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재협상 수장 김현종 “우리 입장 충분히 전달”서울 개최로 일단 기싸움은 우세···‘성동격서’ 전략 먹혀드나
김 본부장은 이날 오전 서울 롯데호텔에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영상회의를 한 뒤 기자들과 만나 한미 FTA 공동위원회와 관련해 “첫 협상은 예측하기가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이어 “우리 입장을 충분히 전달했다”며 “후속 실무회의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회의 내용은 나중에 오후 기자회견 때 말하겠다”고 덧붙였다.
양국의 첫 회의는 탐색전 성격이 강한 만큼 구체적인 협상보다는 서로의 시각차를 확인하고 향후 일정이나 장소, 대표단 구성 등을 논의할 가능성이 높다.
김 본부장은 라이트하이저 대표와 영상회의를 한 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기업벤처위원회 참석을 위해 회의장을 떠났고 현재 산업부의 여한구 통상정책국장과 유명희 FTA 교섭관 등이 방한한 USTR 대표단과 실무회의를 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과거 참여정부 시절 한차례 통상교섭본부장을 역임하며 한미 FTA 체결 협상을 이끌었다. 그는 당시 “한국이 다자체제인 WTO 체제에 익숙했던 관성에서 벗어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양자체제인 FTA를 선택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특히 한미 FTA 막바지에 갈 무렵 자동차, 반덤핑 분야에서 결론이 나지 않자 담판을 하기 위해 서울에서 열린 고위급 회담에서 김 본부장은 미국 측의 협상안에 대해 “협상은 끝났으니 짐 싸서 돌아가라”고 압박했던 일화는 유명하다.
이처럼 김 본부장은 협상에서 강한 면모를 보여왔다. 김 본부장은 초반 양국이 공동위원회를 각자 자국에서 개최하자고 주장하는 등 기 싸움에서 한 치도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미국 측이 공동위 개최 장소를 워싱턴DC로 요구하자 서울로 역제안했다. 그는 “협정문에 그렇게 돼 있지 않은가.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못 박았다. 그 결과 한미 FTA 개정 협상 특별회기는 서울에서 진행돼 ‘홈 어드밴티지’를 얻게 됐다.
한미 FTA 협정문에 따르면 공동위원회 특별회기 운영을 다룬 22.2조 4항 ‘나’는 “양 당사국이 달리 합의하지 아니하는 한 공동위원회는 다른 쪽(개최 요청을 받은 쪽) 당사국의 영역에서 개최되거나 양 당사국이 합의하는 장소에서 개최되는 것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현재 통상교섭본부는 산업부로 옮겨온 만큼 통상본부장의 강한 리더쉽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는 취임식에서도 “수동적이고 수세적인 골키퍼 정신은 당장 버려야 한다”며 “통상 협상가는 주인의식을 가지고 국익을 지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10년 만에 복귀전을 치르는 김 본부장이 국제 통상 협상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과 대등한 협상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 본부장은 이날 오후 정부 서울청사에서 공동위원회 결과를 직접 브리핑할 계획이다.
뉴스웨이 주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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