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관문은 서류전형을 위한 이력서&자기소개서 작성. 하지만 취준생 다수는 이 단계부터 ‘포기’의 유혹을 느끼는데요.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구직자 1,12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의 68.3%는 이력서나 자소서 항목을 확인한 후 조용히 ‘지원 취소’ 버튼을 눌러본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체 어떤 문항들이 서류 작성을 포기하게 만들까요? 유형별로 살펴봤습니다.
◇ 이걸 왜 나한테 물어요? = ▲회사 입장에서 향후 전망 및 미래 모습을 서술 ▲그룹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당사가 개선해야 할 이미지 ▲유통업 발전전략을 제안
해당 기업이 마련해야 할 방안을 지원자에게 묻는 형태입니다. 질문 자체가 난해한데다 꼼꼼하게 읽을지, 난 ‘광탈’시키고 내 답안만 쏙 가져가는 건 아닌지 의심되는 게 사실.
◇ 도덕책인가요? 자소서인가요? = ▲개인의 이익과 팀의 이익 중 선택하라(모 자동차기업) ▲원하던 팀으로 바꿀 기회가 왔을 때 바꾸겠는가 ▲기업의 사회봉사활동에 대한 생각
인사담당자가 원하는 답변의 흐름이 감지되는 유형이지요. 날 소개해야 할지 내 의리를 어필해야 할지 헷갈릴 만합니다. 대체로 요구하는 분량도 긴 편.
◇ 최소 대리급은 돼야 알 만한··· = ▲2017년 키워드를 제시하고 그 이유 및 회사에 접목 방안을 서술 ▲마케팅 전략을 제시하라 ▲기업의 SWOT 분석을 하라 ▲최근 금융 트렌드를 하나 고르고 내 주장을 바탕으로 방향을 제시
해당 분야에서 일정 수준 업무 경험을 쌓아야 길이 보이는 질문을 신입 지원자에게 묻는 경우입니다. ‘그러니까 경력자 될 기회는 언제 주나요?’
◇ 21세기입니다만···전근대적인 질문들 = ▲요즘 공무원시험에도 없는 본적, 원적, 본가 등 ▲교교 시절 학기별 석차 ▲가족들의 주민등록번호
채용 여부는 물론 면접 기회조차 불투명한 상황에서 나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훑으려는 항목들, 역시 구직자의 단념을 부릅니다. 기록을 제때 파기할지도 의문.
◇ 논문인가요? 난해하다 난해해 = ▲나만의 뷰티란 무엇이고 왜 알려야 하는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아름다움이 왜 필요한지 정의하고, 입사 후 이런 소명을 어떻게 실현할지 기술(모 화장품기업) ▲행복의 정의와 구체적 경험
‘현자’(賢者) 모집 공고가 아닌지 의심이 가는 질문들입니다.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내딛으려는 사람이 답해내기엔 과도하게 어려운 게 사실. ‘이걸 다 알면 굳이 취업을 하겠습니까?’
◇ 그저 웃지요. 숨 막히게 많은 분량 = ▲20개가 넘는 문항수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문항을 억지로 나눠서 물어봄 ▲한 문항당 A4 2장으로 작성하시오
이력서와 자소서를 한 군데만 내진 않습니다. 몇 날 며칠 밤을 새워야 채울 정도의 분량은 지원자가 쓰기도 전에 지칠 수밖에 없는데요. 너무 기업 중심적인 건 아닐까요?
기업은 물론 최적의 인재를 뽑아야 합니다. 하지만 취준생이 역대 최다인 70만 명에 이르고, 단 한 곳에 들어가고자 세 자릿수의 이력서를 쓰는 이들도 수두룩한 시대입니다.
변별력에 합리성을 가미한, 보다 배려 있는 문항 개발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뉴스웨이 이성인 기자
silee@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