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17일 2대 주주 산업은행의 지분매각 거부권(비토권)이 종료같은 날 한국지엠 15주년 맞아 별도 행사 없이 조용한 기념일로 넘겨부평 본사 및 각 생산공장 근로자 및 협력사 위기.. 판매까지 부진
한국지엠에 대한 안전고리도 사실상 사라진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국 철수로 이어지는 첫 단계로 해석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달 취임한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의 침묵은 이어지고 있어 회사의 운명에 업계의 시선은 집중되고 있다.
카허 카젬 사장은 지난달 6일 한국지엠 부평 디자인센터에서 “한국은 전 세계 쉐보레 시장 중 다섯 번째로 큰 시장이자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 중 하나”라며 철수설을 일축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시원치 않다. 특히 한국지엠 임직원과 협력업체들은 카젬 사장의 명확하지 않은 답변을 옳게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분위기다. 신뢰의 문제다. 올해 임단협도 마무리 짓지 못한 상황에서 신임 카허 카젬 사장의 ‘철수설’ 달래기 식 행사였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제임스 김 전 한국지엠 사장 사퇴 이후 철수설은 탄력을 붙어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산됐다. 이후 차기 사장의 하마평은 한국지엠 내부에서 조심스럽게 흘러나왔지만 구조조정 전문가 인도법인 CEO인 카허 카젬 사장 선임을 둘러싸고 한국지엠 내부 분위기는 경직됐다.
사실상 철수는 아니더라도 인적 구조조정 등 다양한 부분에서 출혈이 예상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증언이다. 단적인 사례가 비토권이다.
지난 2002년 글로벌 지엠은 (지분 76.96%)는 과거 대우자동차 인수 이후 15년 간 경영권 유지를 약속했다.
이와 함께 2대 주주인 산업은행(지분 17.2%)에게 소수주주 권리로 자산매각에 대한 거부권(비토권)과 지분매각제한권을 줬다. 산업은행의 비토권으로 인해 글로벌 지엠이 한국시장에서 철수가 불가능할 수 없도록 안전고리를 마련한 셈이다.
하지만 산은 측은 비토권 상실로 지엠이 지분매각 또는 공장폐쇄 등의 방법으로 철수를 한다고 해도 이를 저지할 수단이 없다고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제임스 김 사장의 사퇴에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제임스 김 한국지엠 전 사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하지만 돌연 사임한 이유에 대해 글로벌 지엠의 한국지엠에 대한 압박(구조조정 등등)에 대한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국지엠의 불안은 국내 고객들의 외면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월 한국지엠 판매 실적은 총 월 4만264대를 판매로 내수시장에서 8991대를 기록했다. 이런 수치는 5년 8개월 만에 내수시장에서 월 판매 9000대 밑으로 추락하는 기록을 남겼다.
또 현대차, 기아차에 이어 굳건히 지켰던 내수 판매 3위 자리를 쌍용차에게 넘겨주는 수모까지 당했다.
한국지엠의 추락은 고용불안에 숨죽이고 있는 부평 본사 직원 및 협력업체로 확산되고 있다. 매듭짓지 못한 올 임단협을 두고 카허 카젬 사장은 노조와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차량의 판매가 곧 수익과도 연결되는 협력업체는 판매 부진에 안타까워하고 있다. 더욱이 철수설의 확산은 업체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현재 한국지엠 협력업체 수는 3200여 곳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지엠의 사인에 국내 자동차 산업뿐만 아니라 평온한 가정을 파국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는 것이 협력업체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국지엠 철수설이 일파만파 퍼지면서 고객들은 구매 이후 서비스에 불안감에 타 브랜드로 마음을 돌린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5일 서울 쉐보레 모 전시장에서 신형 말리부를 구경하던 배진성(남. 43세. 회사원)씨는 “신형 말리부가 마음에 들어 전시장을 찾았지만 구매를 미루겠다”며 “한국지엠이 철수한다는 기사가 계속 이어져 사후 서비스에 불편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같은 답변에 쉐보레 전시장 영업사원이 자초지정을 설명했지만 고객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다. 한국지엠 쉐보레 브랜드는 국내 고객에게는 ‘철수설’ 꼬리표를 떼어내기 힘든 수준으로 깊숙히 각인됐다. 철수설 조기 수습이 아쉬운 대목이다.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은 지난 16일 창립 15주년을 맞아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지난 15년간 이뤄낸 의미 있는 성과는 회사의 경쟁력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은 여러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함께 만들어낸 성과에 대한 자긍심을 갖기 바란다”라고 밝혔다.
뉴스웨이 윤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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