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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갑질’ 애플 왜 손 못 대나?

공정위, ‘갑질’ 애플 왜 손 못 대나?

등록 2017.11.16 17:21

수정 2017.11.16 17:22

주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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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8 TV 광고 비용 전액 이통사가 부담 공정위, 조치 늦는 이유 “제재사항 판단 애매”한미 FTA 재협상 부담에 몸 사린다는 지적도

SK텔레콤은 3일 카페 루프트 커피에서 애플의 올 하반기 신작인 ‘아이폰8’ 개통행사를 열었다. 사진=김승민 기자SK텔레콤은 3일 카페 루프트 커피에서 애플의 올 하반기 신작인 ‘아이폰8’ 개통행사를 열었다. 사진=김승민 기자

애플이 아이폰8와 아이폰X 등을 출시하면서 국내 이동통신사들에 광고·행사비를 떠넘겨 ‘갑질 논란’이 일고 있지만 공정위의 규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수년 째 애플의 갑질 논란이 일고 있지만, 공정위가 이미 조사에 착수했음에도 불구하고 애플의 처벌에 뜸을 드리고 있는 이유는 뭘까.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는 아이폰8의 국내 출시일인 3일부터 같은 내용의 아이폰8 TV 광고를 시작했다.

이 광고는 아이폰8의 디자인과 기능을 홍보하는 내용으로, 언뜻 보면 애플의 광고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통신사가 전액 비용을 부담한다. 이통3사는 제품 소개 영상에 통신사 로고만 뒤에 1∼2초 남짓 붙인 광고를 애플 대신 해주고 있는 셈이다. 아이폰X 광고 역시 같은 방식으로 출시일인 24일부터 시작된다. 이런 관행은 매년 아이폰 출시 때마다 반복돼 왔다.

이와 관련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말 조사를 시작했지만, 여태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예년과 같은 광고가 이어지고 있다.

애플의 갑질 관행은 이뿐만이 아니다. 삼성전자[005930] 등 다른 제조사가 프리미엄폰 출시 관련 자체 행사를 여는 것과 달리 애플은 통신사 행사로 이를 대체한다. 통신사가 온전히 비용을 부담하는데도 불구하고 애플은 아이폰 디스플레이 방식이나 광고 문구 디자인까지 가이드라인을 내세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제조사와 이동통신사가 분담하는 공시지원금도 내지 않고 있다. 또 이통사에 아이폰 수리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거나 대리점에 판매대 설치 비용을 전가하고, 아이폰 주문 시 일정 수량 이상을 구매 조건으로 내세우는 등 불공정 행위를 하고 있다. 비인기 모델도 일정 수량 구매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공정위는 현재 애플의 이 부분에 있어서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이 국내 이통사와 불공정 계약을 맺은 사실을 확인하고 심사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과징금 등의 제재가 유력해 보였다.

하지만 현재 이와 관련한 내용은 아직도 전혀 진전이 없는 상태다. 애플의 ‘갑질’ 행태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님에도 공정위가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하며 적절한 제재를 가하지 않은 것에 있어 의문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 일각에선 애플이 이동통신사에게 판매장려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까지 불공정행위로 보는 건 힘들 것이란 시각이 나오고 있다. 판매장려금과 관련된 불공정행위 사례에는 유통점이 제조사에게 판매실적이 좋다며 장려금 지급을 강요한 경우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이통시장에서 제조사의 판매장려금은 공시지원금의 재원으로 쓰인다는 점에서 유통업계와 성격이 다르다”며 “그러나 기본적으론 자율 지급이기에 제재사항은 아닌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실 국내 기업은 법 적인 부분에 있어 역차별 문제에 가로막힌 경우가 많았다.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 글로벌 기업은 규제 적용이 느슨하거나 사실상 규제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국내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정확한 현황 파악조차 쉽지 않다.

국내 기업은 우리만 엄격한 규제 적용을 받아 경쟁력이 저하된다며 불만을 성토해왔지만, 해외 기업에 있어서는 현실적으로 제한적인 부분들이 많다.

또한 해외 기업을 상대로 불공정 행위를 다루는 공정위의 업무가 늘고 있지만 담당과도 여럿인 이유로 업무 처리가 더딜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현재 공정위에서는 경쟁정책국 소속 국제협력과에서 해외 경쟁당국과 양자협력, 국제기구 논의 대응, 개도국 기술지원 업무 등을 담당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결합, 국제카르텔 등 개별 사건은 시장구조개선정책관 또는 카르텔조사국의 담당과에서 처리한다. 따라서 양·다자 간 협력업무 등을 총괄하는 국이 신설되면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한미자유무역협정 FTA 개정협상이 빠르면 다음 달부터 시작될 전망이라 당국이 몸을 사린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한번 한미 FTA가 ‘불공정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미국 측의 요구가 더 거세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재계는 미국이 전방위적 통상압력에 들어갈 지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태양광 전지 및 세탁기 세이프가드 조사에 이은 반도체까지 전방위적 ‘통상압박’에 직면해 있으며 트럼프의 보호무역 기조에 편승해 미국 기업들의 공격이 거세질 전망이다.

예로 삼성전자는 2016년 2월 26일 항소심에서 승소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다 이긴 게임으로 예상했으나, 애플은 재심리 신청을 했고 한달만에 항소심 재판부가 판결을 뒤집었다. 삼성전자는 상고했지만 미국 대법원은 애플 손을 들어줬다.

미국 내에서도 이런 분위기 형성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미국의 대표 기업인 애플을 건드려서 좋을 게 없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한미 FTA 재협상으로 미국에서 수익성 하락을 겪고 있는 자동차는 내년 상반기에도 어려움이 계속될 전망인 반면 애플이 아이폰 X(텐)을 출시하면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 카메라 등을 납품하는 한국 주요 부품사의 수혜가 꽤 클 것이라고 보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국가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사례 분석 등 조사에 있어서 시간이 좀 걸리는 것 뿐이다”며 “애플과 이통3사의 불공정거래 관련 사안은 현재 조사 진행 중으로 애플의 행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주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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