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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 해빙무드 롯데 재진출?··· 이미 마음 떠난 신동빈

韓中 해빙무드 롯데 재진출?··· 이미 마음 떠난 신동빈

등록 2017.10.27 16:46

수정 2017.10.29 13:48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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辛 속내 “앓던 이 빠졌는데 왜?”‘시장철수’ 번복의사 전혀 없어

12일 서울 잠실 시그니엘서울에서 진행된 롯데지주 주식회사 출범식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12일 서울 잠실 시그니엘서울에서 진행된 롯데지주 주식회사 출범식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

경색됐던 한중관계가 풀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본격적인 해빙 무드까지는 아니지만 새 지도부 출범을 앞두고 한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신호가 하나둘씩 보이고 는 것. 중단됐던 한국 단체관광 여행상품도 7개월 만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이같이 해빙 무드조짐이 조금씩 보이자 '롯데'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중국 마트사업 접겠다고 결단을 내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자신의 결심을 번복할지 여부다.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100여개에 달하는 롯데마트 영업이 올스톱되고 3조짜리 프로젝트도 손발이 묶인 채 진전을 못하자 신 회장은 '중국 사업 철수'라는 과감한 결정을 했다. 신 회장도 쉽게 내린 결정이 아니다. 그동안 중국 당국에 여러번 읍소도 해보고 어떻게든 사업을 끌고 나가려는 의지를 보여왔다. 그러나 도무지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자 '사업철수'라는 극단의 선택을 했다. 이제와서 중국이 한국과의 갈등을 풀어보려는 액션을 취하기 시작했지만 신 회장은 자신의 결정을 번복할 의사가 전혀 없다.

◇신 회장의 가장 무거웠던 숙제 ‘중국’ = 신 회장에게 있어 중국사업은 꼭 성공시켜야만 하는 무거운 숙제였다. 신 회장은 오래 전부터 중국시장을 가장 중요한 유통시장으로 보고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으면서 매달려왔다.

1994년 중국에 첫 발을 내닫은 이래 1996년 그룹 기획조정실 산하에 국제부 설치를 주도했고, 이후 꾸준히 계열사들의 추가적인 중국 진출을 이끌었다. 현재 22개의 롯데 계열사들이 중국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전체 매출은 3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지난 2008년부터는 3조원을 들여 추진해온 선양 롯데타운 프로젝트 공사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중국에서의 사업은 순조롭지 못했다. 현지화에 실패한 중국 사업은 2010년을 기점으로 적자가 빠르게 불어났다. 지난 2015년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의 경영권 분쟁 역시 신 회장의 중국사업의 실패가 단초가 됐다. 신 회장이 중국시장에서 1조원 손실 사실을 제대로 보고 하지 않으면서 신격호 총괄회장이 격분했고, 신 회장에게 기울었던 마음을 돌리는데 중요 변수를 제공했다. 이에따라 신 회장의 경영능력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여기에 지난해부터는 사드부지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중국 당국으로부터 보복 직격탄을 맞으며 손실 폭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중국 당국은 온갖 트집을 잡아 롯데마트의 영업을 중단시켰다. 중국내 반롯데 정서가 확산되면서 무차별적인 불매 운동도 계속됐다. 롯데마트 매장 앞에서는 연일 시위가 벌어졌다.롯데마트는 현재 중국 내 점포 112개 중 87곳이 영업정지 처분을 받아 올스톱된 상태다.

나머지 점포도 매출이 80% 이상 급감해 사실상 휴점 상태와 다름없다. 영업이 마비되자, 롯데마트의 피해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매출은 거의 없지만 임금 등 고정비는 계속 나가기 때문이다. 연말까지 롯데마트의 피해액은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럼에도 신 회장은 중국사업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지난 3월 3600억원 규모 자금을 긴급 수혈했으며, 최근 또 한차례 최근 3400억원을 추가 수혈을 결정했다. 새정부 출범 후 중국과의 관계개선을 기대했기 때문. 중국당국에 고개를 숙이며 읍소도 했다.

