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이 부회장 구속영장 재청구 가능성경영시계 멈춰 삼성 장기간 표류 불가피상법개정안 통과되면 지주사 전환 어려워헤지펀드 비롯한 해외자본 집중공격 위기
14일 재계에 따르면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전날 오전 9시30분께 이 부회장을 소환해 15시간가량의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인 뒤 돌려보냈다.
이날 오전 1시5분께 특검 수사를 마치고 나온 이 부회장은 곧바로 서초동 삼성 사옥으로 이동해 미래전략실 주요 임원들과 향후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 당했던 특검은 이번 조사를 마치고 영장을 재청구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의 순환출자 해소과정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코스피 상장 과정에서 삼성 측이 특혜를 받고 최순실 일가에 대가를 제공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아무런 특혜도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부회장 역시 특검의 재조사를 받으면서 관련 혐의에 대해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특검이 영장 재청구로 가닥을 잡으면서 삼성그룹 내부도 초긴장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이 이 부회장에게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 ‘짜맞추기’식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당장 특검의 구속영장 재청구로 하만 인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삼성은 하만 인수를 결정한 바 있다. 하만은 삼성전자와의 합병 건 등을 처리하기 위한 임시주총은 오는 17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진행한다.
하지만 일부 주주들이 합병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하만 임시주총이 열리는 시점은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진행 중일 가능성이 있어 오히려 표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밖에도 삼성은 지난해 말부터 미루고 있는 사장단인사, 조직개편, 채용 등 정상적인 경영활동에도 차질을 빚으면서 경영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1분기가 벌써 절반 이상 지났지만 삼성의 주요 경영활동은 계속 미뤄지고 있어 글로벌 경쟁에서 뒤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특검 수사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상법개정안까지 추진되면서 엎친 데 덮친 격이 되고 있다.
야당을 중심으로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를 서두르는 상법개정안은 삼성그룹의 현안과 직격되면서 ‘이재용법’이라고 불리기까지 한다. 상법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은 사실상 불가능해 진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대표발의한 상법개정안의 핵심은 인적분할을 통한 자사주의 의결권 부활을 차단하는 것이다.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지만 인적분할을 하게 되면 분할신주 배정을 통해 의결권이 부활한다.
삼성전자는 자사주 12.8%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로써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지만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리되면 지주회사가 사업회사에 대한 의결권 12.8%를 갖게 된다.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은 0.6%뿐이지만 이건희 회장(3.54%)과 계열사의 지분을 합하면 약 18.8%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인적분할을 통해 자사주를 활용할 수 있게 되면 30%대까지 늘릴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진행한 컨퍼런스콜에서 지주회사 전환과 관련해 “검토해야 할 사항이 많아 검토 소요 시간이 6개월 이상 필요하다”며 “검토가 끝나는 대로 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첫 단추가 삼성전자 인적분할인 셈이다. 하지만 자사주 의결권을 활용할 수 없게 된다면 삼성전자가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삼성으로서 최악의 사태는 이 부회장이 구속된 상태에서 상법개정안이 통과되는 것이다. 선장을 잃은 상태에서 삼성그룹 전체가 혼돈에 쌓이면서 외국계 헤지펀드의 집중적인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
삼성전자를 겨냥하고 있는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은 ‘삼성전자 인적분할 및 지주회사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자사주 의결권을 활용할 수 없는 상태에서 지주회사 전환이 이뤄지면 자칫 삼성전자의 경영권이 해외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지주회사로 전환했는데 자사주를 활용할 수 없게 되면 지금보다 경영권이 더 약해질 수 있다”며 “이 부회장으로서 사업회사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수십조원이 필요한데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강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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