앞장섰다는 점은 허 회장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번 사태로 인해 전경련 해체 요구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도 허 회장은 공식적인 입장 한번 밝힌 적이 없다.
앞서 전경련의 어버이연합 지원 사실이 밝혀졌을 때도 허 회장은 침묵으로만 일관하며 재계를 대표하는 단체의 수장답지 못하다는 비판을 들어야 했다.
허 회장이 3연임하는 동안 전경련의 위상이 끝을 모르는 추락을 거듭하는 것도 그의 소극적인 활동에서 기인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허 회장으로서는 기피 대상이 된 전경련 회장직을 억지로 떠안은 상황이어서 현재의 사태가 껄끄러울 것이다. 또한 올해로 임기가 끝나는 상황에서 서둘러 이번 사태를 마무리하고 싶은 심정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전경련 회장을 맡고 있는 만큼 이번 사태를 방관하고 있는 것은 사실상 직무유기라는 지적이다. 전경련의 모금 행위에 대해서도 책임질 부분이 있을 것이다.
최순실씨 사태에 온 국민의 시선이 쏠려 있는 상황에서 허 회장의 입장표명과 향후대책 등을 직접 밝혀야 할 시점이다. 허 회장이 더 늦기 전에 이번 사태를 매듭짓기 위한 조치에 나설지 주목된다.
강길홍 기자 slize@

뉴스웨이 강길홍 기자
slize@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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