“나는 중국을 사랑합니다. 우리(롯데)는 절대적으로 중국에서 계속 사업을 하기를 바랍니다.” 지난 3월 신 회장이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 말이다. 그는 중국에 대한 무한 애정을 표현하며 절박한 심정을 드러냈다. 자신의 성 신씨(辛氏)의 시조 신경(辛鏡)이 중국에서 건너온 인물이라는 사실까지 거론하며 중국에 대한 애정을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신 회장은 중국의 ‘오해’라며 성주 골프장 부지 제공이 불가피한 결정이었음을 강조했다. 그는 “만약 정부가 우리 같은 민간 기업에게 정책을 위해 땅을 포기하라고 한다면, 어느 기업도 정부를 거부할 여지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렇듯 그는 사드보복으로 인한 막대한 피해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철수는 없다며 사업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꾸준히 밝혀왔다. 하지만 신 회장의 이같은 노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중국 당국의 무차별적인 보복 공세는 계속됐다. 반롯데 정서가 퍼지며 중국 국민들의 롯데 불매운동도 도넘은 수준에 이르렀다.

결국 그는 ‘시장철수’라는 득단의 조치를 취했다. 롯데마트 철수를 빌미로 중국이 롯데 전 계열사에 대한 세무조사 및 추가 영업정지 등의 제재를 가할 경우 남아있는 20여개 계열사들의 연쇄적인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3조원을 투자한‘중국판 롯데월드’ 선양 롯데타운 프로젝트는 지난해부터 중국 당국의 보복성 조치로 공사가 중단된 상태라 매각도 어려운 상태다.

◇시장철수 번복의사 없어 “앓던 이 빠졌는데 왜?” = 신 회장의 중국사업 철수 소식에 재계를 비롯한 유통업계에서는 예상했던 결과라는 반응이다. 그동안 중국의 보복에 롯데의 영업손실이 불어난 것도 이유지만 신 회장 입장에서는 ‘앓던 이’가 빠진 경우이기 때문. 그동안 신 회장은 중국사업 실패라는 꼬리표가 붙어 형제의 난 속에서도 주주들에게 강하게 어필을 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수십조원을 쏟아부은 중국사업이 위태로워졌어도 중국사업을 정리할 명분이 없었다. 사업실패를 인정하면 주주들에게 외면받을 것이 뻔했다. 시간이 갈수록 적자는 늘어나고 투자한 돈을 회수하기는 불가능해 보이는 찰나, 때마침 중국과의 불화가 시작된 것. 물론 중국 사드 보복으로 인한 피해도 엄청나지만 중국 사업에서 손 뗼 수 있는 명분을 중국당국이 만들어 준 셈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롯데가의 모든 분쟁은 중국사업 실패에서부터 시작됐다”며 “형제간의 경영권 분쟁도, 신격호 총괄회장의 마음이 돌아선 것도 모두 신 회장의 사업 실패가 원인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손실이 점점 불어나 주주들의 질타가 쏟아졌지만 신 회장은 중국 사업을 접을 수도 더 키울수도 없이 불어나는 손실을 지켜만 봐야 했다 ”며 “이 와중에 중국이 사드부지를 제공한 롯데를 집중 타깃으로 보복공세를 펼치고 중국에서의 롯데 손발을 모두 묶어주는 바람에 신 회장 입장에서는 중국사업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도 사업 철수를 할 수 있는 완벽한 명분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 ‘포스트 차이나’ 찾아 직접 발로 뛰는 신 회장 = 신 회장은 중국사업 철수라는 큰 결심을 한 만큼 새 활로 칮기에 바쁘다. '포스트 차이나' 발굴이 시급해진 것. 이에 대한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 국가다. 롯데그룹은 이달 초 인도네시아 재계 2위인 살림그룹과 손잡고 '인도롯데'를 설립, 지난 10일 온라인쇼핑몰 '아이롯데'를 공식 오픈했다

신 회장은 다음달 초 2박3일 일정으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를 방문한다. 공식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현지에 진출한 롯데 유통매장을 둘러볼 예정이다.

롯데그룹은 2008년 롯데마트를 시작으로 인도네시아에 진출했다. 2010년에는 롯데케미칼이 대형 석유화학기업 ‘타이탄’을 1조2000억원에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인도네시아 사업을 확대했다. 현재 롯데백화점 1개점, 롯데마트 42개점, 롯데리아 30개점, 엔제리너스 3개점, 롯데면세점 2개점(공항점, 시내점) 등 12개 계열사가 인도네시아에서 영업 중이다.

중국 실적이 갈수록 곤두박질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인도네시아 영업 상황은 밝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2분기 중국 부진 여파로 해외 기존점 매출이 18.5%나 감소했지만, 인도네시아 매출은 13.3% 신장했다. 인도네시아 롯데백화점은 2019년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 영업이 중단된 롯데마트도 인도네시아에선 0.8% 매출성장을 기록했다. 해외 전체 매출액 중 약 15%를 차지한다

뉴스웨이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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