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문불출 정 이사장 두고 소문 무성중대과업 지주사 전환 행보 중단임종룡 위원장과 냉랭한 분위기
낙하산 논란에도 거래소 입성에 성공한 그가 외부 활동을 접어버리고 잠적 아닌 잠적을 한 이유는 뭘까요?
거래소와 금융위원회 주변의 얘기를 종합하면 정 이사장의 행적은 공매도 공시제도 발언 이후 묘연해졌다는 게 한결 같은 반응입니다. 정 이사장이 취임 후 기자들과의 점심 자리에서 “공매도를 한 투자자에게 유상 증자를 참여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라는 발언 때문인데요. 거래소가 공공기관에 해제됐긴 했지만 금융위의 관리를 받고 있고, 정책을 수립하는 기관도 아닌 점을 감안하면 ‘월권 행위’로 비칠 수 있습니다. 금융위에서 임 위원장과 한솥밥을 먹은 정 이사장이라고 해도 용서받기 힘든 발언이었다는 얘기까지 나왔습니다.
일부에선 공매도 공시 발언 전부터 임종룡 위원장과 정 이사장의 사이에 이상기류가 흘렀다는 전언입니다. 공매도 공시 발언 전에 열린 거래소 지주사 입법전략회의에서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는 후일담입니다. 임 위원장이 “거래소 때문에 큰일이다, 지주 전환을 해야 하는데 노조 반발이 거세다”라고 언급했지만 정작 관련 사안의 당사자이자 옆에 앉았던 정 이사장에게는 한시간 내내 말 한마디 걸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임 위원장의 냉랭함에 정 이사장도 떨떠름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고 합니다. 시쳇말로 ‘제대로 찍혔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게다가 임 위원장이 경제부총리 내정자가 됐으니 미운 털이 박힌 정 이사장으로서는 일단 몸조심할 필요가 있었던 겁니다.
정 이사장의 공매도 발언은 그의 ‘보스’ 기질 때문이라고 몇몇 거래소 관계자들이 말하기도 했습니다. 거래소 취임 직후 실용을 강조하며 불필요한 과정을 모두 없애버렸다고 합니다. 전임 최경수 이사장과 달리 ‘자잘한’ 것들은 본부장 선에서 결재하고 자신은 큰 그림을 그리는데 집중하겠다고도 했습니다. 각종 행사에도 직접 참여 대신 해당 본부장들이 참석하도록 위임했습니다. 직원들한테는 정시 퇴근과 복지 확대를 약속했습니다. ‘보스’의 출현에 거래소 역대 이사장 중 최고의 인기를 누린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성과연봉제 논란에 휩싸이면서 인기는 쑥 들어가버린 듯 합니다.
정 이사장이 공식 행보를 멈춘 이유 중 하나는 정치권의 공세 때문이기도 합니다. 지주회사 논의는 국회에서 결정돼야 할 문제인데 정 이사장의 낙하산 논란과 그가 과거 금융권에서 인사권을 거머쥐고 무소불휘의 권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이 정치권에서 흘러나오면서 이미 서로가 등을 져버렸다는 소문이 무성합니다. 적진에 들어가 거래소의 중대 사업을 얘기하기하고 설득하기가 껄끄러웠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지난 10월 거래소 이사장으로 취임한 정 이사장은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문위원을 거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에서 한국거래소 이사장까지 재임한 금융계의 ‘황태자’입니다. 강석훈 경제수석과는 서울대 동문으로 막역한 사이며,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 안종범 전 경제수석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항간에서는 이런 뒷배경이‘임종룡 위에 정찬우’라는 말을 실감케 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공매도 발언만 봐도 그의 위세를 알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은 그렇지 않습니다. 최순실 게이트로 친박과 친박 성향의 공공기관장들은 전혀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주사 전환이 절대절명의 과제라면 이제라도 뛰어야 하지 않을까요? 정 이사장은 취임하면서 “자본시장의 핵심 인프라인 거래소의 선도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며 지주사 전환 추진을 천명했습니다. 거래소 발전을 위한 다섯 가지 핵심 발전방안에도 가장 첫 번째로 꼽았습니다. 정 이사장의 보스다운 행보를 기대해 봅니다.
뉴스웨이 장가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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