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칼 댔던 홍종학의 귀환···계산 바빠진 롯데·신세계‘맥주대통령’ 행보에 업계 촉각···주류사업 미래도 오리무중
일각에선 벌써 홍 장관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궁합을 언급하며 대대적인 규제와 세부 법안 개선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22일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홍종학 장관 취임으로 중소기업 중심의 유통법 손질이 예상된다”며 “김상조 공정위원장의 이른바 재벌 개혁 등도 유통업계에서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 장관은 취임 전날 취재진과 만나 “혁신하는 재벌은 지원하겠지만 경제력을 남용하는 재벌은 그렇지 못하게 해야 한다”며 불공정거래 개선 의지를 밝혔다.
◇면세점 칼 댔던 홍종학의 귀환···롯데·신세계 ‘악재’ = 홍종학 장관을 둘러싼 유통업계 내 초점은 면세점으로 모인다. 홍 장관은 19대 의원 시절 대기업의 면세점 독과점을 비판했다. 이를 근거로 면세점 사업자 특허 기간을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는 이른바 ‘홍종학 법안’을 대표 발의해 통과시켰다.
홍 장관은 당시 “면세점 업체는 독점적 권리를 아무런 제한 없이 계속 누리고 있다”며 “면세점을 하고자 원하는 업체가 있음에도 그런 업체들에는 기회 자체가 주어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1987년 허가제로 분류된 면세점 사업은 실제 특허권 재승인도 있으나 마나 한 곳으로 불리며 큰 결격 사유가 없으면 사업 연장에 무리가 없었다. 홍 장관은 이를 엄격한 관세청 입찰 심사제로 바꾸고 기간도 줄여버린 셈이다. 다만 면세점 업계의 기본 시설 투자와 초기 비용 등을 무시한 처사라는 현장 반발에도 불구하고 법안이 통과돼 업계에선 한동안 비판 여론이 일었다. 면세점 사업권을 빼앗긴 곳의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는 등의 부작용도 발생해 끝내 이 법안은 특허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다시 돌리는 내용 등으로 재개정됐다.
최근 인천국제공항과 임대료 조정을 두고 협상 중인 롯데면세점과 매출 급성장세를 보이는 신세계면세점 모두 홍종학 장관의 눈치를 보게됐다. 홍 장관의 정책 구상에 따라 그룹 내 사업 전략을 수정해야 할 상황에 처해진 것이다.
롯데면세점은 신동빈 회장이 호텔롯데 상장에 앞서 잘돼야 하는 곳으로 점찍은 곳이다. 신세계면세점은 정용진 부회장의 동생인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이 지휘하며 최근 급성장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맥주 대통령’ 홍종학···롯데주류와 신세계 수제맥주도 ‘덜덜’ = 맥주 시장에서도 경제민주화를 내건 과거 홍 장관의 행보도 주목받고 있다. 홍 장관이 여전히 소규모 맥주 점포 활성화를 시작으로 일자리 창출 등에 관심이 있어서다. 롯데주류는 올 상반기 ‘피츠’를 출시하며 양대산맥으로 불리는 OB와 하이트에 거센 도전장을 던진 상태다. 일명 '정용진 맥주'로 불리는 신세계그룹의 수제맥주 전문점 데블스도어는 하남과 부산에 이어 오는 12월 제주신화월드 리조트 내에 4호점 오픈을 앞두고 있다.
홍 장관은 2014년 11월 소규모 맥주제조자 및 중소기업 맥주제조자에 대해 세율을 인하하고 외부유통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을 담은 주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홍종학 맥주법’으로 불리는 이 법은 2016년 2월 본회의를 통과하며 대기업이 장악하고 있던 맥주 시장에 파장을 일으켰다. 이 법을 통해 소규모 맥주제조자들이 슈퍼나 편의점 등과 계약을 맺고 직접 물건을 공급했다. 소비자 사이에서 국내 맥주맛의 다양화를 가져왔다는 호평을 받으며 홍 장관의 별명이 ‘맥주 대통령’으로 불리는 계기가 됐다. 이제는 일상화돼 여러 곳에서 열리고 있는 맥주 축제의 시작점이 이 법안 통과에 따른 맥주 시장의 다양성 확보라는 게 중론이다.
한편, 홍종학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후보 캠프에서 정책본부장과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경제1분과 위원을 역임하는 등 문재인 정부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물로 꼽힌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지난 7월27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이 주요 기업인들을 초청해 개최한 호프미팅에 참석해 현안을 나누고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기업의 역할을 다하겠다는 뜻을 공유한 바 있다.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 조치로 유통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관련 산업이 타격을 받아 빠른 해결책이 나와야 한다는 점도 이때부터 더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김상조 공정위원장, 홍종학 장관은 재벌개혁에 같은 방향성을 갖고
있다”며 “대기업에게는 가혹할 정도의 규제가 단행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뉴스웨이 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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