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삼성생명 계열사 관계자 증인신문“정부 주도, 전경련 요청에 재단 공익성 신뢰”기부금 집행 관여 안해···본래 취지 왜곡 우려
23일 서울고법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전직 임원 5명에 대한 항소심 공판에는 삼성물산과 삼성생명 관계자가 증인으로 출석해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금에 대해 진술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재단 출연을 둘러싸고 취지와 목적, 기부금 사용에 대해 특검과 이 부회장 변호인 측은 팽팽히 맞섰다. 특검 측의 공소장 변경 요청으로 제3자 뇌물죄에 단순뇌물죄까지 포함되면서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이 뇌물에 해당하는지가 주요 쟁점이 됐기 때문이다.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터라 특검은 혐의 입증에, 변호인 측은 정부 주도 사업에 일반적인 사회공헌 활동으로 뇌물죄 성립이 안된다는 주장이 첨예하게 맞섰다.
증인으로 출석한 강우영 삼성물산 상무는 “미르 재단은 정부 주도의 단체여서 이에 대한 검증이 따로 필요하지 않았다”면서 “정부라고 하면 구체적인 대상이 아닌 (일반적인 의미의) 정부로 받아 들였다”고 답했다.
이어 “정부가 주도하고 전경련에서 요청이 온 사항이라 (의심하지 않았다)”면서 “다른 대기업들도 하기 때문에 신뢰 했다”고 덧붙였다.
강 상무는 지난 2015년 미르 재단 출연금액 15억원을 결제한 책임자다. 당시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으로부터 재단 출연을 요구받은 삼성그룹이 미전실을 통해 각 계열사에 출연을 요청했고 삼성물산은 15억원을 출연했다.
강 상무는 “미르재단은 정부가 주도해 해외문화교류 등을 지원하는 공익단체로 중국 리커창 방한 일정에 맞춰 양국 문화재단 간 업무 협약 체결이 예정됐었다는 점도 보고받았다”면서 “중국과의 문화교류가 활발해지면 국내 (문화)사업이 많은 물산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삼성물산 재단 출연 절차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재단 출연 결정이 이루어진 후 품의서가 작성 된 것에 대해 “구두로 이미 출연 결정이 나 있는 상태였다”면서 “품의서 작성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당시 삼성물산 규정에 따르면 150억원 미만의 기부는 팀장인 강 상무 전결사항이었다. 현재는 10억 이상은 이사회, 1억 이상은 경영위원회 승인을 받도록 개정됐다.
특히 강 상무는 “당시 삼성물산의 경영 상황이 좋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15억원을 부담 못 할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면서 미전실의 압박으로 무리하게 출연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일축했다.
또 “당초 미르 재단 출연금은 예산 계획에는 없었지만 계획을 초과해서 집행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때는)회사의 이익이 감소했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사회공헌으로 내는 돈으로 내는 것이 다 그렇다”고 강조했다.
이어 “출연금을 내고 홍보를 하지 않은 것은 삼성물산이 단독으로 출연금을 낸 것이 아니고 다른 대기업들도 참여 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증인으로 출석한 홍원학 삼성생명 전무 역시 “정부가 주도로 하는 일에 의심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특검은 강 상무에 이어 홍 전무에 정부라고 하면 어떤 정부를 뜻하는지 구체적으로 알아보지 않았냐고 질문하자 “정부라고 하면 통상 받아들이는 정부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홍 전무는 기부금을 결정할 때는 사업 주체가 분명한지, 공익적인 성격이 확실한지, 회사가 기부할 수 있는 금액인지를 중점적으로 살펴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가 주도하는 재단에서 사업을 추진하면 공익적 성격이 있을거라 봤고 장기적으로 기업 이미지 좋아질거라 봤다”면서 “기부는 대가를 바라거나 회사 비즈니스와 연결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누적 되면 사회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좋아질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 전무는 “기부금 결정에서 해당 단체가 기부금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면서 “기부 활동에 대한 어떠한 권리도 없다”고 딱잘라 말했다.
이는 기부금을 내고 나면 사용처에 대해서는 감시나 감독을 할 권리가 없다는 뜻이다. 이는 특검이 미르‧K스포츠 재단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와 연결된 것을 알고도 뇌물 성격으로 출연금을 냈다고 의심하는 것에 반대되는 증언이다.
홍 전무는 “삼성생명은 지난해 말 피해복구 성금으로 25억원을 기부했는데 태풍 피해복구 기부금을 전국재해구호협회 전달할 때도 전결권이 있었고 예산안은 받지 않았다”면서 “기부금 집행에 대해 보고를 받고 감시를 한다면 이는 회사 홍보수단으로 변질되거나 사업의 순수성에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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