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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정부, 부동산 연일 구두개입 나서는 진짜 이유

[뉴스분석]청와대·정부, 부동산 연일 구두개입 나서는 진짜 이유

등록 2017.06.06 08:33

수정 2017.06.14 16:12

김성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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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등 서울 뿐 아니라 분당 등 신도시 확산DTI·LTV 강화 등 당장 메스안대고 신중모드섣부른 규제 내놨다가 노무현 정부 꼴 날라내수 침체도 우려···정공 못찌르면 되레 폭등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사진제공=뉴스웨이 DB)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사진제공=뉴스웨이 DB)

문재인 새 정부 청와대를 비롯해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 정부 당국이 최근 과열조짐을 보이고 있는 부동산 시장에 대해 연일 구두개입에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강남 외에 서울은 물론 분당이나 일산 등 수도권까지 시장 열기가 확산되면서 당장 LTV(주택담보인정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 강화 등을 비롯해 투기과열지구 지정까지 고려한만하도 하지만, 규제 발표를 예고하는 구두개입 수준에서 그치고 있어서다. 부동산 시장을 잘못 건드리면 국내 내수 경기자체가 확 침체할 여지가 큰 데다, 노무현 정부 당시 섣부르게 강남 때려잡기에 나섰다가 집값만 폭등한 학습효과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6일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 가격은 전주 대비 0.45% 올랐다. 주간 상승률로는 2006년 이후 10여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강동구 등 강남 재건축 아파트에서 촉발된 집값 급등은 수도권으로 확산돼 분당·평촌·일산도 출렁이고 있다. 지난주 1기 신도시 아파트값은 0.13% 상승했다. 전주(0.04%)보다 오름폭이 0.09%포인트 확대됐다.호가만 오르는 게 아니라 실제 거래로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5월 1~30일 거래건수는 9146건이다. 하루 평균 약 304건이 거래된 수준으로 4월(약 260건), 3월(약 215건) 등보다 월등히 많다. 분양권 거래 역시 이날 현재 1046건으로 4월(747건) 수준을 훌쩍 뛰어넘었다. 서울 지역 분양권 거래가 월 1000건을 돌파한 것은 처음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가 규제를 예고하는 구두개입 등 엄포만 놓고 있다보니 시장에서 의아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난 5일 수석보좌관 회의 등 최근 청와대의 행보가 가장 대표적이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열고 주택시장 동향에 대한 상세 보고를 받았다. 나흘 전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오는 8월까지 관계부처 합동으로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던 문 대통령이 상세 보고를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부동산 이상급등에 에 대해 청와대가 강력한 시그널을 보낸 것으로 시장은 해석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구체적인 정책은 시장에 민감하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종합적인 (부동산) 대책을 마련하게 되면 한꺼번에 말씀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4일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있으며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힌 데 이어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도 5일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 주택시장 동향 변화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하면 관계부처와 협의해 안정조치 등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도 마찬가지로 나섰다. 가계부채 관리와 더불어 아파트 가격안정이라는 화두가 대두되자 최근 국토부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에 대해 다각적으로 분석 수위를 높여서 들여다보고 있다"며 "여러 측면에서 고려해야 할 사안이 많은 만큼 범정부 차원의 대책이 자연스럽게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청와대가 구두개입 수준에 그치는 분위기에 대해 시장에선 국내 경기에 주목한다. 최근 수출은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내수 경기가 여전히 침체돼 부동신 시장 마저 위축된다면 경제가 감당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증권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으나, 일반 서민을 비롯한 중산층들의 자산이 부동산에 몰려 있는 만큼 집값을 확 끌어내리는 등 버블을 한꺼번에 꺼뜨리면 경제 초가삼간을 다 태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서라는 얘기다.

기존 노무현 정부의 정책 실패의 전철을 우려해서라는 분석도 있다. 새 정부에서 DTI, LTV 등 금융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은 물론 강남 등 투기과열지구 지정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강력한 부동산 대책을 한꺼번에 쏟아낼 경우 시장이 안정화하긴 커녕 강남권을 중심으로 폭등세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청와대와 관가 안팎에 퍼져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노무현 정부는 종합부동산세 도입,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등 강한 규제책을 내놨지만 집값 폭등으로 이어져 부동산 시장에서 실패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강력한 규제책으로 강남 등 때려잡기에 나서다가 또다시 정책 실패의 전철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신중모드에 들어가 있다는 의미다.

부처간의 조율이 어렵다는 점도 반영되고 있다는 관측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더불어 민주당 의원)는 최근 “LTV와 DTI 규제를 푼 게 지금의 가계부채 문제를 낳은 요인”이라고 말해 금융 당국의 실기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반면,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가계부채 증가는 LTV·DTI 규제 완화 외에도 저금리 기조, 주택시장 호조 등 복합적 요인에 기인하고 있다”고 언급해 되레 한국은행을 탓하는 발언 등으로 부처간 책임회피에 급급한 양상을 보여서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이 정부 정책에 좌우된다는 말은 맞다. 하지만 동시에 수요공급의 시장원리가 그대로 작동한다. 최근 시장 급등의 원인은 저금리를 비롯한 풍부한 시중 유동자금일 수 있다. 원인을 정확히 파악해 정공을 찌르지 못한다면 내집마련 서민 피해는 물론 오히려 강남 등 서울 지역 아파트 급등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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