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車·철강 압박 높일 듯정유, 미국산 원유 도입 변화 주시중석화, 미국 수출 비중 5%로 높지않아전자, 현지 공장 신설 등으로 비켜가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12일(현지시각) 한미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 소집을 주미 대사관을 통해 한국에 요구했다.
한미 FTA 협정문에 따르면 한쪽이 공동위원회 특별 회담 개최를 요구하면 다른 한쪽은 원칙적으로 30일 이내에 이에 응해야 한다.
미국이 특별회기를 소집한 것은 본격적인 개정 협상의 전 단계로 볼 수 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불만을 제기해왔던 한미FTA 개정을 위해 첫발을 내딛은 셈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3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한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 소집을 요청하는 USTR 명의 서한을 주미대사관을 경유해 접수했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조속한 시일내 국장급 관계관을 미국에 USTR 측과 구체적인 의제 및 개최 시기를 조율할 계획이다.
다만 산업부는 “미국 측은 ‘재협상’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으며 한미 FTA 조문 상의 용어인 ‘개정 및 수정’을 사용하고 이를 위한 ‘후속 협상’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재협상을 강조해왔던 왔던 만큼 미국의 요구는 사실상 재협상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산업계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분야는 자동차와 철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내 정치적 기반인 자동차와 철강업계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그동안 자동차·철강 문제를 강조해 왔다.
철강업계는 이미 한국산 제품에 대한 반덤핑과세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FTA 재협상은 또 다른 악재가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은 미국이 적자를 보는 주요 업종 가운데 하나라 재협상시 철강 관련 논의가 쟁점화될 것”이라면서 “특히 트럼프 당선의 공이 큰 러스트 벨트의 주요 산업 가운데 하나가 철강이라는 점에서도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자동차업계는 국내 업체들의 미국 시장 수출에는 큰 장애물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일정 부분 영향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이미 현지 생산하는 비중이 높은 상황이다”라면서 “가격 경쟁력 약화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현대기아차가 미국 공장 증설을 서두를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미국 공장 생산능력이 한계에 달하면서 그동안 꾸준히 공장 증설을 검토해 왔다.
정유·석유화학업계는 FTA 재협상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유업계는 원가절감을 위해 미국산 원유 도입을 늘리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 FTA 재협상으로 미국산 원유 도입에 변화가 발생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석유화학업계는 대미 수출 비중이 5%에 불과해 단기적으론 영향이 미미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판매가 상승 등의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제품은 일반적으로 수요와 공급이 해당지역 기반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다른 소비나 제조 대비 영향은 미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자업계는 한미 FTA 재협상에서 한발짝 물러서 있는 상황이어서 비교적 차분하게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미 미국에 생활가전 공장을 짓기로 결정한 만큼 한미 FTA의 영향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멕시코 등에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업체들의 경우 나프타(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적용을 받고 있어 한미 FTA와 관련이 없다.
또한 반도체는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이미 전세계에서 무역 장벽이 철폐됐다. 디스플레이의 경우 휴대폰용 패널은 무관세로 FTA 협상과 관련이 없다. TV용 패널은 관세가 부과되지만 글로벌 고객사의 물량은 중국·동남아 등에서 직접 수출하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FTA 재협상을 두고 전자업계가 받는 영향은 거의 없다”면서 “오히려 나프타재협상시 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강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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