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기 회장의 경우 유관기관은 물론 증권업계 주요 행사에 의욕적으로 참여하는 대표적 인사지만, 지난 10월 취임 이후 특별한 외부일정을 잡지 않았던 정찬우 이사장의 참석은 이례적이었다. 정 이사장은 취임 전 친박 낙하산 논란에 시달렸고, 취임 이후에는 금융권 인사를 주물렀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오죽하면 '모든 인사는 정찬우에게로 통한다'라는 뜻의 '만사정통'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정 이사장은 3일 오후 6시부터 진행된 만찬에 참석해 거래소 관련 기조연설을 할 계획이었다. 이에 기자는 취임 후 지주사법 개정 동향과 최근 언론을 회피하는 이유를 듣기 위해 현장을 찾았고, 마침 행사 진행 전 휴식을 취하고 있던 정찬우 이사장을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기자라는 신분을 밝히자마자 황급히 짐을 챙겨 일어났다. 아무리 곤란한 자리라도 양해를 구하는 보통의 경우와 달리 수행원에게 뒤처리를 맡기고 자리를 피한 것이다.
실제로 별다른 질문 없이 소속과 이름을 밝히며 인사를 청했을 뿐이지만, 정 이사장은 의례적인 대화도 나누지 않고 명단에 포함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는 행사장 안으로 들어갔다. 이날 컨퍼런스는 사전에 참가 신청을 낸 사람만 참여할 수 있으며, 일반 참여자는 200달러를 결제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찬우 이사장은 취임 후 두 달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미 여러 차례 입방아에 올랐다. 취임과 동시에 금융위와의 사전 교감 없이 주식거래시간 연장이라는 카드를 꺼냈고, 언론과의 첫 기자간담회에서도 공매도 제도 손질을 제시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특히 이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반말을 하거나 식사 중 담배를 펴 ‘금융위원장급 거래소 이사장’이라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거래소에 오기 전 그는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문위원을 거쳐 한국금융연구원 부원장, 금융감독원 부위원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특히 정부 인사들과 두루 친한 것으로 알려져 거래소의 숙원사업인 지주회사 전환을 이끌 ‘실세’ 이사장이라는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하지만 취임 직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박근혜 정부가 정치적 위기에 휩싸이면서 그의 입지도 매우 불투명해졌다. 더욱이 취임 전부터 ‘친박 낙하산’이라는 논란이 잇따랐고, 취임 이후 외부 일정은 물론 언론과의 접촉을 일체 마다하면서 비판을 스스로 자처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정 위원장의 거취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여부에 따라 엇갈릴 수 있다는 주장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일반적으로 거래소 이사장은 정권이 바뀌면 함께 교체되는 경향을 보였던 만큼 결국 정찬우 이사장의 운명도 대통령 퇴진 시기에 따라 결정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 위기로 말미암아 현 정권에서 임명된 금융기관 인사들의 운명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며 “거래소 또한 지주사 전환이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구설수까지 이어질 경우 부담이 가중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웨이 김민수 기자
hms@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